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불교문화재 48점 회수
1988년부터 2004년 도난
은닉·알선업자 처벌 불가능
공소시효 폐기가 근본 대책
도난당한 불교문화재 48점이 불교계로 돌아온 가운데 이 같은 문화재 도난 사건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 범죄 공소시효 폐기 및 문화재 매매 허가제 도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당한 불교문화재 48점을 개인수장고 등에 은닉해온 사립박물관장 권모씨(73)와 이를 알선한 문화재 매매업자 정모씨(55) 등 13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
피의자 권씨는 도난 불교문화재를 다른 사람 명의 창고에 은닉,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오다가 자신의 채무문제로 일부 문화재를 지난 5월 경매시장에 내놓았다. 삼척 영은사 영산회상도 등 불화들은 피해 장소를 비롯해 출처확인을 할 수 없도록 제작자와 봉안장소가 기재된 화기(畵記)가 오려지거나 덧칠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조계종총무원 문화부가 조선시대 불교문화재가 경매에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5월29일 문화재청 단속반 및 서울시 광역수사대와 협력해 이들 작품에 대한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청도 용천사 영산회상도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불교문화재를 회수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문화재 관련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및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에 회수된 불교문화재는 1988년부터 2014년 사이에 도난당한 것으로 장물 취득·알선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7년이 모두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보호법상 경매나 문화재 매매업자 등으로부터 장물인 사실을 모르고 취득한 경우 매수인의 선의취득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찰 도난문화재임이 밝혀져도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경매의 경우 이런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 장물소지자가 선의의 낙찰자를 내세워 장물을 세탁하는 경로로 악용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제를 도입해 관할 지자체 도난 여부 심사 등을 거쳐 매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가 받지 않고 매매된 문화재가 도난품으로 확인되면 매매를 무효로 하는 등 관련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및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보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감은 “문화재 매매 허가 제도를 도입하면 문화재를 팔고 사는데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문화재 제도 개선이 문화재 도난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일 스님은 “조계종, 경찰청, 문화재청이 협력해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과 회수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향후 3개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문화재 도난을 막을 수 있을 수 효율적인 제도 개선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총무원, 경찰청, 문화재청은 10월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회수를 위한 상호 협력적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협약했다. 또 이번에 회수한 불교문화재 31건 48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67호 / 2014년 10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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