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북분단 괴로움부터 재인식하라

개성 공단 문제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담해 하였다. 남북한 교류의 중요한 교두보이며, 남과 북이 각각 윈-윈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 파국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눈에 보이는 손실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앞으로는 영구히 폐쇄 조치 같은 것은 없도록 하겠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 그 때의 참담했던 느낌이 좀 가라앉는 듯하다. 또 광복절을 맞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비무장 지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포함하여 전향적인 제안을 내 놓았기에, 그 동안 경색 일변도로 치닫던 남북한 관계에 새로운 물꼬가 트일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남북한 관계 개선에 대하여는 이미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춤추는 모습을 너무도 자주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남북 관계가 춤추지 못할 정도로 민간 차원의 교류 기반을 좀 더 공고히 하고, 그 수준도 좀 더 높이는 것이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한 민간 교류 가운데 종교 차원의 교류는 종교가 갖는 국경과 이념을 넘어서는 특성을 바탕으로, 남북 갈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창구가 될 수 있다. 조계종단을 비롯한 불교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남북 교류를 추진해 왔고, 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한 차원 높은, 남북 갈등의 해소에 불교가 선도적 역할을 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분야에 있어 다른 종교보다 그리 앞서지도 못한 현실에서 선도적 역할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남의 뒤만 쫓아갈 수밖에 없다. 또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는 현실적인 조그만 뒤쳐짐을 극복할 수 있는 수승한 법이 있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하면 얼마든지 앞장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다른 이념과 사상, 종교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불교의 관용성이, 오랜 세월 극단의 대립 속에 큰 차이를 빚고 있는 남북한의 사상적·정서적 차이를 넘어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계의 힘을 모으면 결코 안 될 일도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불자들의 의식을 결집시키는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괴로움을 벗어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라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큰 괴로움을 주고 있는 것이 바로 분단 상황이며 남북갈등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오랜 분단에 타성화되어 그것이 우리 민족 전체에 얼마나 큰 괴로움이 되고 있는지, 그 괴로움이 우리 개개인들에게까지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를 모르게 된 상황이다.


고(苦)의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를 벗어나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없다. 불교가 앞장서 그 괴로움을 철저히 재인식하고 그것을 벗어날 움직임을 일으킬 원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분단 상황의 극복을 시도할 동력 자체가 불안해진 이 현실을 타파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시동을 걸어야 한다. 때문에 이제 교계에서 이루어지는 법회 등에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를 비롯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교계 종단 차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남북갈등이야 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치유되어야 할 근본적 괴로움이라는 인식 아래, 전담 부서를 강화하고 전문가를 양성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

 

▲성태용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신뢰성 있는 지속적인 교섭 창구가 필요하기에, 역량을 가진 전문가를 실무 책임자로 선정해 유대를 맺어나가면서 북한문제에 대한 폭넓은 안목과 지식을 쌓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사안에 따라 정치권을 이끌 수 있는 역량이 나올 수 있다.  

 

성태용 tysung@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