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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사랑 작은 음악회 풍경소리' 참가기

기자명 임의진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예수쟁이 사회자 설쳐도 되는가 걱정

연꽃 든 불자들 환영에 근심 사르르"




날마다 도끼를 들고 산골짝을 헤매고 다니시는 스님이 계셨다. 산아래 사람들은 이 해괴한 일을 놓고 소곤거렸다.

"요새 스님 얼굴이 확 피어 부렀드라고. 도끼로 노루 사슴을 잡아 잡수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음 그렇게 얼굴이 좋아지실 리 없지." 하루는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스님의 뒤를 몰래 밟아보게 되었다. 스님은 늦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옹달샘의 얼음을 도끼로 깨뜨리고 계셨다. 목마른 노루 사슴에게 샘물을 길러주신 스님. 나에게 증심사 일철스님은 도끼스님만 같은 분이시다.

종교의 집안이고 시민사회 단체의 주소고 뭐고 따지지 말고 이 나라 남쪽 백성들의 어머니인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을 정기적으로 갖자고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북한산 자락을 관통하는 도로가 무등산에도 계획되지 않으라는 법 없기에 미리 외양간을 고쳐놓자고 그랬다. 결국 7월 24일 보름날 각 종교의 성직자들과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 광주 시민들까지 무려 5백여명이 '무등산 증심사 음악회 풍경소리 1'의 주인공이 되었다. 목사인 내가 이번 음악회의 사회를 맡게 되었다.

부처님 전에서 수염을 댓자로 기른 예수쟁이 목사가 고삐 없이 설쳐도 되는가 싶어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백합꽃을 든 예수님과 연꽃을 든 부처님이 맨 앞좌석에 나란히 앉아 뜨거운 박수와 꽃다발로 나를 격려해 주셨다. 참교육학부모회 엄마들의 손을 잡고 절집 나들이를 한 '광주 아름나라 중창단' 아이들이 생명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동요와 율동으로 음악회를 쨍쨍한 기운으로 열어주었다. 이날 공연의 노래손님은 나의 오랜 길벗이며, 강원도 대관령 자락 깊은 산중에 남매처럼 닮은 꽃동무와 둘이 은둔하여 전화도 없이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살고 있는 김두수 님이었다. 김두수 님은 '시오릿길' '꽃묘' '귀촉도''보헤미안' 등 의미심장한 가사와 신비로운 음률의 노래로 마니아들 사이에 음반마다 수집 표적 대상인 가수다.

그는 10여년의 잠행 끝에 최근 4집 음반 '자유혼'을 내어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두수 님은 '산', '들엔 민들레', '나비' 등의 대표곡과 반달 등의 동요를 빼어난 기타 솜씨와 하모니카 소리,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음악회 중간에는 이야기 손님으로 「아제아제바라아제」의 소설가 한승원 선생님을 모셨다. 증심사에서 가졌다는 결혼식을 소재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음악회가 무르익을 즈음, 보름달이 머리 위로 둥실 떠서 우리들은 모두 밤하늘을 우러렀다. 아- 달빛의 기막힌 부조였다. 별을 보고 달을 보고 사는 일, 별을 우러르며 메시아를 찾아 나섰다는 동방박사 이야기가 문뜩 떠올랐다.

우리는 우러러야 하는 것이다. 이 초록의 숲에서 우러러야 하는 것이다. 직녀에게의 작곡가 박문옥씨가 올라와 '직녀에게'를 다같이 부르며 풍경소리 2를 기약했다. 그냥 헤어지기엔 아쉬워서 손을 놓지 못했다. 신부님과 스님과 목사님과 교무님도 오래도록 손을 놓지 못했다.



임의진 남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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