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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불교 관련 박사학위 논문-상

고승 생애·사상 등 연구 다수…금강대는 첫 박사 배출

 
2015년 하반기에도 어김없이 불교박사가 배출됐다. 법보신문이 불교 종립대학이나 불교학과가 설립돼 있는 대학을 조사한 결과 이번 학기에 불교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는 모두 16명이었다.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한 곳은 동국대로 10명이었으며 이 중 절반인 5명이 스님이었다. 이어 동방문화대학원대가 3명, 금강대가 1명, 서울불교대학원대가 1명, 창원대가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승가대와 위덕대는 이번 학기 박사학위 수여자가 없었다. 이번 박사학위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2002년 말 개교한 천태종 종립대학 금강대가 첫 박사를 배출했다는 점이다. 한편 연구 분야로는 교학, 인물, 역사, 미술사, 응용불교 등이 있지만, 인물연구가 7명으로 가장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법보신문은 올 하반기 박사학위 논문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동국대 등 불교박사 16명 배출
교학·역사·미술사 등 주제 다양
선종 청규 내용 등 다각적 조명
초기불교 신중도상 연구도 눈길

 
지원(윤점열) 스님의 ‘용성선사 역해 금강경 연구’ 는 용성 스님이 번역하고 출간했던 ‘금강경’에 대해 각 번역본의 구조를 고찰하고, 구조에 따른 내용을 분석한 논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용성 스님은 1922년 1월 근대적인 한글번역의 시초로서 한글과 한문이 병용된 형태의 ‘금강경’을 펴냈다. 1923년 4월에는 경전의 한문 원문과 한글번역을 함께 수록한 ‘금강경’을, 1936년 9월에는 한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도 충분히 독송할 수 있도록 순 한글본 ‘금강경’을 펴냈다. 이처럼 용성 스님은 수차례에 걸친 한글번역을 시도했고, 그것을 책자 형태로 발간해 대장경의 한글번역에서 가장 앞서 모범을 보였다. 그것은 곧 일반 대중이 쉽게 불교 경전을 접하게 하려는 것을 비롯해 경전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다른 구조를 통해서 경전이 담고 있는 다양한 내용의 파악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특히 용성 스님의 한글 번역은 이후 전개되는 소천 및 운허 스님의 ‘금강경’ 번역에 큰 자극을 주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경전 이해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는 점을 밝혔다.

탄호(이민경) 스님의 ‘석도화상의 일획(一畵)사상 연구’ 는 청대 초기의 회화양식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한 선구자였던 석도(石濤) 스님의 ‘화어록(畵語錄)’을 선사상으로 재해석한 논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一畵’에서 ‘畵’은 ‘그리다’는 의미의 ‘화’가 아니라 ‘긋는다’는 의미의 ‘획’으로 발음함으로써 실제 창작에서 화가가 화면 위에 한번 긋는 한 줄의 선을 의미한다. 석도 스님이 첫 장에서부터 밝히고 있는 일획이라는 것은 결국 만획이며, 만획이 곧 일획이다. 이것은 선종에서 말하는 일심이고 일념이며, 불성이고 여래장이며, 실상인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석도 스님은 깨달음의 근본표현을 일획으로 귀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탄호 스님은 석도 스님이 일획론을 통해 개성 넘치는 본인만의 화론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모방만이 중요시됐던 시대와는 달리 그림이란 그리는 사람의 주체로서 자아를 강조하고 예술가의 진정한 마음에 의해 제작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철우(이창안) 스님의 ‘설잠 김시습의 선사상 연구’ 는 ‘화엄석제’ ‘일승법계도주병서’ ‘연경별찬’ ‘십현담요해’ ‘조동오위요해’ 등 설잠 스님의 저술에 나타나는 불교사상을 ‘불성론’의 관점에서 구명함으로써 설잠 사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밝힌 논문이다.

철우 스님은 이를 위해 설잠 스님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과 생애, 설잠 스님의 사상적 연원과 기초가 되는 중국 불성론의 전개, 설잠 스님의 저술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철우 스님은 이를 통해 설잠 스님 사상은 선교일치를 통해 중생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화엄선을 넘어선 생활선의 제창이었음을 논구했다. 즉 설잠 스님의 화엄사상은 의상 스님 이후 한국의 실천적인 화엄사상의 맥을 잇고, 천태사상은 제관·의천 스님의 사상적 맥을 잇고 있으며, 선사상은 임제선에 경도된 당시의 분위기 속에 경종을 울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잠 스님의 불교사상은 동북아불교의 전통을 반영하면서도 한국불교의 전통성을 계승한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해(홍순우) 스님의 ‘청규에 나타난 습의 연구’ 는 선종 제2의 율장이라는 청규를 다각적으로 고찰한 논문이다. 청규는 수행자가 위의를 보여주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할 규범들이다. 청규에는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예불에서부터 좌선, 공양, 보청, 심지어는 세수하고 양치하고 삭발하고 손톱 깎고 대·소변보는 사소한 일까지 모두 상세하게 서술돼 있다. 신해 스님은 여법한 습의가 어떤 것이며, 습의와 깨달음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청규에는 수행자의 행위 중 어느 하나도 대충하는 법이 없다. 사리불의 용변 보는 모습을 보고 외도가 그 위의에 감복해 불제자가 됐듯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생각되는 행위에도 습의작법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규에 나타난 선원의 식생활 문화와 수행자의 전통공양방식인 탁발과 선종의 발우공양인 식당습의에 대한 변천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다.

신해 스님은 청규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작법습의가 바로 불교의 시작이자 완성이며 불교 그 자체라는 점을 역설했다.

홍현지 박사의 ‘경허 성우의 중도불이(中道不二)사상 연구’ 는 경허선의 요체인 중도불이(中道不二) 선사상을 ‘경허집’을 근거로 풀어낸 논문이다. 특히 홍 박사는 경허 스님이 도달한 깨달음의 경지인 돈오돈수와 중도불이의 상관성을 중도불이의 이론적 요소와 실천적 요소로 나눠 고찰했다.

논문에 따르면 경허 스님은 원규가 전해준 ‘콧구멍 없는 소’라는 말에 크게 깨달아 중도불이의 경계에 계합, 돈오돈수의 대오를 성취했다. 이로써 자성청정의 요건을 갖춘 경허 스님은 만행을 행하는 무대로 삼수갑산을 택해 보살행을 펼쳤다. 중도불이를 세계를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홍 박사는 “경허 스님은 대중을 향해 불법은 양변(兩邊)을 떠난 돈오돈수의 중도불이의 성취에 있음을 경허집을 통해 설파했음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중도불이 실상을 삼수갑산을 무대로 실천해 보임으로써 철저하게 중도불이로 세계로 천화했다”고 밝혔다. 이론적 명제로서의 중도불이를 실천적 회향인 보살행으로 연결함으로써 경허 스님의 깨달음이 어떻게 동체대비의 실천으로 이어졌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지연 박사의 ‘자이나교의 다면론(多面論)에 대한 불교의 비판 연구’ 는 ‘타트바상그라하 스야드바다’라는 문헌을 중심으로 자이나의 다면론 개념과 그에 대한 비판, 이후 자이나 문헌에서의 다면론에 대한 해명 등을 면밀히 고찰한 논문이다. 다면론은 ‘모든 존재는 하나가 아닌 다양한 면들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그 본질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는 자이나교 특유의 인식론으로 이를 둘러싸고 불교와 자이나교는 오랫동안 논쟁해왔다.

최 박사는 자이나교의 다면론 규명을 위해 자이나교의 인식론이 형성되던 시기 문헌들을 중심으로 다면론 발전 과정 및 논쟁의 양상에 대해 고찰했다. 자이나교는 다면론에 대해 ‘실재는 보편과 특수에 의해 다면성을 본질로 한다’는 명제를 내놓고 ‘보편’과 ‘특수’, 그리고 보편과 특수가 동시에 공존한다는 ‘보편-특수 종합’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불교논사인 샨타라크쉬타는 ‘보편-특수 종합’은 모순 관계를 통해 비판하고, ‘보편’은 하나의 자성이 모든 존재에게 공통되는 오류를 들어 비판했다. 최 박사는 이러한 상반된 견해의 배경에 실재론을 주장하는 자이나교와 이를 부정하는 불교의 인식론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음도 분석했다.

자현(염중섭) 스님의 ‘자장의 전기자료 연구’ 는 신이함으로 가득한 자장 스님의 전기 자체를 규명하기보다는 자장 스님 전기의 찬술자들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에 주목하고, 또 왜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는가를 추구한 논문이다. 즉 사실에 대한 규명이 아닌 관점과 인식을 다룬 것이다.

자현 스님은 자장 스님 전기 자료의 층위와 찬술자들에 대해 정리하는 동시에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민지의 ‘개창조사전기’와 관련된 판본과 내용 검토를 통해 정본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자장 스님의 탄생과 관련된 신이와 출가 후의 혹독한 수행,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서상수계 문제를 다뤘다. 이어 자장 스님의 전기 자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인 입당목적과 연도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입당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인 장안과 종남산에서의 수행과 오대산의 문수친견을 문제도 다뤘다. 이는 자장 스님 전기 자료들 중에서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으로 이와 관련된 시대배경의 차이를 검토해 이 문제의 투명성을 보다 높게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이밖에 귀국 후 승단정비와 국가불교의 전개 상황을 검토했으며, 신라 오대산의 개산과 석남원에서의 비극적인 입적도 새로운 관점에서 다뤘다.

김성훈 박사의 ‘초기불교 힌두교계 신중도상의 연구’ 는 현재까지 전모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힌두교계통 초기 신중의 기원문제와 유통경로, 그리고 적용관계를 밝힘으로써 불교미술 도상해석에 새로운 논거를 제시한 논문이다. 특히 국내의 신중연구가 사천왕과 팔부중, 인왕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베다’와 힌두교의 각종 신들이 어떤 신중으로 불교에 편입됐는지를 촘촘하게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신중은 대승불교 전개과정에서 수용된 신들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나 수호신을 지칭한다. 신중은 힌두교가 번성한 인도의 내지보다는 인도 서북부지역을 중심을 불교에 수용됐으며 불교가 동쪽으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현지의 신이 추가로 수용되는 등 지속적인 변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 박사는 “신중의 구성과 도상은 당대의 신앙과 종교사상을 압축하여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밝히고 있다. 논문은 호탄과 둔황, 운강석굴과 키질이나 투루판 지역의 유적에서 힌두교계 초기 신중의 흔적을 추적했다. 특히 돈황 제285굴 서벽에 남아있는 신중의 도상과 배치를 통해 힌두교에서 유입된 초기 대승불교의 신중이 후기 밀교로 확장돼 전승되는 과정도 치밀하게 분석해 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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