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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인수 부산교대 명예교수

“긍정이·행복이 가득한 정토 구현해 불은 보답해야죠”

▲ 김인수 교수는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이 부처님의 인과설로 설명되고 연기를 통해 선한 마음으로 돌릴 수 있다”며 불교상담대학원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침데기 소녀의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처음 마주한 담임선생님은 “하면된다”고 가르치셨다. 자애로운 관심과 무한한 사랑을 받게 되자 평범한 소녀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었다. 소녀는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자신의 것으로만 욕심내지 않고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어린 나이지만 기죽은 친구의 기를 살려주고 늘 혼자인 친구에게는 절친이 되어 주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학교생활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길을 안내했다. 친구들은 소녀를 ‘긍정이’, ‘행복이’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 친구지만 어른스럽고 따스한 마음에 자연스레 끌린 것이다.

상담 중요성 강조한 교수님 조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외길 걸어
불법으로 행복한 세상 발원하며
여생 상담대학원대학 건립 전념

세월이 흘러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어느 날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운명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여러분, 최근 심리학 학회지에 guidance(생활지도)와 counseling(상담)이란 용어가 처음 소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우리 교육학과 여러분의 특기여야 합니다.”
 
강렬한 느낌, 이 한마디에 그는 ‘상담’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리고 60평생을 ‘상담’이란 말이 깃들어 있는 길을 걸어왔다. 상담, 그것은 필연적인 운명이었다. 상담과 함께 삶을 온전히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회향한 김인수(82) 부산교대 명예교수는 어렸을 적 친구들에게 그러했듯이 고통스러워하는 내담자(來談者)와 늘 함께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이의 아픔을 온전히 내 마음에 담아내야 비로소 치유의 길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늘 혼자였을 내담자와 사나흘 함께 생활하면서 고민을 경청하고 아픈 마음을 세심하게 바라보았다. 마음 가득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잃어버린 삶의 목표를 드러내 ‘긍정이’와 ‘행복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그에게는 운명이었던 셈이다.
 
이제는 지난 삶을 잔잔하게 바라보면서 건강을 돌보아야 할 팔순의 나이, 그는 다시 원력을 세웠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긍정이’와 ‘행복이’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교육도량, 바로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기관 설립을 발원하고 나선 것이다. 부처님께서 오욕락에 빠진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말씀으로써 행복의 길로 인도하셨듯이 그는 60여년간 현장에서 쌓은 상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불교상담대학원대학’은 김 교수가 설립해야 할 상담전문 교육도량이다.
 
“김인수 교수님은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개인적 수행에도 게으름이 없는 원로학자십니다. 정년퇴임 후 받은 연금을 모아 불교상담대학원대학 설립을 위해 보시하시는 등 신해행증(信解行證)의 의미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불자입니다.”(최용춘 교수불자연합회장)
 
 
김 교수의 깊은 불심은 아버지와 어머니, 외할머니가 심어놓은 소중한 인연이다. 어린 시절 그의 하루는 늘상 한결같았다. 이른 새벽 아버지는 예불을 모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아버지의 맑은 기도소리는 다섯 남매에게는 기상나팔이었다. 오빠와 언니를 학교에 보내고 집안청소를 마친 어머니는 마루 한켠에 책상을 펴고 경전을 염송했다. 정갈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경전을 읽는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나 정성스럽게 보였고, 혹여 그 내용을 물어보면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부처님의 말씀을 찬찬히 풀어 주셨다. 손주들에게 외할머니는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듣노라면 하루 해는 어느덧 어둠에 밀려났다.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 속 주인공은 원효, 의상, 사명, 무학 등 스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럽게 법당의 향내가 몸에 배이듯 몸으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불심은 어린 김 교수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어린 마음에도 왕따당하고,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친구들을 더 챙기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자라면서 어른들로 인해 잠시도 놓치지 않았던 부처님 가르침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교육학을 선택하고 상담을 평생 가야할 길로 삼고, 이 인연이 부산교대 교수까지 이어진 것도 이러한 인과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1959년 울산중학교 영어교사로 처음 교단에 섰다. 상담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던 그 시절, 그는 고민 있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로 들어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 그렇게 상담 횟수가 늘어나고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자 교육계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례발표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일상의 노력들은 1968년 부산교대 교육학과 교수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대학교수가 된 이후 그의 상담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교수실을 상담실로 쓰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저녁이 되면 상담한 사례들을 정리하느라 별을 보며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상담을 지도하는데 있어 핵심키워드는 ‘수용’과 ‘공감’입니다. 수용은 긍정적인 관심과 일치된 공감적 이해입니다. 부처님의 자비와 같은 의미이지요. 어떤 것이라도 받아줘라, 비판하지 마라, 이러한 수용을 바탕으로 상대와 공감하면서 부정적인 마음을 없애 새 길을 찾도록 안내하는 것이 상담입니다. 실상은 인과와 연기, 일체유심조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모두 녹아있는 내용들입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께 알음알음으로 배운 불법이 큰 도움이 된 셈이죠. 사실 상담을 공부하는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런 점 때문에 ‘불교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릴적 김 교수는 불심 가득한 아이였다. 그러나 교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못했다. 김 교수가 부처님의 가르침 하나하나에 푹 빠져든 것은 1998년 부산교대를 퇴임한 이후다. 부산교대를 퇴임한 다음날 서울교대에서 연락이 왔다. 서울교대 교육학과 외래교수로 초빙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회를 위해 회향할 때라고 생각했던 그는 서울교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울교대 강의를 계기로 전화상담 전문기관인 사랑의전화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개신교계에서 운영하는 단체라는 게 왠지 거북했지만 아름다운 회향이라는 측면에서 참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강의와 봉사를 병행하며 퇴직 이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 불교계에도 자비의전화라는 전화상담 봉사단체가 운영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 마음 한 켠이 불편했던 차 그길로 자비의전화를 찾아갔다.
 
“입구에 내걸린 ‘부처님 가르침을 상담이라는 방편에 실어 세상을 밝히는 대자대비를 실천한다’는 문구만으로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와 학계에서는 전문가지만, 불교는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으니 여기서는 초심자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불교상담대학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렇게 75세 되던 해 불교상담대학 새내기가 돼 불교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원까지 4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현재 불교상담대학·대학원 교수로 활동 중이며, 자비의전화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불교상담개발원장 도현 스님은 김인수 교수에 대해 “상담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지만 처음 배우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공부했다”며 “특히 상담이론과 부처님 가르침의 연계성을 지속해 연구하는 등 불교상담 발전에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높이 평가했다.
 
불교상담개발원이 추진 중인 교육부 인가 불교상담대학원대학 설립에 앞장서 뛰는 이도 바로 김인수 교수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부처님 가르침으로 평생을 살아온 만큼 불은(佛恩)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또 국가가 공인하는 졸업장을 든 불교상담 전문가들이 구석구석 많아지면 우리사회가 긍정이와 행복이로 가득한 불국정토가 될 것이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불교상담대학원대학 설립기금 1억원을 기탁했다.
 
“부처님 말씀은 상담의 등불입니다.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이 부처님의 인과설로 설명되고 연기를 통해 선한 마음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오늘날 보편화된 긍정심리학의 본성론은 결국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부처님의 여래장사상과 일맥상통합니다. 의사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존재라면 상담가는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다루는 고귀한 존재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불교상담으로 사회에 밝은 불을 밝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긍정은 삶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한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한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긍정의 마음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 교수는 긍정과 행복의 길을 열어줄 불교상담대학원대학 건립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했다. 불교상담대학원대학 건립이라는 목표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의 오늘은 지극하고 정성스러운 하루다. 또한 그의 열정은 긍정이와 행복이로 가득한 세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1254호 / 2014년 7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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