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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일시호일

기자명 법보신문

옛 스승이 선물한 만금짜리 다섯자 법문
날마다 행복해지는 길 찾기는 각자의 몫

원문: 擧 雲門垂語云하기를 十五日以前은 不問汝하겠으니 十五日以後를 道將一句來하라
自代云하기를 日日是好日이다 (벽암록)

 

번역: 운문선사가 대중에게 교훈적인 말씀을 제기하여 말했다.


“이미 지나간 15일(보름) 이전의 일은 너희에게 묻지 않겠다. 앞으로 맞을 15일 이후에 대하여 한 마디 일러보라.”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운문선사가 사람들을 대신하여 말했다.


“날마다 좋은 날!”

 

일자천금(一字千金)이란 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여불위(呂不韋)가 ‘여씨춘추’를 편찬할 때 이 책 속에 있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한 글자에 천금을 주겠다고 하여 생긴 고사이다. 훌륭한 언구나 문장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우리 선가에도 일전어(一轉語)란 말이 있다. 선사가 거두절미하고 한 마디 말로써 미혹을 깨부수고 심기를 일전시켜서 전미개오(轉迷開悟)하도록 하는 법문이다. 이런 선사의 선문답과 가르침이 공안 화두로 편집되었다.


윗글은 ‘벽암록’에 나오는 당나라 때 운문종의 종조인 운문 문언(雲門 文偃, 864~949)선사의 화두 내용이다.


운문선사는 선불교에서 무수한 공안을 창조한 최고의 조사이다. 화두는 조사가 제자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기 위해 만든 일종의 로드맵이다. 따라서 상징적이고 교훈적인 가르침이 담겨있는 고도의 교육프로그램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 섣달 보름날 법회에서 대중에게 새해 선물로 준 만금에 값하는 다섯 자 법문(日日是好日)이다.
시간은 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고,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무상하다. 지나간 시간이나 일에 집착해 봐야 아쉬움만 남아 고통뿐이다. 선사는 놓아버리라고 가르친다. 방하(放下)하면 벗어난다. 집착하면 묶인다.


그래서 “15일 이전의 일은 묻지 않겠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도 열반유훈에서 “세상은 무상하게 변화하니 정진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하신 것이다.


365일 날마다 행복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약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부처도 부럽지 않고, 대통령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운문선사는 ‘날마다 좋은 날’이란 법상수훈(法上垂訓)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나머지는 우리의 몫이다. 어떻게 하면 365일을 좋은 날로 살 수 있을까?


이것이 제자들에게 던져준 화두 공안이다. 만 가지 길과 답이 있다. 빠른 길도 있고 느린 길도 있다. 날마다 행복한 길도 있고, 100일만 행복한 길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깜냥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받아들이면,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바람이 불고, 가을에는 달이 뜨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365일 날마다 호시절이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고 마음먹기에 따라 제각기 극락과 지옥이 생기고, 부처와 중생의 삶이 펼쳐진다. 좋다 싫다, 크다 작다, 내 편 네 편 하는 시비 분별 망상 때문에 세상의 고통이 생긴다.


그래서 선사는 일구월심 상대적인 편견과 시비심을 떠나 중도를 찾으라고 설파하는 것이다.

 

▲김형중 법사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지혜와 환생을 상징하는 뱀의 해이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생각을 새롭게 하여 날마다 좋은 날을 맞이하길 기원한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법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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