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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도무난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 마음은 본래 청정
오염시키지만 않으면
별도 수행할 필요 없어
분별타파가 수행 본분

 

원문: 至道無難이요 唯嫌揀擇이니 但莫憎愛하면 洞然明白이네(신심명)


번역: 지극한 도에 이르는 길은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간택하는 마음을 꺼릴 뿐이네.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없으면 본래마음이 막힘이 없이 트이어 밝고 환하게 드러나네.


‘신심명’은 중국 선종의 3대조사 승찬(僧璨, ?~606)대사가 지은 책으로 본래마음의 자리인 일심중도(一心中道)의 세계를 설한 운문체 게송이다. 고래로 영가선사의 ‘증도가’, 확암선사의 ‘십우도’, 종색선사의 ‘좌선의’와 함께 ‘선종사부록’으로 널리 알려진 선서이다. 선종의 핵심사상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나타내서 선가 수행자에게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위 4언게송은 ‘신심명’ 146구 584자의 내용을 16자로 요약한 엑기스이다. ‘벽암록’에 ‘제2칙 조주지도무난’으로 나오고, ‘조주록’에도 수차례 인용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본래 청정하고 평등하다. 나의 성품인 자성이 곧 부처의 성품인 불성이다. 그대로 천진불이다. 그래서 고경(古鏡)에 이르기를 “나의 본성이 본래 스스로 청정하다. 그러니 오염시키지만 않으면 그대로 부처이다.”고 하였다. 마음을 오염시킨다는 뜻은 고요한 마음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사량분별을 하고, 시비정사(是非正邪)를 가려서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증애원친(憎愛怨親)하는 마음은 번뇌의 구름을 일으켜 스스로 고통의 지옥을 만든다.


본래불(本來佛)이니 마음을 오염시키지만 않으면 따로 수행할 필요가 없다. 좋고 싫고 하는 마음, 즉 분별심만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 시비심과 증애심을 놓아 버려라. 집착하는 마음을 놓아 버려라. 그러면 본래마음인 불성이 저절로 드러나서 부처가 된다. 이것이 역대 조사가 주장자를 휘두르며 한결같이 부르짖는 부처가 되는 깨달음의 길에 이르는 공통적인 가르침이다.


본래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가운데도 가장자리(邊見)도 없다. 실체가 없어서 모양도 색깔도 없다. 크기도 없고 무게도 없다. 비유비무(非有非無)인 공의 세계이다. 진공(眞空)이 묘유(妙有)하여 실체가 없으나 분명히 마음의 작용이 있다. 유무, 시비, 선악, 미추, 증애, 취사 등 상대적이고 대립적인 이원화된 생각이 떠나 있는 중도이다. 선가에서 깨달음이란 참선 수행을 통하여 만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주체가 되는 마음의 정체를 깨닫는 것이다. 그것이 자성 불성이고 일심 중도이다. 그래서 선종을 불심종(佛心宗)이라고 부른다.


‘신심명’에서 “깨달으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고,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생겨난다”, “득실, 시비를 놓아버리라”고 하였다. ‘신심명’은 상대적인 대립어를 통하여 일심 중도의 마음세계를 밝힌 명문 게송이다. 깨달음의 노래인 선시의 원형이다.


승찬대사는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없으면 본래마음이 막힘이 없이 환하게 드러나서 부처의 마음이다”고 했다. 어느 한쪽, 양변에 치우쳐서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애착과 취사심이 생겨서 고통이 따른다. 차별화된 생각으로 양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편견을 일으키면 실상과 진실을 바로 볼 수 없고 결국 고통을 낳게 된다.


대주 혜해(大珠慧海)선사의 ‘돈오입도요문론’에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가지고 보면 치우친 변견인 중생의 눈이며, 그런 생각을 떠나서 보면 그것이 중도 정견의 부처님의 눈이다”라고 하였다.

 

▲김형중 법사

2월24일(음 1월15일)이 정월 대보름날로써 동안거 해제일이다. 참선 수행자가 90일 동안 용맹정진하여 무자화두의 관문을 통과하는 과업이 유무(有無) 시비(是非)의 분별심과 간택심을 타파하는 것이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법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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