“화엄벌의 통곡소리 알리고 싶었다”
결제 중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5명의 스님들이 25일 동안 추운 거리를 걸어 올라가 고속철도 관리공단 이사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가 들어야 했던 이야기는 “천성산의 이야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냉담한 반응이었고 “늦어도 6월부터는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그 동안 공동조사단을 구성하며 충분한 조사를 한 뒤, 공청회를 통하여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제안 해 왔던 것은 우리의 시간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기 위한 회유책이었을까. 환경문제를 정책적으로 풀려고 하는 관료주의적 사고 앞에 우리는 분노하고 또 절망했다.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 늪을 비롯한 15개 이상의 늪과 경남에서 가장 아름답고 긴 4개의 계곡을 자르고 가는 16km의 긴 터널 공사의 현장에서 침묵할 수만은 없었던 우리의 행위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을까.
산이 무너지고 그 산에 사는 생명들이 사라지고 오염된 공기와 물을 마시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우리도 이해할 수 없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에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숲의 파괴는 인류의 영혼을 파멸로 인도하는 마약과 다름없다”고 했다. 우리는 늪과 숲을 파괴하고 얻는 행복은 원치 않는다. 조금만 덜 가지려고 노력하고, 조금만 더 느리게, 조금만 더 ‘우리’를 생각한다면 물, 공기, 흙, 햇살과 같은 자연자산 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롭고 가난하지 않는 삶이 될 것이다.
처음 천성산 문제를 시작했을 때, 산 정상 부위까지 굴삭기가 올라오고 철쭉제 등으로 화엄벌이 파괴되는 현장에서, 까닭 없는 눈물이 흘렀고 눈물은 좀처럼 그쳐지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산이 울고 있다고 느꼈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개인적으로 신의가 없고 남의 비밀도 잘 지키지 못한 게으른 수행자였지만 이 약속만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그 약속은 그 늪에 놀던 수많은 곤충과 나비, 나무와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만일 고속철도가 들어오고 늪이 사막화되고 그 늪에 살던 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과보로 세세생생 곤충으로 태어나 목말라하며 살 것이다.
양산 내원사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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