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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티베트 활불제도

기자명 법보신문

11세기 정착…열반세계서 재림한 부처 화신

영혼의 흐름을 주관하는 활불
불교 윤회사상 배경으로 형성


권력누수와 질서유지의 방편
달라이라마는 활불들의 정점

 

 

▲티베트에서 활불은 달라이 라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 불교종파마다 깨달음에 이른자, 활불과 그 체계는 존재하며 오늘날까지 그들은 영혼의 흐름을 통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청해성 옥수티베트자치주에 위치한 한 백교 사원의 활불.

 

 

티베트에는 활불(活佛)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한 수행승이 존재한다. 그는 스스로 누적된 법력과 명상으로 인간으로 다시 재림, 즉 환생(還生)을 할 수도 있다. 지속적인 ‘영혼의 흐름’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이러한 활불이라는 존재는 매우 신비스럽고 믿기 어려운 실체이다. 특히 환생의 확인을 위하여 전생의 영적흐름을 찾아가는 전승과정은 비과학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영혼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고 ‘직감’이라는 동양적 사유방식의 특징으로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티베트는 불교왕국이었다. 불교의 이론 속에는 윤회사상이 존재한다. 티베트 활불의 존재와 연속성(轉世)의 현상은 윤회사상의 배경에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티베트에서 활불은 모태적인 영혼이 다른 육신을 빌어 돌고 도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베트의 대표적 활불인 달라이 라마를 보면, 오늘날까지 14명의 활불이 존재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명의 달라이 라마의 연속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달라이 라마가 속한 불교종파, 즉 황교(格派 dge-lugs-pa)가 활불과 활불제도의 창시종파로 인식된다.

 

이는 달라이 라마와 판첸라마의 활불체계와 전통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외부세계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중화된 활불은 티베트불교 종파 중에 황교에 속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티베트의 활불은 황교로부터 시작되었고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활불들 또한 황교에서 모두 전생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활불은 티베트불교의 모든 종파마다 존재하며 모든 사원마다 존재한다. 황교가 활불이라는 만들어진 인간 신(神)을 대중 속으로 인식시키고 티베트의 정치시스템으로 정착하기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티베트 불교사에서 활불체계가 유래하고 전통으로 정착된 것은 역사적으로 11세기 중엽에 형성된 백교(擧派)에서였다.


티베트에서 ‘활불전세’제도의 형성은 티베트불교의 전파와 발전 과정 속에서 불교의 ‘영혼전세’와 ‘생사윤회’의 학설에 근거를 두고 형성되었다. 그리고 종파와 사원의 계승과 연속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제도는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티베트 활불전세의 전통은 기본적으로 대승불교 보살관념이 발전하여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전세의 중심인 활불은 열반의 세계에서 인간 세상에 다시 재림한 부처의 화신이다. 그런데 이러한 화신의 관념은 티베트에 활불전세의 제도가 확립되기 이전인 고대 토번(吐藩)시대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인식되고 있었다. 고대 초창기 토번시대는 각 부족 간에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타 부족을 점령하고 통치하는 부족의 중심인물, 즉 수령을 찬보(贊普 ‘용감한 남자’라는 뜻이며 고대 토번시대의 법왕을 일컫는다.)라 칭하였는데 씨족 혹은 부족 간의 통합과 병합과정에서 이 법왕의 역할과 권위는 막대하였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은 당시 원시종교(본교)에 반영되면서 법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아들이라는 관념이 형성되었다.


이로부터 천신(天神)에 대한 관념이 생겨났다. 천신은 외부세계의 위험으로부터 부족과 집단을 보호해주는 영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을 부여받은 인물이 지상세계의 법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대 티베트인들은 법왕을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혹은 천신의 아들)이라 여겼으며 정치적 종교적으로 그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였다. 법왕은 인간의 육신을 빌어 티베트사회를 통치하는 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법왕의 개념과 능력은 시간이 흘러 불교사원의 활불에게 고스란히 전수되고 이식되었다.


주지하다시피 티베트 불교(藏傳佛)의 종파는 크게는 격로파(格魯派 겔룩)외에도 갈거파(擧派 카규), 살가파(迦派 싸지아), 녕마파(寧瑪派 닝마), 결낭파(囊派 줴낭)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달라이 라마가 수장으로 있는 황교(=겔룩)는 티베트사회의 정치와 정교의 중심이었다. 반면 화교는 티베트의 역사와 정치에서 크게 정권을 장악해 본 적이 없는 순수한 불교종파에 불과하다. 13세기말 직공갈거파(直貢喝擧派 백교)와 살가파(薩迦派 화교)간의 세력다툼이 있었다. 치열한 정권다툼은 1290년 결국 화교의 완벽한 승리로 종결지어졌으며, 이로 인해서 백교는 중앙(라싸)에서 사원이 거의 소멸되는 참담한 지경으로 몰리며 변경으로 밀려나는 패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를 두고 티베트사에서는「임락(林洛)」(사원의 변고)라 칭한다. 훗날 1296년 백교는 다시 세력을 되찾는 듯 했으나 다른 종파들에 의해 견제의 대상이 되어 더 이상 티베트불교의 핵심 종파로 자리 잡지 못하고 변방으로 몰린다. 그러나 이 백교의 가치와 중요성은 대중성을 담보한 정치보다는 종교의 순수성 그리고 비밀스런 밀법전수에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티베트 불교사에서 가장 먼저 활불전세의 시스템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세속적 권력이 다른 종파에 비해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도의 정치 시스템(활불제도)을 창출하고 유통시킨 백교는 활불이라는 종교와 정치의 정점이 승하시(時) 일어나는 권력누수현상을 방지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을 이미 오랜 전에 발견하였던 것이다. 백교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줴낭파’는 오늘날 거의 사라졌지만 활불제도의 사상적 배경인 ‘영혼불멸’ 혹은 ‘환생’사상과 관련하여 티베트불교의 많은 종파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종파로 분류된다. 이 종파는 사람이 죽고 태어남을 반복하면서 육신은 사라지지만 영혼은 절대 불멸한다는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 가치도 없는 인간의 육신은 천계(天界)의 사자인 독수리(天鷹)에게 보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육신을 아낌없이 독수리에게 보시하는 행위는 영혼을 구제받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티베트의 수많은 활불, 그중에서도 달라이 라마는 활불들의 정점이자 수장이다. 그는 개인 비서 격에 해당하는 섭정(攝政)활불과 세속 귀족계층 그리고 사원의 고위 라마승들의 추존과 도움 속에서 궁정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활불제도 또한 전승될 수 있었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를 정점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힘의 실체(섭정세력, 세속귀족집단, 사원의 라마승)는 사실상 티베트사회의 중추였으며 권력 실세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집단들의 특징은 권력과 신분이 보장되어 있었으며 상호간에 종파와 개인의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집산을 수시로 하였다. 예컨대 달라이 라마의 승하 후에 새로운 전세영동을 찾기까지 티베트사회는 종교적 정치적으로 공백기나 다름없다. 설혹 새로운 전세영동을 찾는다해도 그가 티베트의 새로운 지도자가 될 때까지는 대략 18~20여년의 종교적 훈련기간이 필요하다. 이 정치적 공백기의 티베트 사회는 누구에 의해 움직이는가? 그리고 누구(어떤 집단)에 의해 새로운 달라이 라마는 추존되는가?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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