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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티베트 자연환경-하

기자명 법보신문

척박한 자연, 인내 해야만 얻을 수 있다

자연조건 따른 생산방식이
신앙심·정서 형성의 토대


초창기 티베트 종교는 본교
주술 성향 강한 샤머니즘이
환생 신봉 문화형성에 영향

 

 

▲티베트의 원시종교인 본교는 오늘날 라싸보다는 외곽 쪽에서 그 의례와 사원, 본교도를 만나 볼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본교의 제사의식이나 생명사상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만났다. 인연이 되었는지, 아님 의식적으로 이 황량한 고원에서 다시 한 번 만남을 의도하였는지 10일 후, 우리는 배시시 웃으며 다시 만났다. 마치 가족처럼.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엄마의 육체는 매우 힘들어 보였으나 얼굴은 왠지 모를 미소와 희망이 엿 보였고 그 아들도 10일 전의 아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10일 동안 이 모자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경험했을까.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들 모자도 그 짧은 시간 속에서 티베트 자연의 일부분이 되지 않았을까. 엄마는 아들에게 아들은 엄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욕구와 충동의 독소를 티베트의 자연 속에서, 길 위에서, 졸졸 흐르는 도랑물 속에서 그리고 유채꽃과 건조한 바람 속에서 날려 버렸나보다.


필자가 티베트를 걸으면서 느낀 건, 내면적 깨달음은 결코 쉽고 재미있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아픈 다리를 참아가며 걷고 또 걸어 깊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야만 호랑이를 볼 수 있듯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오래도록 인내하고 공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연인의 마음처럼, 깨달음은 에너지를 쏟고 마음을 들여야 한다.


아마도 이 어머니는 아들에게 인생에 있어서 재미있고 쉬운 것보다 ‘타인의 삶’과 ‘절실함’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기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타인의 의식주를 보면서, 그러한 의식주를 버텨주는 그들의 가치관을 보면서 쉽고 재미있고 편안하게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저 아래 물질문명의 세계로 돌아가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쩔 줄 모르고 징징거리기보다 아파하고,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20대의 아들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티베트인들은 불편한 환경 속에서 어떤 육체적 순응과 정신적 진화를 보여 왔을까? 일반적으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조건은 살아가는 생산방식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그러한 생산방식은 주관적 사유(思惟)를 형성시킨다. 즉 신앙심과 모든 정서적 감정은 결국 각 개인의 생활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생활방식이나 생활신조는 그들이 활동하는 자연적 사회적 환경을 토대로 한다는 것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과의 순응과 대응 속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삶을 부지하면서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토대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이는 종교의 형태로 나타났다. 티베트는 지리적으로 보면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 네팔의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네팔의 동쪽에는 시킴과 부탄이 있어 티베트 문화권의 남부를 형성하고 있으며, 티베트의 서쪽은 라다크를 따라서 캐시미르와 접하고 있다. 따라서 티베트인들은 고대로부터 자연스럽게 이 인도와 네팔로부터 불교를 습득했다.


초창기 티베트의 종교는 샤머니즘 성격이 강한 본교(本敎)였다. ‘본’이란 티베트어로 ‘외치는’ 사람 또는 ‘신을 부르는’ 사람이란 뜻이 있다. 이 교의 샤먼은(Shaman)은 검은 모자를 쓰고 북을 치면서 인간에게 폭풍우와 질병 등의 재앙을 가져다주는 악마와 싸움을 벌이다가 종당에는 자신의 요술 그물로 악마를 격퇴한다. 그는 또한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올라가서는 눈 덮인 산에 살고 있는 신들의 계시를 구하며, 그 계시를 어떤 신물(神物)이 자기에게 접했다고 생각하는 빙의(憑依)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곤 한다.


또한 본교에서는 단신(斷身)의식이 존재했는데 이는 인간이나 동물의 사지를 분리하는 것이다. 이 단신의식은 ‘환생’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본교는 훗날 두 가지의 상장 유형을 나타난다. 토장(土葬)과 천장(天葬)이다. 이 둘의 상장의식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단신의식과 환생사상이다. 당시 단신의식을 주관하던 무당(巫師)은 스스로 자신의 몸이 절단되어 피와 살, 그리고 뼈로 나누어져 여러 귀신들에게 바쳐지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경험이 있는 티베트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기도 한다.


“의식이 진행될 때 ‘단신’의식을 주관하는 주례(무당)가 당사자에게 ‘이제 끝났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일종의 새로운 몸을 얻은 느낌이었다.”


이러한 단신의식은 형식과 내용상에 있어서도 샤머니즘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티베트에서 본교는 시기적으로 서로 다른 종파와 이합집산을 하면서도 사상적인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자연숭배사상’이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한 ‘영혼의식’이었다. 본교는 만물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영혼이 있다고 믿었으며 그 영혼을 숭배하고 경외하였다. 따라서 그(영혼)에 대한 제사의식을 종종 주관하였는데 그 방식은 혈제(血祭)와 연제(烟祭)를 추구하였고 이를 주관하는 사람은 무사(巫師)라는 신령(神靈)스런 능력을 가진 매개자였다. 이 무사는 티베트 고대의 부락사회부터 존재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티베트의 관혼상제를 주관하는 전문적인 직업인이 되었다.


티베트에서 영혼을 숭배하는 이유는 크게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로 사람의 육체에는 영혼이 있고, 이 영혼은 육체를 이탈할 수 있으며, 육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동시에 일부분 영혼들은 육체를 이탈하여 다른 동물과 무생물 등으로 기탁하여 부유(浮遊)할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 초자연적인 신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영혼부유(靈魂浮遊)설은 티베트 원시종교인 본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상은 티베트에서 활불(活佛)의 전생사상이 대두하게 되는 주요한 배경 중의 하나가 되었다.


본래 전생사상은 사후의 안위를 바란다고 하는 입장에서 불교나 기독교 및 다른 종교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상이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일종의 설화로서, 선인은 선과, 악인은 악과라는 종교 윤리적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티베트불교의 전생사상은 수행승이 수행을 함으로써 얻은 (비밀)불교적 주술력 혹은 티베트요가의 힘으로 이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또한 덕이 높은 수행승이 죽은 뒤 그 영혼이 어린 유아의 육체에 전생하는 경우, 누가 그 육체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은 유아 자신은 물론이고 그 친족조차도 전혀 알 수 없는 우연의 소치이지만, 육체를 제공함으로써 유아 및 그 친족이 받는 과보는 매우 크다. 또한 이 전생 능력은 한평생 수행을 쌓은 라마, 즉 고승에게만 인정되는 것이며, 재속자(者)가 쉽사리 발휘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티베트인들이 윤회와 환생의 원리를 신뢰하는 이유는 당시 인도에서 전입된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바도 컸겠지만, 동시에 티베트인들 자신이 종교적인 주술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즉 주술 등을 좋아하고 샤만을 믿으며 때로는 마술적인 것까지도 좋아하는 민족성이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티베트인들의 특질은 티베트의 토착종교인 본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토양에서 배양된 것이며 척박한 환경적 요인에서 배양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계속)


심혁주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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