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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염송’ 한문 주석 9400개로 재해석

  • 교학
  • 입력 2013.01.29 17:06
  • 수정 2014.09.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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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평심사 정원 스님
‘선문염송집표주’ 완성
공안 출처 등 상세 풀이
“염송 최고 해설서” 평가
웹하드에 무료로 제공
 

‘천하제일의 선서(禪書)’로 일컬어지는 ‘선문염송’. 고려 혜심국사에 의해 편찬된 이 책은 스님이 채집한 공안 1125칙과 수선사 제3세 국사인 몽여 스님이 모은 347칙의 공안을 더해 편찬한 것으로 한국 최고의 선서로 꼽힌다. 특히 ‘선문염송’은 한국 간화선의 정착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선문염송’은 그 유명세에 비해 연구는 극히 미비했다. 이 책이 온전한 우리말로 번역된 것도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다. 이런 가운데 천안 평심사 정원 스님이 방대한 선문염송의 출처를 일일이 밝히고 그에 대해 상세히 풀어쓴 ‘선문염송집표주(禪門拈頌集標註)’을 완성해 일반에 공개했다.

은둔의 학승이 이룬 업적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선문염송집표주’은 각각의 공안에 대한 정확한 출처를 밝히는 등 940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주석이 특징이다. 더욱이 서문부터 해설까지 모두 한문으로 써내려갔다는 점도 놀라운 점이다. 지난 1995년 ‘선학사전’(불지사 간) 편찬자로 참여했던 이철교 선생은 정원 스님의 ‘선문염송집표주’을 대단히 높이 평가했다. 비록 일반인들이 읽기 어렵기는 하지만 원전에 대한 철저한 주석은 이 책이 발간된 이후 나온 연구서나 번역서들 중 단연 돋보인다는 것이다.

정원 스님이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말처럼 극단적인 학문에의 매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0년대 출가 때부터 경전과 선어록을 사경했다는 스님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학문정진’에 돌입했다. 작은 사찰 공간을 무문관 삼아 ‘글을 읽다가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고려대장경, 속장경, 대정신수대장경, 한국불교전서, 조선불교통사 등을 한권씩 독파해나갔다. 막히는 부분은 중국의 ‘한어대자전’을 참고했다. 하루 13~14시간씩 10년간 한눈팔지 않고 ‘문자삼매’를 이어갔고, 결국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대장경들을 1번도 아닌 2번이나 완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옛 경전과 선어록을 다 읽고 났을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한어대자전이 너덜너덜해진 것도 그 중의 하나겠지만, 경전과 선어록의 뜻이 통하는 것은 물론 난해했던 선어록의 내용이 절로 눈에 들어왔다.

이후 스님은 ‘벽암록’을 비롯한 ‘현구집’ ‘태화당수세록’ ‘대장사원’ ‘조정사원’ 등 웬만한 학자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저서들에 대한 방대한 해설을 한문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선문염송집표주’도 지난 2년간 선문염송과 각종 문헌들에 매달려 일궈낸 성과다. 스님이 한문을 고집하는 것은 이것을 한글로 해설할 경우 그 분량이 감당할 수 없도록 많은데다가 한글로 번역하더라도 읽을 사람들은 극히 드문 상황에서 차라리 이 분야를 연구하는 다른 나라 학자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선문염송집표주’ 작업을 모두 마친 스님은 최근 3만개의 표제어를 목표로 선종 사전 편찬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비록 일본 고마자와대학에서 10만 어휘가 담긴 ‘선학사전’을 펴냈지만 일본 지명, 인물, 책이름 등을 빼면 정작 중요한 것은 2만개도 안 된다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그나마 중국의 선종사전은 표제어가 1만개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정원 스님은 그동안 연구 성과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웹하드(www.webhard.co.kr)를 통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디는 pyungsimsa, 비밀번호는 7503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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