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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아차림 명상과 게슈탈트 상담

기자명 인경 스님

알아차림, 심리치료에 적용된 대표 사례

알아차림(sati) 명상을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적용한 대표적 사례는 펄스(Perls)의 게슈탈트(Gestalt)가 있다. 여기서 ‘게슈탈트’란 모양이나 형태, 이미지를 말한다. 예를 들면 사진을 찍을 때, 처음에는 흐릿한 대상이 점차 형태가 분명해지면서 렌즈의 시선 안으로 포착된다. 다시 다른 대상으로 초점을 옮겨가면 처음 대상은 흐려지고 다음 대상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의식의 지평 위에 또렷하게 나타나는 대상을 ‘전경’이라 하고, 멀리 흐릿하게 처리된 대상을 ‘배경’이라고 한다. 여기서 ‘알아차림’이란 배경의 흐릿한 대상이 전경으로 변화되면서 의식의 표층으로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바람에 따라서 배경과 전경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러나 불건강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상황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하고 흐릿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지 난감해진다. 자신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당혹스럽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현재의 경험에 대해서, 존재하는 그대로 자각하는 ‘알아차림’이다.

현실적응에 초첨 맞춰진
‘게슈탈트’ 심리치료법은
존재하는 그대로 자각하는
알아차림 명상과는 달라

우리는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게 된다. 그러나 목이 마르다는 그 느낌에 대해서 분명한 자각이 결여되면, 그 사람은 물을 마실 수가 없다.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필요성보다도 부모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이들은 타인의 욕구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알아차리지만,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자각하는데 곤란을 겪는 경향이 있다. 자식을 앞세우는 엄마처럼, 자신의 욕구나 필요성은 항상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이것들은 마치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보류되어 미해결된 과제로 남겨진다. 이렇게 밀린 과제가 많아지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되면, 그 내면 아이는 갑자기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서 거칠게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알아차림 명상에 기초한 상담자는 그 내면에 해결되지 못한 채로 잠재된 그것! 그 과제에 접촉하도록 돕고 배경 아래 놓인 그것을 선명하게 알아차림 하도록 도울 수가 있다.

일단 이렇게 내적 자각(awareness)에 성공하면 마차를 뒤따르는 바퀴자국처럼, 자연스럽게 그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게 된다. 이때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 ‘소통’할 수가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우리는 감추어진 분노를 일시에 거칠게 표현할 수가 있다. 오랫동안 억압되고 잊고 있던 감정이기에 이런 표현은 반드시 필요하다. 통과의례처럼, 이런 표현을 통해서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낯선 분노의 힘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분노의 힘에 휩쓸리기만 하고 그곳에 현재의 경험내용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 없다면, 이것은 알아차림 명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이런 단순한 분노의 표출은 허전하고 씁쓸하고,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그 아이를 안아주어야 되지 않을까. 그가 사랑받고 싶은 내면의 자신을 충분하게 자각하도록 다독여야 되지 않을까.

이럴 때 알아차림은 저기 깊은 어둠을 뚫고 의식의 지평 위로 떠올라오는 햇살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알아차림(sati)은 흐릿한 배경이 현재의 생생한 전경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을 ‘지금여기 현재에서’ 충분하게 다시 경험하는 것이고, 또한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걱정을 ‘그것 그대로 자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게슈탈트의 심리치료와 알아차림 명상과의 중요한 관점의 차이점이 있을 수가 있다.

게슈탈트는 과거의 미해결된 과제를 현재에서 해소하는, 현실적응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반면, 알아차림 명상은 그것이 과거의 미해결된 과제이든지, 아니면 현재의 경험이든지 충분하게 자각하는 것, 그 자체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명상은 내적인 집중과 통찰을 강조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명상이 본성 체험, 영적 경험을 중시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적응과 초월, 세간과 출세간,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 대립되거나 단절된 관계로 보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고, 이들을 연속된 삶의 과정으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서 이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30호 / 2014년 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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