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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6바라밀의 실천 정신

기자명 법보신문
순수하고 진정한 자비발현의 덕목

본생담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숙연한 감명과 경의를 자아내는 보살의 덕행은 대체로 보시와 인욕을 실천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왕이 비둘기를 잡아먹으려는 매에게 비둘기 대신 자기의 살을 매가 바라는 대로 차례로 베어 주면서도 중생의 고통을 생각하여 자신의 고통을 참아 낸다는 이야기는, 보시와 인욕이 자비심의 발로에서 실천되는 것임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와 고통을 참아 내는 인욕은 자기 희생을 자비심으로 승화하는 최고의 선행일 것이다. 그래서 열반경의 범행품에서도 모든 선행의 근본은 자비심이라고 가르친다.



불교목적 달성 위한 실천 방법

일찍이 유럽에서 인도 철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선구자로 알려진 막스 뮐러는 불교와 자비는 같은 말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또 1950년대에 미국에서 출판된 몇몇 불교 개설서들도 불교를 자비의 종교라고 소개했다. 근대 문명의 파괴적인 성격으로부터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서양의 일부 철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역시 불교의 자비가 갖는 온화한 미래 지향적 성격이라고 한다.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인류의 삶과 환경에 불어넣을 생기와 온기를 불교의 자비에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라밀 또는 바라밀다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최상, 성취, 완성이라고 파악된다. 그러나 중국과 티베트에서는 이것을 전통적으로 ‘피안(열반)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피도안(到彼岸), 또는 윤회의 고해(苦海)를 ‘건너다’라는 뜻으로 도(度)로 번역했다.

둘 중의 어떤 의미를 채택하든 바라밀은 불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 덕목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다만 바라밀의 실천자를 보살로 호칭한다는 점에서, 바라밀은 기존의 다른 실천 덕목들과는 차별되는 관념을 내포한다. 그 차별되는 관념이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도모하면서, 자기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라밀은 대승의 보살이 타인을 구제하고 자신도 부처가 되기 위해 심신을 닦아 나가는 행동이며, 여기에 여섯 덕목을 제시한 것이 6바라밀이다.

보시는 고난에 빠진 자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원조하는 것이다. 지계(持戒)는 건전한 정신으로 목적을 추구하는 생활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다. 인욕는 고난을 참고 견디면서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다. 정진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추구하는 바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선정은 잡념과 망상으로 산란해지지 않도록 정신을 고요하게 통일하는 것이다. 반야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고 아는 지혜를 발현하는 것이다.

6바라밀의 첫째인 보시는 자비를 실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덕목이다. 6바라밀의 마지막인 반야는 다른 5바라밀의 공통적 기반이 되는 것으로서 특별히 중시된다. 5바라밀은 각기 반야를 대동함으로써 바르게 실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시로부터 선정까지의 5바라밀을 실천하는 데는 반야가 요구되며, 자비의 순수한 이타성을 보증하는 것도 이 반야이다.



반야는 집착이 없는 순수 의식

여기서 반야는 철저한 무집착의 순수 의식이다. 바로 이러한 반야로부터 순수하고 진정한 자비도 발현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6바라밀 전체가 자비의 실천으로 간주될 수 있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이 반야에 있다.

대지도론에서는 바라밀의 실천 정신을 간결하게 예시해 준다. 이에 의하면 보시는 어떤 왕이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베푸는 것과 같이, 몸으로써 베풀 때에도 아까워하거나 걸리는 바가 없이 모든 것을 잘 베푸는 것이다. 지계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청정한 계율을 수호하는 것이다. 인욕은 어떤 사람이 욕하고 때리고 살갗을 찢고 사지를 절단하여 목숨을 빼앗기게 되더라도 마음에 증오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정진은 7일의 밤낮으로 한쪽 다리로 서서 눈을 깜밖이지 않은 채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과 같다. 선정은 어떤 수행자가 좌선에 들어, 새가 그의 머리에서 둥지를 치고 알을 낳아 그 새끼가 날아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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