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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목적 달성위한 논쟁을 멈추라

기자명 법보신문

채 검찰총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태의 진행 과정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실은 어디 가고 결국 정치만이 남는가? 검찰총장을 사퇴까지 몰아가고,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그 문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속 줄기차게 그 문제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 진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던 쪽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는 아무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끝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문제의 초점이 진실을 밝히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정치로 귀결되면 진실이란 것은 의미를 잃게 된다. 추악한 일을 벌였던 사람도 뻔뻔하게 자신은 정치적 게임의 희생자라고 강변할 수 있다. 중상모략의 희생자가 아무리 애써 진실을 밝혀도 이미 정치적 게임은 끝나버리고, 그 사람이 겪은 희생은 알아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정치적 게임으로 옮겨간 뒤이기에, 외로운 항변만이 공허하게 메아리치게 된다. 이렇게 진실이 힘을 잃게 되고, 거짓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세상이 되어가는 세태를 그냥 그러려니 보아 넘겨야 하는가? 아니 “좋은 게 좋은 거야” 하는 식으로 타성화 되어 가는 것 자체가 더욱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행태는 종교계, 가까이 우리 불교계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와 있다. 불교계에 종종 터지는 큰 스캔들을 살펴보라. 그 시작과 과정을 보고, 그것이 어떻게 끝났는가를 추적해 보라. 끝까지 그 스캔들의 진실 여부가 가려지고, 그것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진 것은 얼마나 되는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즈음이면 늘 하나둘 씩 불거져 나오는 성명서와 수많은 추문들을 보라. 그것이 거짓이라거나, 그런 것을 밝히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참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고, 불교계를 올바로 세우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진실이 판명나기까지는 그를 밝히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일과성으로 끝나고 말거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조용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적 목적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을 가졌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정치란 올바름을 근본으로 한다(政者 正也)”라는 공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올바름을 구현하여 올바른 종단을 이루기 위한 정치라면 배격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한 개인에 대한 공격에 치중하는 일이 올바른 일이 되기는 매우 힘들다.


그것은 삼류 주간지라고 부르는 것들이 주로 취하는 방식이다. 올바름을 세운다는 것은 언제나 전체적인 큰 틀을 논하고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제껏 잠잠하던 개인적 신상을 꺼낸다던가, 지엽적인 소소한 문제를 선정적으로 거론하는 방식으로 올바름이 세워지는 일은 없다.


이제 우리 불교계부터 올바름을 세워나가는 올바른 관행을 세워나가야 한다. 서로 다른 주장과 신념이 부딪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어도 좋다. 그것은 언제나 큰 원칙과 큰 틀을 세워 나가는 방향으로 펼쳐져야 한다. 선거 등의 특별한 사태가 지나가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정책과 정강 등에 대한 논의라면 얼마든지 부딪쳐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 불교계 전체의 위상을 깎아먹기만 하고, 승자는 없고 불교계 전체를 패배자로 만드는 그런 다툼은 이제 그만 그쳤으면 좋겠다.

 

▲성태용

만약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정의의 실현에 꼭 진실을 밝혀야 할 일이라면, 객관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위원회라도 만들어서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거짓보다는 추악하더라도 진실한 것이 힘을 갖는다. 그런 믿음에 바탕하지 않으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한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쳐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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