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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면의 원조는 희랍 메두사(?)

기자명 법보신문

튀어나온 눈-산발한 머리 동일

희랍 6세기에 등장- 중국도 영향 받아

(좌) 희랍 메두사 문양 귀면

(우) 경주박물관 소장 신라 귀면

툭 튀어나온 눈. 뾰족한 송곳니에 찢어질 듯 벌어진 입, 산발을 했는지, 기(氣)가 방출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어지러이 뻗은 머리칼.

옛 사람들이 남긴 기와, 석주, 조각 등에는 이런 괴기스런 문양의 귀면(鬼面)이 적지 않다.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을 빌어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구하겠다”는 벽사구복( 邪救福)의미로 제작됐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귀면은 과연 어떤 문양을 모델로 제작됐을까?

일설에는 도깨비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전쟁의 신이었던 치우 천황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또 최근에는 용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우리 귀면이 독자적인 양식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벽사의 의미로 사용한 짐승의 모양의 도철문이 원류라는 주장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우리 귀면의 원류가 희랍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논문이 발견됐다.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이 발간한 월간고궁문물(1997년) 175호 ‘희랍미술의 동쪽으로의 이동(사명량)’이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논문에서는 수나라 이화(李和)의 관 뚜껑이나 헌현 당묘 무사용 또는 돈황에서 발견된 불상 도상 등의 분석을 통해 그 도상 속에 희랍 신화에 나오는 괴물 메두사의 머리상과 유사한 귀면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메두사는 고로곤이라는 세 마녀들 가운데 하나로 머리칼 대신 뱀들이 산발해 있는 무서운 괴물이었으나, 영웅 페르세우스의 손에 목이 잘리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 메두사는 유럽에서 기원전 6세기부터 벽사의 의미로 방패와 갑옷에 그려지기 시작했으며,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식민지 지역의 제기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메두사 귀면의 특징은 툭 튀어나온 눈, 커다랗게 벌린 입, 뱀이 어지럽게 엉켜 있는 산발한 머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모양만으로 보면 우리 귀면과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 메두사 귀면이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넘어 6세기 중국 고차 지방에서 발견된 무사 통용의 가슴에, 그리고 무덤의 관에, 돈황 막고굴 제15굴 천왕상의 가슴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논문의 저자인 사명량은 “중국의 초기 귀면인 도철은 짐승의 모습이 강했으나, 수·당 이후 메두사의 영향을 받아 사람 인물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며 “간다라 미술이 희랍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듯이, 중국의 귀면 또한 희랍의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발견된 귀면은 중국의 수·당 시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 고대의 귀면이 짐승 모양이 강하고 지독한 무서움을 갖고 있는데 반해, 우리 귀면은 친근감 있으면서도 해학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것이 특징이다. 희랍의 메두사 귀면도 무섭기보다는 해학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의 귀면은 중국의 도철문보다는 희랍 메두사의 영향을 더 짙게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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