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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

기자명 법보신문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원전의 붕괴로 인한 재앙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근처에서 잡은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고 이에 항의하여 일본 정부가 사절단을 보냈다. 이 재앙은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원자력산업과 맞물려 일으킨 21세기 최대 재난의 하나로 구분되리라 생각한다.

 

1896년 6월 15일 일본 동북부 해안의 산리쿠(三陸)지역의 사람들은 축제일의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날 오후 인근 태평양에서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최대파고 33m의 쓰나미가 덮쳐 축제를 즐기던 220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고 9000채의 가옥을 파괴했다. 37년이 지난 1933년 3월 3일, 거의 같은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파고 29m의 쓰나미로 산리쿠 지역에서 1500여명의 사망하고 실종자와 부상자는 13000여명에 이르렀다. 7000여 가옥이 파괴되었고, 그중 5900여 채는 바다로 휩쓸려 나갔다.

 

왜 산리쿠 동쪽의 태평양 해저에서 쓰나미를 수반한 대규모 지진들이 자주 발생하는지를 1960년 대 판구조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지진학자들이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판구조론은 일본 해구에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을 향하여 대략 년 8cm의 속도로 이동하여 유라시아판 하부로 비스듬이 섭입하면서 판의 경계에서 지각이 대규모로 깨어지면서 대규모 산리쿠 지진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 지진들에 수반하는 해저지각 단층운동의 수직성분이 쓰나미를 일으킨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일본해구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쓰나미를 수반한 대규모 지진들이 발생하게 된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은 이전 1896년과 19933년 산리쿠지진의 진앙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일본해구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발생한 최대파고 40m의 쓰나미가 내륙으로 10km까지 진출하였다. 이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피해는 엄청나 15800여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6100여명, 실종자는 2600여명에 이르렀다. 129000여 건물이 완파됐고, 254000여 채가 반파했고 690000여 채가 파손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파고 10~11m에 이르는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쳐 원자로 냉각시스템을 파손하여 가열된 격납용기가 폭발하는 치명적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방사능물질이 대기, 토양, 지하수, 해양으로 대량 방출하여 이 지역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에 고려되는 지진위험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지진에 의한 지반진동이고 둘째는 쓰나미이다. 지진재해 평가방법에는 결정론적 방법과 확률론적 방법이 있다. 결정론적 방법은 원자력 발전소가 무한대의 시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 지진재해도를 평가한다. 확률론적 방법은 일정한 기간, 예로서 발전소의 수명에서 발전소가 경험할 수 있는 특정 재해도의 확률을 평가한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쓰나미 재해도 평가에서 1896년과 1933년의 산리쿠 지진들의 최대파고 수십m인 쓰나미의 역사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했었다. 불과 파고 10~11m의 쓰나미에 원자력발전소가 침수된 것은 결정론적 또는 확률론적인 어느 평가방법을 적용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쓰나미 재해의 과소평가라 아니할 수 없다.

 

▲이기화 교수
쓰나미가 원자로를 침수하지 않도록 작은 비용으로 높은 방수벽(sea-wall)만 쌓았으면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나 원자력산업계가 돈 버는 데만 골몰했지 중차대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옛사람이 “일에 앞서 반드시 위험을 막고 위험에 임하여 요행을 구하지 말라(必先事而防危 不臨危而求幸)”라고 말했다.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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