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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철회와 화쟁사상

철도노조가 조계사로 들어오고, 조계종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화쟁위원회가 대화로 문제를 풀게 하는데 나서는 등 숨 가쁜 과정이 이어졌다. 그러다 정부에서 원칙을 내세우며 수서발 KTX법인 면허 발급을 결행하면서 양자가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 됐다. 그러한 극단적인 대립을 중재하려고 다시 바쁘게 일정을 잡는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와 다른 한쪽의 일방적인 굴복의 모습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며 어떻게 끝나는가, 또 어떤 모습으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갈등과 투쟁에는 원칙과 정의에 관한 것이 있으며, 쌍방의 이해에 관한 것이 있다. 물론 이것이 엄격하고도 분명하게 나누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별될 수 있다. 그 가운데 전자, 즉 원칙과 정의에 관한 문제에는 엄격하고도 공정하게 원칙과 정의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원칙에 위배되고 정의를 거스르는 것에 대한 타협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더 큰 원칙을 세워야 한다. 반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언제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 그러한 투쟁과 갈등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와 패배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패배한 쪽의 일방적인 굴욕은 감정의 앙금이 되어 더 큰 갈등을 일으키기 마련이기에, 이런 방식의 승리는 승자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철도문제는 과연 어느 쪽에 해당하는 것일까? 일단 노사 간의 갈등이기에 후자에 속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인 문제에 있어, 민영화를 한다고 하지 않는데 민영화의 수순이 아니냐고 문제를 삼아 파업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원칙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철도노조의 발목을 잡은 모습이 되었다. 정부가 그런 원칙을 강력하게 내세우며 강경일변도의 태도로 나갔고,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보태지면서 철도노조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종결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양상은 노사 간의 이해문제로 인한 갈등이라는 성격을 벗어날 수가 없고, 그것이 한쪽의 일방적인 압도로 끝난 것 같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현안으로 뜨거운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 문제는 국가의 근본과 관계된, 여야가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분명하게 사실을 밝혀야 할 아주 원칙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 문제에 정치적인 입장이 개입되어 마치 이해관계에 관한 갈등처럼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선 엄한 사실규명과 책임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이후의 정치적인 판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범주가 뒤섞인 듯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 현실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화쟁위원회라는 이름은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에서 비롯됐다. 화쟁사상은 이(理)와 정(情)이라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다툼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것을 교리 문제가 아닌 사회의 갈등에 적용하면 옳음과 정서라는 두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 성태용 교수
양쪽이 내세우는 옳음을 각각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그들의 정서까지 달래 주어야 온전한 화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과연 철도 문제 해결은 얼마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미진한 부분, 양쪽의 정서 문제가 아직 새로운 갈등으로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생각하고, 그것을 보듬는 후속의 조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228호 / 2014년 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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