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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수행 외길’ 정태혁 동국대 명예교수 별세

  • 교학
  • 입력 2015.04.26 22:07
  • 수정 2015.04.30 14:39
  • 댓글 2

4월16일, 미국 뉴욕서 노환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수행 지속
‘범어학’ ‘요가’ 등 500여편 집필
“불교명상이 편안한 삶의 비결”

▲ 정태혁 동국대 명예교수. 그는 생전에 ‘온갖 사회악이 난무하는 불안 속에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건강과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붓다가 설하신 이 호흡법과 명상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승석 동국대 교수 제공
국내 불교학 연구에 범어와 티베트어 등 불교원전 언어를 적극 도입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수행의 바른 길을 제시했던 향운(香雲) 정태혁 명예교수가 4월1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미국 뉴욕에서 가족들과 거주하던 고인은 최근까지 집필을 하고 수행도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그러던 중 4월12일 입원했고 장기의 기능이 급격히 쇠약지면서 4일 뒤 조용히 숨을 내려놓았다.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편안하고 장엄해 병원 의료진을 비롯해 다른 여러 지도자들도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지인들은 장례를 치른 뒤 고인을 롱아일랜드 파인론 공원묘지에 모셨다.

‘향운 정태혁 박사의 학문과 실천’(정승석, 인도철학 42집)에 따르면 고인은 1922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1955년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1963년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1966년 오타니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1977년에는 대만 문화대학 중화학술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로 퇴직하기까지 교육자로서의 삶을 일관했다. 이후에도 동방불교대학 학장과 한국정토학회 초대회장을 비롯해 인도철학회, 요가학회, 한국요가·아유르베다학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노인문제연구소장 등도 역임했다.

고인의 삶은 종교적 수행으로 얻은 지식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 지식과 행동을 다시 수행으로 정화해 온 과정이었다. 문학도이자 교육자로서 출발했던 그의 인류애적 감성은 학문적 지성과 조화를 이뤄 지적 탐착에 빠지거나 얽매이는 일 없이 유연하면서도 정(正)과 사(邪)를 준엄하게 적용해 경책함으로써 각성을 유도하고는 했다.

평생 학자와 수행자로서의 삶을 일관해온 고인은 1943년 1월 평창 월정사로 출가하면서 시작됐고, 1960년대 초반부터 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요가를 수련하고 지도해 왔으며, 만년에는 실용적 요가와 함께 불교의 수행정신을 일반인에게 보급하는데 주력했다.

제자로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 지낸 정승석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선생님께서는 가르치기 위해 배우고 배운 것을 온전하게 가르친다는 것을 교육적 신조로 견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고인은 정년퇴직 전에 14권의 저술 및 번역서를 펴냈으며, 퇴직 후에도 23편의 저·역서를 출판했다. 또 불교 잡지 ‘녹원’ 3호(1957.2)에 ‘출가’라는 기고문을 발표한 것으로 시작으로 정 교수가 발표한 기고문들은 논문과 단행본을 포함해 무려 500여편에 이른다.

이 중에는 국내 최초로 ‘표준 범어학’과 ‘기초 서장어’와 같은 문법서를 출간함으로써 불교 연구에서 범어와 서장어를 통해 원전에 의거한 해석을 시도했으며, 국내의 인도철학 분야를 개척하면서 특히 불교와 인도철학 비교 연구에 주력해 이같은 학풍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요가를 비롯한 인도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밀교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힌두이즘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밀교에서 대승불교의 진수를 발견하고, 교학과 신행의 양면에서 밀교의 불교 본래적 의의를 밝혀내는데 주력했던 것이다.

‘온갖 사회악이 난무하는 불안 속에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건강과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붓다가 설하신 이 호흡법과 명상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던 정태혁 교수. 그는 몇 해 전 이런 글을 남겼다.

“내가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수행이요, 내 마음과 몸이 내 마음대로 즐겁게 된 것이 열반이다. 이것이 가장 뛰어난 행복인 것이다. 지금 나는 즐겁고 편안하다. 나의 나이는 알 바가 아니며, 알 필요도 없다. 즐겁고 편안한 지금의 이 마음을 관조하면서 저 찬란하고 화려한 화장세계에 일체의 불·법·승과 더불어 즐길 뿐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93호 / 2015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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