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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본 조선불화 100년만에 고국 품으로

  • 교학
  • 입력 2014.01.08 11:49
  • 수정 2014.01.16 11:12
  • 댓글 0

가로 세로 3m 넘는 대형불화
1730년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
전문가들 “보기 드문 수작” 평가
국외소재문화재단 환수 주도
유물 활용 및 기증 대상 검토

▲ 미국 허미티지박물관이 기증한 석가삼존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일제강점기 해외로 반출된 뒤 100여년 간 일본과 미국의 고미술시장을 떠돌던 희귀본 조선불화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단(이사장 안휘준)은 1월7일 기증 방식으로 돌려받은 미국 허미티지박물관 소장 조선불화를 처음 공개했다.

1730년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조선불화는 318.5cm×315cm의 크기로 비단에 채색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불화 형식의 현존 유일본 및 대형불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석가삼존도’ 형식의 이 불화는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그렸으며, 10대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 존자를 석가모니 앞에 배치했다. 불화 전문가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광배나 대의(大衣) 문양 등이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 양식이고, 삼존의 구도와 영락장식 등 보살의 표현이 1731년에 제작된 송광사 응진전 ‘석가모니불도’와 매우 유사한 점에서 제작시기를 1730년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 불화가 큰 주목을 받는 것은 기존 불화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석가모니 부처의 좌우 상단부에 작은 모습 등으로 묘사된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두 인물이 석가모니 부처님 하단 전면에 크게 부각돼 서로 대화하듯 극적으로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

조선불화 전문가인 김승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은 “이 불화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파격적인 도상양식을 갖추고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희귀할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아난존자, 가섭존자, 석가모니 부처님의 좌우 협시불 등 등장인물의 섬세한 표정 묘사는 일찍이 조선 불화에서 보기 드문 수작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사찰 대웅전 후불탱화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 불화는 일제강점기 초반 국내 어느 사찰에서 무단으로 뜯겨져 일본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미술품상 야마나카상회에 넘겨졌다. 그 곳에서 불화의 일부분에 대한 수리 및 보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수리하던 기법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 불화는 일본을 거쳐 1942년 미국 오하이오주 오톨레도박물관에 잠시 전시되는 등 미국 내 미술관 및 미술품 시장을 떠돌았다.

그러던 중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일본 재산의 몰수를 위해 설치한 ‘적국자산관리국’(Office of Alien Property Custodian, APC)에 의해 야마나카상회의 모든 미술품이 몰수됐다. 미국 정부는 몰수된 야마나카상회의 미술품을 모두 경매에 넘겼고, 이때 불화도 6500달러의 경매가로 1943년 뉴욕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유찰을 거듭해 마침내 1944년 최종 낙찰가 450달러에 허미티지박물관에 팔렸다. 식민지 시절 뜯겨진 불화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제2차 세계대전의 회오리 속에서 일제의 유품으로 낙인찍혀 미국 정부에 손에 넘겨진 뒤 미국의 한 박물관에 팔려간 것이다.

이후 불화는 마땅한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채 보관되다가 1954년 버지니아주 노포크박물관(현 크라이슬러박물관)에 20년간 장기 대여 형태로 전시됐다. 1973년 다시 허미티지박물관에 돌아온 불화는 둥글게 말려 천장에 매달린 채 40년간 사실상 방치된 채 보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버지니아주 박물관협회는 이 불화를 ‘위험에 처한 문화재 10선’에 선정된 가운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국외문화재 조사작업을 통해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이 불화의 반환은 나라 밖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해당 국가의 소장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뜻 있는 기업의 후원과 함께 기증의 형식으로 반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는 앞으로 국외 문화재 반환 및 환수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허미티지박물관에서 기증받은 불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 7월과 10월 허미티지박물관을 직접 방문해 불화의 보관상태 등을 직접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위원회를 수차례 열어 반환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어 소장기관인 허미티지박물관측과 본격적인 반환 협의에 착수했다. 특히 재단은 “불화가 국내에 다시 돌아올 때 비로소 학술적, 예술적, 종교적 가치도 더욱 커질 뿐 아니라 복원을 통한 연구와 전시 등 적극적인 활용으로 보다 더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에 허미티지박물관 이사회 측도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보다 대한민국에 속할 때 보다 더 잘 보존되고 널리 사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기증을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100년 동안 나라 밖을 떠돌던 불화의 귀향이 최종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Riot Games Korea)가 허미티지 박물관에 박물관 운영기금 3억원을 기부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12월19일 국내로 돌아온 조선불화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재단 측은 기증반환 받은 유물의 관리 및 전시 활용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대상기관을 선정해 기증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편 재단은 이번 불화 조사과정에서 일본의 미술품상 야마나카상회가 미국 내 미술품 시장에서 우리의 문화재급 미술품을 판매하다 미국정부에 의해 강제 압류되어 경매(1943~1944)에 내 놓았던 목록과 그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서 불법 유출돼 미국 시장에서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미국 정부가 압류한 야마나카상회 경매 목록에 대한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29호 / 2014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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