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관용의 종교’, 혹은 ‘논쟁하지 않는 종교’로 포장된 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불교와 기독교는 가는 길만 다를 뿐, 결국 한 곳에서 모인다’며 논쟁을 멈추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언뜻 평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논리에 적지 않은 이들이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결코 논쟁을 거부하는 종교가 아니다. 또한 불교와 기독교가 오르고자 하는 목적지가 같지도 않다. 불교와 기독교는 탄생하게 된 배경,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지향하고 있는 목적이 다르다. 불교는 철옹성 같은 바라문교의 권위와 카스트제도에 맞서 인간이 평등한 존재임을 이론적으로 입증했고, 여성 인권이 유린되는 시대에 여성 비구니 교단을 세웠다. 이처럼 인간관계에 있어 무한한 자비를 강조하면서도 진리에 있어서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또한 법에 있어서는 한순간도 치열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불교가 이처럼 자력으로 얻는 해탈을 말할 때, 기독교는 타력으로 얻어지는 구원을 말해왔다. 불교가 인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깨달음을 완성하는 데 반해, 기독교는 하나님인 예수를 영접하고 그 앞에서 회개를 해야만 하는 종교다. 이렇게 두 종교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목표와 그에 이르는 길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가 무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는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상세히 밝혔다. 부처님이 이 땅에 펼친 정법을 기준으로 기독교 사상을 평가하는 최초의 시도다. 해박한 불교지식과 명쾌한 논리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자 이제열 유마선원장은 “두 종교 사이에 비록 공통점이 존재한다 해도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애써 불교와 기독교의 동질성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도 어디까지나 연꽃은 연꽃이고 포도는 포도인 것”이라며 두 종교의 차이를 명확히 했다.
저자는 “만약 세상을 창조할 만큼 위대한 능력을 가진 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의 마음 가운데에 존재에 대한 집착과 갖가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것은 중생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독교가 우상이라고 주장하는 석가모니가 진리의 관점에서 ‘완성된 자’이고, 여호와가 ‘번뇌에 물든 중생’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기독교 교리를 유일신론, 창조론, 섭리론, 원죄론 등 38가지로 세분화해 철저히 불교적 관점에서 논박했다.
“인간은 고통과 죄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며 동시에 영생과 구원을 만들어내는 주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신으로부터 이루어지고 신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믿는 기독교적 입장에서 불교의 이러한 구원관은 오만불손하고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기독교 구원관이 어리석기 그지없다.”
진정한 대화는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 책은 서로의 명확한 차이를 알고 이를 통해 진정한 상호이해로 나아가자는 저자의 의도를 담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종교 간 평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기독교인 입장에선 기독교 교리를 보는 불교인의 생각을 알게 해 줄 것이고, 불교인에겐 다른 종교를 비판적으로 구분하여 읽어내는 고유의 비판적 본능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일독을 권하고, 동국대 김성철 교수가 “서구 숭배가 극을 달리는 지금 이 나라에서 불교를 외호하고 비불교인을 선도하기 위한 파사현정의 사자후”라며 극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기독교 이론을 비판한 최초의 저술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에서 불자들은 불교에 대한 깊은 자긍심을 얻고, 진심으로 기독교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1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86호 / 2015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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