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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마타수행, 집중명상 -1

기자명 인경 스님

일상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집중명상’의 시작

집중명상은 감정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중이란 호흡과 같은 특정한 대상에 머물러서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를 말한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들떠 있거나, 이곳저곳으로 떠돌곤 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근심과 걱정으로 휩쓸리고, 갑자기 강박적인 압박감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이러할 때 어떤 하나의 대상에 지속적으로 머물러서 집중을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은 자연스럽게 고요해진다. 이것을 우리는 ‘집중명상’이라고 부른다.

특정한 상태에 집중하면
번뇌 그치고 고요함 일어
느낌에 빠져 집착 말고
대상관찰에 머물러 있길

여기서 집중이란 빠알리어 사마타(samatha, 止)의 번역어이다. ‘sama’란 ‘고요함’, ‘평정’, ‘평화’로서 마음이 느려져서 가라앉는 상태를 말하고, ‘tha’는 동사형으로 ‘지키다’, ‘머물다’, ‘어떤 상태로 남겨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마음이 특정한 대상에 머물러서 고요한 평화의 상태로 남겨짐을 뜻한다. 분석적으로 이해하면 호흡과 같은 특정한 대상에 머무름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서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한역에서는 이것을 ‘멈추다’는 의미의 ‘지(止)’로 번역했다. 탐착이나 분노와 같은 마음의 번뇌가 그치고 멈추어진 상태를 강조한 번역이다.

고대 문헌에서는 남방이나 북방 전통에서 공통적으로 지관(止觀)이란 용어가 자주 나타난다. 오늘날 우리는 지(止)를 사마타 곧 집중명상으로, 관(觀)은 위빠사나 곧 통찰명상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사마타는 마음이 집중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마음을 어떤 대상에 집중하는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중된 상태의 경우는 선정이나 평정과 같은 용어로, 방법을 말할 때는 집중이나 머물기와 같은 용어로 설명한다. 신라의 원측은 ‘해심밀경’을 주석하면서, 사마타를 ‘마음이 어떤 한 대상에 머물도록 하는(令住)’ 것으로 정의한 점에서 역시 수행의 방법을 설명한 것이라 볼 수가 있다.

필자도 사마타를 좁은 의미의 구체적인 기술적 의미로 사용할 때는 지(止)를 번뇌가 사라진 상태를 지칭하는 ‘그침’보다는, 집중하는 방법을 의미하는 ‘머물기’로 번역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특정한 대상에 집중하여 머물러 있음을 원인으로 하여, 그 결과로 번뇌가 그치면서 고요함이 나타나는 것을 강조할 목적이다. 이것은 마음의 상태로서 결과보다는 원인으로서 수행의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면, 마음이 다른 생각들로 산만하거나 불안하면, 우리는 호흡에 머물러서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이 과정은 정리하면 먼저 ‘알아차림(sati, 念)’이 선행하고, 그런 다음에 호흡에 대한 ‘머물기(samatha, 止)’가 존재한다. 이렇게 알아차림과 함께 지속적으로 호흡에 머물러 있으면, 호흡에 대한 머물기를 조건으로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고 커다란 평화와 행복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집중명상을 할 때에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우선적으로 명상의 대상을 선택할 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숲을 산책한다고 할 때, 새가 우는 소리도 들리고, 겨울 눈꽃의 색깔을 본다고 하자. 이때 주의를 소리나 색깔 가운데 하나의 지각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곳에 잠깐 동안 머물러보라는 뜻이다. 그래야 우리는 온전한 경험 자체를 현재의 순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때 언어적인 판단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곧 장애가 끼어들면서 마음은 다시 산란함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물론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멈추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하면 개선될 것이다.

한 가지 또 주의할 점은 처음 집중명상을 시작할 때, 느낌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탐착하여 그 속에 빠져들기 쉽고, 반대로 불쾌한 느낌에 대해서는 회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느낌의 바다에 빠지면 매우 힘들고, 계속하여 명상하기 힘들게 된다.

처음에는 쉽고 구체적인 감각대상을 명상의 주제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지금 여기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려 보라. 그곳에 머물러 보라. 이것이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집중명상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33호 / 2014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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