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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 골절로 꼼짝 못한 채 천장만 바라볼 뿐

  • 교계
  • 입력 2014.09.04 10:19
  • 수정 2014.09.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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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사·본지 이주민돕기 캠페인] 몽골 노동자 간조릭씨

▲ 낙상사고로 골반과 다리가 골절된 간조릭씨가 한 달째 병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간조릭(Ganzorig Uuganbayar, 31)씨 눈동자가 흔들렸다. 주마등처럼 지나간 한국에서의 8년.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끄응…”하고 긴 한숨을 힘겹게 내쉬었다.

몽골인 간조릭씨, 낙상사고로
출혈·골절…7시간 대수술 받아
병원비 700여만원에 깊은 한숨
병상서도 가족 걱정에 눈물만

몽골 출신 간조릭씨의 지난 8년간 서울살이는 고단함 그 자체였다.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나르며 온갖 근육통과 상처로 싸워야 했다. 몸에서는 항상 파스 냄새가 진동을 해 대중교통을 타면 슬글슬금 피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감이 들어오면 단 한 번의 거절이 없었다. 그가 그토록 몸을 사리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여동생 오가나(24)씨 때문이었다. 그는 몽골을 떠나올 때 중학생이었던 여동생에게 한 약속이 있었다.

“돈 많이 벌어 꼭 한국에서 공부시켜줄게.”

몽골에서 여자가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는 여동생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취직해 보다 나은 반려자를 만나길 바랐다. 동생을 위해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고된 일도 견뎌냈다. 그리고 한국에 온지 6년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

여동생은 현재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외교안보를 공부하고 있다. 오빠 덕분에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둘이 지낼 작은 공간조차 마련할 형편이 못돼 간조릭씨는 친구의 단칸방에서, 여동생은 발 디딜 틈도 없는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생활 중이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아꼈지만 같은 하늘 아래 남매가 함께 지낼 공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여동생과 한집에서 살날을 고대하면서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간조릭씨는 큰 사고를 당했다.

“장마가 시작되자 일감이 줄어 이틀간 시간이 났어요. 한국에 온지 8년 만에 처음으로 쉬는 날이었는데 사고가 났죠.”

단 하루의 휴식조차 그에게는 사치였다. 간조릭씨는 지난 8월10일, 낙상사고를 당했다. 갑자기 불어 닥친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빗물로 젖은 난간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시멘트 바닥에 나가떨어진 것이다. 사고 직후 정신을 잃은 그가 깨어났을 때는 하루를 훌쩍 넘긴 뒤였다. 출혈은 물론이고 골반과 다리, 광대뼈 등이 골절돼 혼수상태에서 7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출혈은 잡혔고 광대뼈도 곧 아물었지만 사고 후 한 달째 병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골반과 오른쪽 다리가 심각한 수준으로 골절돼 옴짝달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가족들 생활이 힘들까봐 걱정이에요. 가을은 이사가 많은 시기라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나아야 할 텐데.”

병상에 누워서까지 가족들의 생활과 일감을 놓칠까 걱정하는 간조릭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는 누워서도 제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할까봐 그 걱정뿐이에요. 아르바이트로 모아놓은 것도 있고 근로학생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걱정스레 오빠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하다.

병원 측은 앞으로 최소 8주간의 입원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수술비와 병원비가 벌써 700여만원. 앞으로 더해질 8주간의 병원비를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몽골 커뮤니티 도움으로 겨우 최소 금액을 납입했다. 간조릭씨는 평소 동대문에 있는 암마르 암갈랑 몽골 포교당에 틈틈이 방문해 열심히 기도하고 사람들을 도와 몽골 이주민들 사이에서 인간성 좋기로 소문이 났다. 그는 “평소 부처님께 기도한 덕분에 그 가피로 죽지 않고 살았고,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며 “퇴원하면 포교당을 더욱 열심히 찾아야겠다”고 애써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멍한 시선은 곧 힘없이 천장으로 향했다.

모금계좌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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