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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 연구 신기원 ‘한위양진남북조~’ 첫 완역

▲ 중국 국학대사 탕융동(1893~1964).

근대 중국의 세계적 석학인 탕융동(湯用彤, 1893~1964)의 대표작 ‘한위양진남북조 불교사(漢魏兩晉南北朝佛敎史)’(학고방)가 4권으로 완역됐다. 번역은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을 지내며 많은 불경과 선어록을 우리말로 옮겼던 장순용 고려대 역사연구소 연구원이 맡았다.

세계적인 석학 탕융동 대표작
장순용 고려대 연구원 번역

불교 전래부터 정착까지 고찰
중국학 연구자들 ‘지침서’ 평가
동서양 학문 연구방법론 접목

탕융동 아들 보내온 서문 수록
‘묵응체회’ 공부법 등도 소개

한, 위, 동진과 서진, 남북조 시기는 동아시아불교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기다. 불교를 열렬히 옹호하거나 모질게 탄압하는 역사의 굴곡 속에서 불교의 중국정착은 기적이라 일컬어진다. 이 책에는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가 중화주의를 표방하는 유교 및 도교사상과 충돌하면서 뿌리내리게 된 과정이 대하드라마처럼 장중하게 펼쳐진다. 불법을 정착시키기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었던 도안, 혜원, 구마라집, 승조, 축도생, 승랑, 양무제, 부대사, 달마, 천태, 신행, 담란, 진제 등 기라성 같은 천재들의 삶이 있으며, 그들이 보여준 위대한 사상의 금자탑도 담겨 있다.

인도의 경전과 논서들이 속속 번역되고 새로운 사상이 잇따라 분출되는 이 시기는 오랜 세월 학자들에게는 난공분락의 요새였다. 당대 불교문헌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문만 아니라 산스크리트와 팔리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그 시대 정치·문화·사상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방대한 역사서는 물론 현학과 유교 문헌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험난한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 학자가 바로 탕융동이다. 평생 한학을 연구한 부친 영향을 크게 받았던 그는 베이징에서 신식교육을 받았으며, 1917년 중국 첫 국비장학생으로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했다. 그곳에서 새로운 학문방법론과 산스크리트·팔리어를 익힌 그는 위진남북조시대 연구에 천착했고, 1938년 마침내 ‘한위양진남북조 불교사’를 펴낼 수 있었다. 중국 근대의 국학대사(國學大師)로 칭송받던 그는 위진남북조 및 수당시대 불교와 관련된 여러 저술을 남겼지만 이 책이 학계에 끼친 영향이 가장 크다.

탕융동은 여기에서 한나라와 위진남북조 시대에 전래된 인도불교를 수많은 사료 분석과 엄밀한 고증을 통해 초기 중국불교의 형성과 변천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의 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극복·융합하면서 불교가 점점 중국화하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는 등 중국불교의 원류를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발간과 더불어 세계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고, 이후 초기 중국불교사를 다루는 논문과 저술들이 크게 늘었다. 8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초기 중국불교사 연구자들에게 이 책의 가치는 여전히 지대하다.

중국 신문화운동의 선구자 후쓰(胡適, 1891~1962)는 “탕융동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말은 아무리 일리가 있어보여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참으로 배울만한 학문적 태도”라고 칭송했다. 중국불교사 권위자였던 일본 가마다 시게오(鎌田茂雄, 1927~2001)도 “그는 중국의 전통적인 학술방법을 근대 유럽, 미국의 연구방법과 통합해 완벽한 학문방법을 창출했다. ‘한위양진남북조 불교사’는 교리에 치중하지도 않았고 교단에도 치중하지 않았지만 양자의 정수를 파악한 정통 통사(通史)”라고 극찬했다. ‘불교의 중국 정복’ 저자인 에릭 쥐르허(1928~2008)가 “탕융동 교수에게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를 표한다”고 했듯 초기 중국불교사를 연구하는 동서양 학자들은 모두 그에게 깊은 학문적 은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 4권으로 완역된 ‘한위양진남북조 불교사’.

이 책이 우리말로 옮겨지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툭툭 튀어나오는 생소한 용어들은 아무리 한문에 익숙한 번역자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탕융동 아들로 베이징대학 철학과에 재직했던 탕이제(湯一介, 1927~2014) 교수의 격려와 그 제자들의 도움이 컸다. 책의 발간을 못 보고 지난해 9월 별세한 탕이제 교수는 암투병 중에도 책 서문을 보내와 ‘한위양진남북조 불교사’가 한국어로 소개되는 것에 기쁨을 표한 뒤 부친이 이 책을 쓰면서 시행했던 독특한 연구방법을 소개했다. 묵묵히 감응해서 체득해 이해하는 ‘묵응체회(黙應體會)’가 그것으로, 남겨진 문자 기록에 대한 고증을 중시했을 뿐 아니라 그 사상에 대해 심성으로 체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불교사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한위양진남북조 불교사’. 이 책은 초기 중국불교사에 대한 시야를 크게 넓혀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양의 근대적 학문방법론을 넘어서려는 새로운 시도와도 만나게 해준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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