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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합장

기자명 이성운

진실한 합장은 그 자체로 으뜸공양

산문을 들어설 때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거나 길거리에서 스님이나 법우를 만날 때 불자들은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댄다. 만일 한 손에 무엇을 들었다면 다소곳이 한 쪽에 놓는다. 때로는 급한 마음에 한 손만을 올리며 인사를 하기도 한다. 합장을 한다는 것은 어떤 손에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텅 빈 손이 되었을 때야 가능하다.


합장은 단순히 처음 만나는 인사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법회의식을 행할 때 법문을 들을 때도 언제나 합장하고 경청한다. 마치 설법인이 부처님의 수인이라면 합장인은 제자의 수인이라고 할 만큼 불자의 징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합장게송은 합장의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두 손 모아 한 송이 꽃이 피니
(合掌以爲花)
이 몸은 공양하는 그릇이로세.
(身爲供養具)
정성스런 그 맘의 진실한 향
(誠心眞實香)
향 연기 두루 퍼짐을 찬탄하도다.
(讚歎香烟覆) 
 
두 손을 합장하는 순간, 두 손은 이제 두 손이 아닌 한 송이 향기 나는 꽃으로 피어난다. 그러니 내 몸은 꽃을 바치는 그릇이 된다. 합장으로 피운 꽃에서 나온, 불자의 마음이 담긴 향기는 일체 경계에 걸림이 없이 멀리 멀리 나아가고 삼천세계를 다 덮고 두루 계시는 한량없는 부처님께 우리의 신심을 전하고 공양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게송의 셋째 구 마지막 글자 향(香)이 20세기 이후 판본에서 상(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후 맥락보다 독립된 구절로 이해되기도 한다. 가령 “모두워진 이 손을 연꽃인 양 여기오면 몸 또한 님의 뜻 받드옵는 공양구이옵니다. 정성스런 이 마음 진실된 모습으로”이라고 하여 합장은 꽃이고 몸은 공양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공양구라는 인식은 필자의 인식과 다르지 않지만 일상과 별상으로 달라진다. “님의 뜻 받드옵는 공양구”의 의미로 확대되고 다양해지지만 필자가 말하는 ‘공양구’는 합장이라는 꽃이 핀, 꽃을 담은 공양구에 한정된다.


영산회(재) 때, 이 게송은 향과 등불과 꽃으로 찬탄하고 삼보에 귀의하고 난 뒤 법회가 열린다는 것을 부처님들께 알리는 ‘고향게(告香偈)’ 이전에 외운다. 그런데 삼귀의를 마치고 바라를 울린 후 행하는 고향게송의 향연은 법회를 열 때 처음 하는 할향의 연향(향 사름)과 달리, ‘성심의 진실향연’인 합장게송의 향연이라고 필자는 이해한다. 할향은 연향을 하고 하는 찬탄과 외침이라면 고향의 향연은 합장의 꽃에서 나오는 정성스런 진실향의 향연이라는 것이다.


또 이 게송은 예불 때 올리는 오분향과 의미와 기능은 비슷하지만 형식은 차이가 있다. 오분향은 한 줄기 향을 사르고 읊고 관상하는 데 비해, 이 게송은 향이나 꽃과 같은 일체의 공양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몸의 두 손이 유일한 공양물이다. 두 손이 꽃이고 이 몸이 합장이라는 꽃을 바치는 법구이자 불기이다. 여기에 오로지 하나 정성스럽고 진실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 마음을 합장이라는 꽃의 향으로 가장 진실한 공양물로 전화된다.

 

▲이성운 강사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기만 하면 으뜸의 공양이 되고, 제자의 마음을 부처님께 전해주는 사도(使徒)가 되는 합장. 정성스런 마음의 진실한 향연이 가득한 합장에는 이미 인사하는 이와 인사 받는 이가 하나 되고 전해 올릴 바람조차도 사라져버린, 상대를 떠난 절대의 아름다움만이 충만할 뿐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jabidj@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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