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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티베트 사원의 교육제도-중

섭정은 활불 여부 판단하는 최종 심판관

활불제도 하에서 섭정은
실질적 권력자로 군림
영동이 18세 되기 전까지
티베트 정교 사무 주관

 

 

▲근대에 이르기까지 티베트의 불교사원은 수행승들에게는 영적수행을 정진하는 도장이었고 일반 신자들에게는 종교적 신앙의 귀의처요 문화적(오락적 포함)으로 기댈 수 있는 공동의 학교였다.

 


역사는 인간의 생활이 모여 누적됨으로써 이루어지며, 그 생활이나 행동은 인간의 사고를 통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원동력은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고나 그 표현으로서의 생활 속에만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며, 그때그때의 체계적인 힘이 강하게 작용함으로써 그 원동력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적인 힘의 으뜸이 되는 것은 바로 ‘정치권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티베트 역사에서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불교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이 역사와 방향설정에 개입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종종 정치권력이 티베트사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불교와 사원까지 좌우하는 힘을 갖기도 했다. 티베트 역사는 불교의 힘과 사원 활동으로 유지되며, 그 불교는 정치권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구조적 이중성이 티베트사의 특색이다. 그런데 외부 세계에서는 티베트 정치권력의 핵심으로 달라이라마를 선뜻 생각한다. 과연 그러할까?


활불(달라이라마)이 되기 전, 어린 전세영동은 불교경전 공부와 함께 티베트 정교(政敎)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도 습득해야한다. 사실상 이 방면의 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훗날 티베트의 현실적인 지도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섭정(攝政)활불이라는 비서가 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주도한다. 그리고 영동이 무사히 모든 불교 학습을 끝마치고 대략 18세가 되면 섭정은 자신이 그동안 주관하고 있던 정교(政敎)의 사무를 인계한다. 이로부터 영동은 진정한 활불로 승격하는 것이며 티베트의 통치자가 되는 것이다.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化身)이다. 이는 전세(轉世)의 과정을 거쳐 인간 세상에 다시 재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는 로마교황이 신(神)의 대리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신의 화신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티베트의 전세인물, 특히 달라이 라마의 전세영동에 대한 투명성과 합법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하여 티베트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 즉 환생의 절차와 인준과정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전생의 환생자라는 투명성을 확보하는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티베트에서는 모든 이들이 환생의 과정을 매우 신뢰하며 존중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달라이 라마와 같은 큰 활불의 환생과정을 주관하고 이끌어가는 인물과 집단이 특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섭정(攝政)활불과 그를 따르는 황교의 고위 라마승이다. 섭정은 전세영동의 탐사대로부터 보고받은 조사과정을 바탕으로 중요한 종교수장과의 심의를 거쳐 최종 인준보고서를 주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종의 최종 심사자인 것이다. 섭정은 준비된 최종보고를 ‘민중대회(民衆大會)’라는 티베트 의사결정 기구에 보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민중대회는 실질적으로 티베트 황교(겔룩파)내의 최고 의결기구이다. 이는 달라이 라마의 체계가 황교로부터 시작됐고 기타 여타 종파보다도 황교의 권위가 우월하기 때문에 이 기구에서 최종 인준심사를 주관한다.


섭정 또한 대부분 황교출신의 활불이다. 결국 15세기 황교가 티베트불교의 지존으로 등극한 이후 줄곧 최고의 종파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황교 출신의 섭정과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신권과 교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전대 활불의 어린영동이 확인되면 섭정의 관리와 보호아래 장기간 교육에 들어간다. 대부분 불교공부이다.


티베트의 활불전세는 인준과정에서 비록 합법적인 계승의 문제를 티베트인들의 절대 신앙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통치의 연속성 문제에서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생애와 정치인생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티베트는 황교가 전성기를 이룬 이후 달라이 라마 시스템으로 사회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즉 달라이 라마는 종교적으로 살아있는 부처이며 정치적으로는 최고의 수장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이 라마가 교권(敎權)과 신권(神權)을 모두 장악하며 티베트사회를 이끌어 왔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살펴보면 어린영동(훗날 달라이 라마)으로 점지되는 시기는 모두 유아기의 시기이다. 따라서 어린영동이 성장하고 티베트 정교(政敎)의 실질적인 수장으로 옹립되는 시기까지는 기나긴 과도기의 시간이 소요된다.


티베트의 관례상 최소 18세가 되어야만 성년으로 인정되며 비로소 옹립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때까지는 어린 영동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섭정의 역할이 두드러지며 중요시된다. 다시 말해서 어린 영동이 티베트의 지도자로 군림할 수 있는 18세가 되기 전까지 대략 10년 이상의 공백기는 섭정의 막후 활동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어린영동의 명의로 섭정이 모든 권한을 쥐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 영동이 훗날 달라이 라마로 옹립이 되더라도 섭정활불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티베트의 역사를 추적하면 단 두 명의 달라이 라마만이 섭정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5대 달라이 라마(阿旺洛桑嘉措, 1617~1682)와 13대 달라이 라마(土登嘉措, 1876~ 1933)이다.


달라이 라마는 ‘환생’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인해서 전세영동으로 확인되면 어린 시절 포탈라 궁전에 들어와 일련의 교육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연령에 이르기 전까지 섭정에 의해서 모든 사무가 처리된다. 활불의 전세제도에서 섭정의 출현은 매우 필연적인 부산물이었다. 섭정은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기 전에 임명하거나 아니면 회의를 통하여 선발한다. 따라서 섭정이 어떤 종파 그리고 어떤 가문의 사람이 되느냐에 따라서 티베트의 종교와 정치의 방향이 달라졌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와 섭정의 관계는 ‘종교적 상징’과 ‘실질적인 정치권력’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9대 달라이 라마가 10살, 10대, 11대, 12대 달라이 라마가 각각 21살, 18살, 20살에 요절했다. 이들의 죽음이 정치적 암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는 오래전부터 대두되어왔다. 대략 1세기 반에 걸치는 1750년에서 1895년 사이에 달라이 라마가 실제로 교권과 신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기간은 단지 7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당시 달라이 라마의 지위와 통치권이 매우 불안했음을 시사해준다.


외부와의 소통을 담당하고 대외적인 사무를 총괄했던 섭정의 권력은 사실상 어린 영동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었으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활불제도가 탄생한 이래로 티베트의 섭정은 보이지 않은 실질적 권력자였던 것이다. 섭정은 개인적 집권연장을 통해 속해있는 종파(황교)의 번영을 도모했다. 이는 티베트사가 종교사인 이유와 맥을 같이한다. 티베트는 역사이래로 불교종파와 종교전쟁이 끊이질 않은 사회였다.

 

수많은 불교종파가 난립하는 가운데 신도들과 민중들의 신뢰를 받는 방법은 저명한 활불의 존재와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각 종파마다 사원은 활불의 전세를 체계화하고 제도화시켰다. 그중에서 황교는 달라이 라마와 판첸라마라는 상징적 대중적 활불을 창출해냈으며 이로 인하여 티베트사회의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섭정활불이 있었다. 그는 티베트를 기획하고 재구성하고 총괄하는 실질적인 수장인 것이다. 

 

심혁주 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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