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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티베트 사원의 교육제도-상

기자명 법보신문

신분·재정 상태 따라 출가사원도 달라

엄밀한 이론과 더불어
정신영역 탐구 중요시


활불 명칭 얻기 위해선
‘게시’ 학위 획득해야

 

 

▲티베트에서 활불이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일반인이 출가하여 스승을 모시고 수 십 년간 공부하여 ‘게시’라는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어린 아이가 전대 활불(달라이라마 포함)의 영동(靈童)으로 확인되어 체계적으로 20년 동안 불교와 명상공부를 수행하고 인정을 받는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는 모든 티베트 아이들에게 적용된다는 공평성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7세기경 불교를 받아들인 티베트인들은 불교를 자신들의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이런 까닭에 티베트 불교는 그 자체가 티베트 역사의 궤적이고 문화이다. 따라서 티베트 사람들(특히 사원에서 공부하는 수행승)은 인생에 있어 영적 스승을 찾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또 일단 인연을 맺으면 스승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도 절대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스승을 인생의 정신적 멘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승도 아무나 제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일정정도의 수양과 근기를 갖춘 제자만이 업그레이드 된 고도의 정신수행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밀교수행에 들어가는 정관(灌頂)을 받을 때는 그 첫 번째 귀의의 대상이 바로 스승이다. 따라서 티베트에서 스승은 그만큼 막중하고도 숭고한 존재인 것이다.


1951년 이전까지 티베트 사회에서 남자들이 사원에 출가하는 것은 집안의 영광이자 개인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대부분 아주 어린시기(6세에서 10세정도)에 출가한다. 집안형편에 따라 대형이나 소형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티베트 사원교육의 특징은 출가자의 신분과 재정상태 그리고 나이에 따라 출가하는 사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신분이 미천하거나 가정의 재정상태가 어려우면 보증인을 확보해야만 비로소 사원에 출가할 수 있었다.


사원에 출가해서 소위 본격적인 수행승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들여 철저한 공부를 해야 한다. 빨간 적삼을 두르고 닭 벼슬 같은 큰 모자를 쓰고 불경을 중얼거린다고 모두다 수행승인 것은 아니다. 일단 출가해 스승을 만나 10년 이상 불교전반에 관한 공부와 명상을 진행한 뒤 일정한 관문을 통과하여야만 비로소 자격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티베트에서 사원 안에 거주하는 수행승이란 최소 일반 티베트인들의 스승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티베트에서 라마(lama)라는 단어는 ‘스승’(guru)을 의미하는 것이다. 죽음과 그 과정에 대한 수행은 수행승들이 공부하는 핵심에 속한다. 따라서 사원에서 대다수의 수행승이 정진하는 분야도 죽음과 죽음 저편의 영적세계에 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티베트사회에서 이생에서 죽음으로의 전환 그리고 인간으로의 재림에 있어서 라마승의 역할과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다. 인간이 죽음의 단계에 이르면 생물학적으로 대략 25가지의 육체적 요소가 점진적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티베트 라마승들은 이 요소들을 평소에 체크하고 조절하는 힘과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특징은 엄밀한 이론과 더불어 몸의 수행과 체험을 중요시한다. 몸의 수행을 통해 정신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다.


출가한 사원에서 소위 라마승이 되고 나면 그 다음 목표는 활불이다. 티베트에서 활불은 ‘깨달음에 도달한 자(者)’이다. 활불은 그 임무와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지만 크게는 소(小)활불과 대(大)활불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크고 작음을 떠나서 활불이라는 명칭을 얻으려면 티베트에서는 전통적인 불학시험을 통과하여 ‘게시’(格西)라는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절대조건이다. 이 시험은 활불의 수장인 달라이라마나 판첸라마의 경우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수한 지위를 활용하여 오랜 기간 동안 최고의 스승들과 같이 공부한다.

 

티베트에서 전세영동(轉世靈童=전대 활불의 환생자)으로 확인된 어린 아이가 공부하는 환경은 일반 수행승들과 비교되지 않는다. 티베트를 책임지고 있는 고위 라마승과 사원에서는 점지된 어린영동을 최고의 불교 수행자로 만들 의무와 책임이 있다. 따라서 어린영동에게 맞는 최고의 스승들을 섭외하고 분야별로 일대일 지도를 실시한다. 이러한 스승들은 대부분 불교학 박사학위, 즉 ‘게시’를 취득한 고승들이다. 이러한 특혜는 환생을 인준 받은 어린영동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래의 대(大)활불이 될 것이며 티베트 정교(政敎)의 수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영동의 교육방식은 전통적인 방식에 의거한다. 사원의 전통적인 원칙과 규율에 따라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한다. 특히 달라이라마나 판첸라마 같은 경우는 규정된 특정한 환경 속에서 매일 규칙적인 학습과 생활에 임해야 한다. 이는 티베트에서 살아있는 부처를 만들고 신격화(化)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공부방이다.

영동은 사원에서 기거하는 개인적 궁이 존재하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라양’(喇讓)이라 부른다. 라양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업무를 주관하는 몇 개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동의 음식과 침실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문, 종교 활동과 기타 일상 사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문 등이다. 이 궁 안에는 총 13명의 구성원으로 형성된 기구가 있는데 바로 ‘열내공곽(列內攻郭)’이다. 이곳은 영동의 일상생활과 학습을 담당하는 기구이다. 13명 중에 3명은 음식과 거주지를 담당하고 ‘랍흠(拉欽)’이라 불리는 경전 담당 선생님도 4명이나 상근한다.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도우미 ‘중니(仲尼)’, 즉 하인도 두 명이다. 음식 담당하는 주방장도 두 명이며 침실 관리자도 두 명이다.


‘라양’에서는 영동의 교학을 분야별로 담당하는 선생님을 초빙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선생님은 한명만이 아니고 분야에 따라 여러 명이 초빙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담당할 개인교수를 ‘옹증(雍增)’이라 칭한다. 옹증들은 모두 티베트 경전에 능숙하고 오래 동안 명상에 천착해온 고승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영동의 불학(밀교/현고)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정신적 부레인 집단인 것이다. 영동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공부는 티베트어(藏文)의 기본인 30개의 자모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경전읽기와 초사(글씨연습), 서법과 경전암송하기 등이다. 이는 기본적인 공부의 시작이다. 이것 외에도 명상과 참선을 따로 배운다.

 

이러한 기본적인 공부가 끝나면 다음 단계인 밀종의 경전과 본인이 속해있는 종파의 교의(敎義)를 체계적으로 전승받는다. 티베트불교의 서로 다른 종파는 깨달음에 이르는 서로 다른 교학 과정과 순서가 있다. 따라서 영동은 반드시 속해있는 종파가 설계해놓은 교학과정과 내용의 순서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황교는 반드시 5개의 경론을 순서대로 학습하고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과 같다. ①인명(因明:학습5년), ②반야(般若:학습4년), ③중론(中論:학습2년), ④구사(俱舍:학습4년), ⑤율학(律學:학습5년) 등이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학습하고 통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8-2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모든 학습은 ‘변경(辯經, 경론대회)’이라는 구술시험을 통하여 다음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상술의 5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게시(格西)’라는 학위 증서를 받는다. 격서는 ‘지식이 풍부한 밝은 스승’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티베트 불교학 박사를 의미한다.

 

라마승들의 최종 관문인 ‘게시’ 시험과목은 티베트불교의 기본경전인 ‘양석론(量釋論)’,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 ‘입중론(入中論)’ ‘계율본론(戒律本論)’, ‘구사론(俱舍論)’ 등이다. 시험에 통과되어도 학위는 성적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된다. 다음과 같다. ①랍연파(拉然巴), ②차연파(磋然巴), ③아림금파(阿林金巴), ④다연파(多然巴) 등이다. 이상의 4등급 중 1등과 2등은 라싸의 3대 사원에서 학위가 수여되며 그곳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3등과 4등은 라싸 이외의 지역, 예를 들어, 청해나 사천 지역의 대형 사원으로 파견되며 그곳에서 어린 출가승들의 스승으로 살게 되는 경우와 개인적 정진을 통해 켄보(堪布, mkhan-po)라는 활불의 지위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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