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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한권 KTV 국민기자

어르신 가슴에 ‘청춘의 열정’ 심어 새삶을 깨우다

▲ “희수(喜壽)를 앞둔 지금이 인생의 골든타임”이라는 유한권 거사는 “매일 목표를 세워 삶의 의미를 찾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은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청춘(靑春)’의 정의는 무얼까? 철학자 사무엘 울만은 그의 대표작 ‘청춘’에서 이렇게 정의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하며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내셔널, 파나소닉, JVC 등의 창업자로 전 세계 경영인들의 존경의 대상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좌우명을 ‘청춘’으로 정하고,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 신념과 희망이 넘치고 용기에 차 매일 새로운 활동을 하는 한 청춘은 그대 곁에 있다”는 글을 남겼다. 서기 399년 법현 스님은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등 부처님 성지를 순례하고, 15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들을 정리해 ‘불국기(佛國記)’라는 여행기를 펴냈다.

시대를 달리했던 이들의 공통점은 당시 나이가 70대였다는 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한 선인(先人)들이다.

IMF 칼바람에 직장 잃고 방황
부처님 가르침서 희망을 찾아
라디오 DJ·KTV 기자 등 도전
욕심버리고 만족하면 행복해져

올해 76세의 유한권 거사의 삶 또한 역대 선인들의 열정적인 삶을 닮아 있다. 그는 현재 한국정책방송 KTV ‘국민기자’로, 서울노인복지센터 ‘보이는 라디오 DJ’로, 행복의 길을 주제로 강단에 서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면 기사 기획, 라디오 시나리오 구상, 강의 준비로 하루 24시간이 빠듯하다.

“어르신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행복에너지를 전해주는 복지관의 보배와 같은 존재다.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자라고 평가한다.”(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희유 스님)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현업에서 물러난 후 방송인으로 강사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계신다.”(박래양 인천아시안게임 주관방송단 칩프로듀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몸에 배어 있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솔선해 실천하신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마음 따뜻한 어른이다.”(지혜영 KTV 국민기자)

고난과 장애는 삶의 기회이자 양약이라고 했다. 유 거사의 삶이 꼭 그랬다. 1997년 12월 대한민국은 국가부도위기를 선언하고 IMF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환율이 급등하고 실직자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무역업에 종사했던 그 역시 IMF의 칼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십수년간 몸담았던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억울함에 분노가 치밀었다.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힘들게 했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어느 날 집사람이 능인선원에 같이 가자고 권하더군요. 불심(佛心) 돈독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끔 절에 가보았기에 선뜻 그러자고 했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참 오랜만에 찾은 법당이지만 부처님은 늘 그렇듯 넉넉한 미소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한겨울 얼음장같이 얼어붙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욕심내고 분노하고 있는 어리석은 그 마음을 내려놓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스님의 법문이 머리와 가슴을 사정없이 일깨웠지요.”

다음날부터 매일 능인선원으로 향했다. 기왕 시작한 공부걸음, 이 기회에 부처님의 가르침도 제대로 배워보자는 욕심에 불교대학 문도 두드렸다. 그리고 틈틈이 자리에 앉아 좌선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느리게 변화가 느껴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쌓이고 좌선 시간이 늘어갈 수록 마음 속 분심은 녹아 내렸다.

“그 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이었어요. 지난날은 돈과 명예를 향한 달음질의 연속이었죠.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이 고통의 원인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내려놓고 만족하는 방법을 비로소 알게 됐죠. 예전과는 조금 다른 행복을 볼 수 있게 된 셈이죠. 그것이 바로 지혜의 눈이겠지요.”
제2의 인생이란 흰 도화지를 장만했다고 생각하니 여유로운 내가 보였다. 도화지에 무얼 그릴까 고민했다. 예전과 다른 나의 옆에 가족과 이웃을 그리고 싶었다. 그 즈음 한국무역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무역회사에서 일해 온 경험을 살려 후배들에게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교육을 담당해 달라는 것이었다. 환갑이 넘어 찾아온 새로운 기회였다. 한국무역협회와 손을 잡고 무역 일선의 사업가들에게 그동안 축적해 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었다. 그 일을 계기로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외래교수로 초빙되기도 했다.

 
65세 되던 해 강단을 떠나며 3년여간 접어두었던 도화지를 다시 펼쳤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행복을 위한 서원은 항상 유효했기에 마음에 담아 두었던 도화지다. 절치부심의 시기 부처님의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처님과 맺은 약속이었기에 더욱 절실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중 그의 눈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인생의 도반들이 들어왔다. 지난날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들, 그러나 이젠 백발의 노인이 되어 뜨거웠던 열정과 패기를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잊고 지냈던 열정을 다시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나이를 더해간다고 늙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을 잃고 열정을 잃을 때 비로소 늙고 시드는 것입니다. 고민 끝에 복지관을 찾아가 어르신들을 위한 생활영어교실을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과거 무역인으로 세계를 누비면서 써먹은 실용영어와 강단에서 강의한 경험을 살려 직접 가르치고 싶다고 했어요.”

유 거사의 강의는 호기심 자체였다. 동년배의 제안으로 강좌가 개설되고 그가 직접 가르친다고 하니 더욱 그랬다. 강의내용도 해외여행이라는 상황을 설정해 놓고 현실감 있게 진행되니 재미있고 독특하다며 수강생이 몰려들었다.

“대박이 났죠. 효도여행이다 가족여행이다 하면서 어르신들이 해외에 나갈 기회가 늘었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해외여행이 정해진 스케줄대로만 움직이고 가이드나 자식 없이는 필요한 게 있어도 말 한 마디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그런데 제 강의를 들은 어르신들이 호텔로비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걸 요청하기도 하고, 택시를 타고 가고 싶은 곳도 찾아가고 했다면서 어찌나 고마워들 하시는지…. ‘아직 할 수 있다’는 어르신들의 자신감을 발견하고 열정과 희망의 불을 지피는데 더욱 매진하게 됐습니다.”

2009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라디오방송국 개국을 앞두고 진행된 DJ 오디션에 참가한 것이다. 전혀 생소한 분야지만 강의실의 희망 메시지를 더 많은 어르신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넘치는 자신감과 열정을 인정받아서일까, 그는 서울노인복지센터 라디오 DJ로 선발됐다. 그가 진행한 수요초대석은 단연 인기코너로 각광을 받았다. 어르신들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획부터 섭외, 대본,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행을 어르신들의 눈높이 맞춘 결과다.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12년 한국정책방송 KTV 국민기자에 도전해 전직 방송기자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겨뤄 당당히 시니어기자단에 합류했다. 올해 3년차인 유한권 국민기자의 방송주제는 지난날을 조명해 새 희망을 찾자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도전하면서 얻은 그간의 성공 노하우를 ‘할 수 있다’는 열정으로 바꾸어 어르신들에게 나누자는 내용이다.

“대개 30세까지는 가족과 사회를 배우고 이후 60세까지는 가정을 위해,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를 위해 달음질하기 마련입니다. 60이 넘으면 모든 게 달라집니다. 열정과 패기는 예전만 못하고 삶의 목표를 잃어 방황합니다. 성공과 명예만을 위해 발버둥치는 젊은 시기와는 좀 달라져야 합니다. 봉사하는 삶을 통해 스스로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2의 인생인 60세 이후의 삶, 저는 어르신들과 함께 행복하고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봉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만족하고 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욕심을 덜어내고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산다면 선정과 중용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희수(喜壽)를 앞두고 있는 그는 지금이 인생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인생의 가장 기쁜 때라는 것이다. 매일 목표를 세워 삶의 의미를 찾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은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 했다. 그러한 행복의 가장 큰 의미는 함께 만들고 나누고 누리는 것이라 했다.

민태원은 수필 ‘청춘예찬’에서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고 했다. 유 거사는 오늘도 꿈과 희망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청춘이다.

김현태 meopit@beopbo.com

[1242호 / 2014년 4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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