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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미타불의 의미

기자명 이제열

현세 고통 이겨내도록 하는 희망의 아이콘

▲ 일본 지은원 소장 ‘관경십육관변상도’, 1465년 作.

‘아미타경’은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에 속하는 하나의 경전이다. 정토삼부경이란 ‘무량수경(無量壽經)’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 ‘아미타경(阿彌陀經)’으로 모두 아미타불에 의해 세워진 극락정토를 주제로 내용이 구성됐다.

‘아미타불’ 이름서 경명 유래
한량없는 목숨·가득한 광명
죽음이 주는 두려움 극복 시켜
현실 문제 해결에도 적용 돼

먼저 ‘무량수경’은 ‘대무량수경(大無量壽經)’ ‘대경(大經)’이라고도 하며 상·하 두 권으로 나누어 설해지고 있다. 상권에서는 아미타불이 극락정토를 건설하게 된 인연에 대해 밝히고 있다. 아미타불의 전신은 법장(法藏)비구이다. 법장비구는 왕자의 신분으로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처소에서 가르침을 받고 210억의 불국토를 보게 된다. 여기서 법장비구는 자신도 하나의 불국토를 세우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48가지 서원을 세운다. 그 후 법장비구는 무려 5겁 동안 선정을 닦은 끝에 모든 원을 성취해 아미타불이라는 이름의 부처가 된다. 이렇게 극락정토는 아미타불에 의해 세워진 불국토이다.

하권에서는 중생이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원인과 과보에 대해 밝히고 있다. 중생이 극락에 왕생하려면 선행과 염불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떤 중생이건 아미타불의 원력을 믿고 수행하면 극락정토에 왕생하고, 반드시 일생보처(一生補處)보살의 지위에 올라 성불한다고 설한다.

‘관무량수경’은 ‘십육관경(十六觀經)’ 줄여서 ‘관경(觀經)’이라고 하며, 마음으로 극락정토를 관찰하는 방편이 설해지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 말년에 왕사성의 태자 아사세가 데바닷타의 사주로 왕위를 빼앗기 위해 부왕인 빔비사라왕을 가두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때 빔비사라왕의 아내인 위제희 부인은 크게 슬퍼하며 기사굴산에 머무르는 부처님을 향해 자신의 처소로 왕림해 주기를 기원한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이와 같은 위제희 부인의 마음을 알고 제자들과 함께 부인의 처소를 방문한다. 그러고는 광명을 놓아 위제희 부인에게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 나라들을 보게 한다. 위제희 부인은 여러 나라들 중에 가장 기쁨이 뛰어난 서방 극락세계를 찬탄한 뒤 부처님에게 그 세계에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부처님은 위제희 부인을 위해 극락정토에 이르는 방법으로 삼복(三福)과 십육관(十六觀)의 수행법을 설하게 된다. 이에 위제희 부인을 비롯한 500명의 시녀들이 이 설법을 듣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아 모두 극락정토에 왕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아미타경’은 ‘무량수경’의 요체만을 기술한 경전이다. ‘사지경(四紙經)’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대단히 간결하다. ‘아미타경’의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아미타경’이라는 명칭부터 살펴보자.

누구든지 불교에 귀의해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다보면 수많은 종류의 경전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전들에 대해 제목을 붙이는 데에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그것은 대략 4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법(法)에 의한 방식이다. 부처님이 깨달은 경지를 그대로 표현해 제목을 삼은 것이다. 예를 들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 ‘마하반야’는 부처님이 갖춘 큰 지혜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이 경은 법에 의해 제목을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원각경’의 ‘원각’ 역시 부처님의 깨달음을 나타내는 용어로 법에 의한 방식으로 제목을 붙였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비유(喩)에 의한 방식이다. 부처님이 깨달은 법을 어떤 사물에 비유해 제목을 삼은 경우다. ‘묘법연화경’에서 ‘묘법’이 법에 해당한다면 ‘연화’는 비유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인 법을 연꽃에 비유했으므로 ‘묘법연화경’은 비유에 의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대방광불화엄경’도 마찬가지이다. ‘대방광불’이 법이라면 ‘화엄’은 대방광불을 비유했으므로 이 경 역시 비유에 의한 제목인 것이다.

세 번째는 명칭(名)에 의한 방식이다. 어떤 인물의 이름을 따서 경의 제목을 삼은 경우를 말한다. 가령 ‘유마경’에서 유마는 사람의 이름에 해당하며, ‘승만경’이나 ‘지장경’도 마찬가지이다. 네 번째는 장소(處)에 의한 방식이다. 부처님이 설법하신 장소를 경의 제목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능가경’은 능가산이라는 장소에서 부처님이 경을 설했으므로 이 경은 장소에 의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아미타경’은 아미타불이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경의 제목을 삼았으므로 명칭에 의한 제목이 된다. ‘무량수경’이나 ‘관무량수경’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처럼 어떤 인물을 선택해 경의 제목을 삼은 경우를 살펴보면 그들이 결코 범상치 않다. 반드시 부처님이나 보살 혹은 부처님과 동등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선택해 경의 제목을 붙인 것이다. ‘유마경’과 ‘승만경’은 비록 유마나 승만이 재가불자의 이름이지만 그 경지가 부처님에 비추어 조금도 손색이 없다. 이들은 모두 부처님의 깨달음인 법신에서 화현한 방편의 인물이므로 부처님과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아미타경’의 ‘아미타’라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아미타불이란 범어 ‘아미타유스 붓다(Amitayus-Buddha)’ 혹은 ‘아미타브하 붓다(Amitabha-Buddha)’를 음역한 말로 ‘무량수불(無量壽佛)’ 혹은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고 번역한다. 여기서 무량수불은 수명이 한량 없는 부처님이라는 의미이고, 무량광불은 광명이 끝이 없는 부처님이라는 뜻이다. 시간적으로는 목숨이 영원하며, 공간적으로는 광명이 가득한 부처님이 아미타불임을 상징한다.

불교에는 수많은 부처님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많은 부처님들 가운데에서 유독 아미타 신앙이 대승불교권에서 흥성한 배경은 아미타불이라는 명칭과 무관하지 않다. 중생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일이 죽음이다. 죽음은 존재의 소멸이며 절망이고 어둠이다. 그런데 죽음과 어둠이 없고 영원과 광명을 중생들에게 보장하는 아미타라는 명칭이야말로 중생들에게 있어 큰 희망이며 기쁨이었던 것이다.

많은 부처님들이 경전에 등장하지만 아미타 부처님처럼 죽음 이후의 세계를 확실히 보장하는 부처님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세에 출현한 가섭불이나 연등불도, 미래세에 출현할 미륵불도, 현재세에 출현한 석가모니불도 아미타 부처님처럼 수명과 광명을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죽음이 안고 있는 유한성을 극복하고 절망과 어둠을 이겨낼 수 있는 신앙의 대상은 아미타불이 최고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미타불이 중생의 사후와 관련된 부처님만은 아니다. 아미타불 신앙은 중생들에 있어 사후의 문제만이 아닌 현실 문제 해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아미타불 신앙은 다른 경이나 부처님들보다 중생 사후의 문제를 보다 분명히 하고 확실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생은 늘 광명과 영원함을 추구한다. 그런 곳이 있다면 현실의 고통은 감내해 나갈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광명과 영원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현실은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한량없이 밝은 빛이 펼쳐지는 영원한 안식처 아미타불은 바로 그런 희망의 아이콘이 돼는 부처님인 것이다.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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