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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학원지옥 대신 숲을 선물하다

  • 불서
  • 입력 2015.02.02 16:33
  • 수정 2015.02.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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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의 숲’ / 강미정 지음·권재희 그림 / 참글어린이

▲ ‘다나의 숲’
이 책 ‘다나의 숲’ 주인공 다나에게 모든 것을 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영어유치원은 정말 가기 싫은 곳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우리말이 툭툭 튀어 나왔고, 그러면 어김없이 주의 스티커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엄마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 영어로 말을 못해 화장실을 다녀올 수 없었던 다나는 외국인 선생님의 질문에 초조해 하던 중 대답이 아니라, 그만 오줌보가 터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부터 목소리를 잃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입이 더 굳게 달라붙어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다나’는 과연 동화책 속 주인공에 불과할 뿐일까?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다나처럼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뿐,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해 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학원지옥 탈출을 희망하는 어느 초등학생의 고민이 방영되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시 11세의 어린 학생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정도로 많은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엄마에게 학원 수를 줄여달라고 해도 돌아오는 답은 “학원 가”였다.

 
불행하게도 이 어린이의 고민은 특별한 몇몇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 195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0.6%가 방과 후 2시간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었다. 특히 12%는 학원에 있는 시간이 4시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들의 강요에 따라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은 바로 그 시간을 스트레스 원인 1위로 꼽고 있었다.

그렇다면 목소리를 잃은 다나는 어떻게 됐을까. 다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생활을 시작했다. 고양이 냥이를 친구로 삼았고, 대나무 숲은 놀이터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다나는 대나무 숲에서 손전등을 들고 있는 아저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또래 친구 수화, 스님 등을 만나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를 냈다. 마치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다니는 구도행을 하듯 다나는 잃어버린 목소리, 즉 꿈을 찾기 위해 숲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제 숲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모두가 제각기 모습이 다른 것만큼, 사람들의 숲 역시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누가 먼저 그 숲에서 나왔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아직 그 숲에 남아 있다고 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할 일도 아니다.

결국 숲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목소리를 되찾은 다나처럼, 어린이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숲을 가꾸고 그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으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어른들 또한 책에서 자녀들을 위하는 마음이 지나치게 앞서 자칫 지옥 하나를 안겨주는 우를 범하는 대신, 용기와 꿈을 키울 자녀들만의 숲 가꾸기를 돕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만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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