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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와 개심사 연리지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 열고 자비의 세계 들라는 법문

인연의 깊은 뜻 깨우쳐준 소나무


11월 초였던가, 서산의 개심사를 처음 간 것이. 돌에 새겨진 '洗心洞‘표지판을 보면서 마음을 닦는다는 게 뭘까, 생각하며 오솔길을 막 지나는데, 희한한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한 놈은 한 놈인데, 한 놈이 아니다. 분명히 아랫도리가 둘이긴 한데 둘도 아니다. 두 놈은 각자 잘 올라가다 장딴지에서 얽혀 한 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놈은 눈인 듯 비인 듯 조용히 내리는 첫눈을 맞으며 마치 애무를 하듯 열락의 춤을 추는 시바신처럼 육감적이면서, 가부좌를 튼 비구승처럼 속을 뛰어넘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 나라고 주장하는 我相의 허물, 끝없이 나와 너를 가르는 경계라는 게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결국 마음을 씻는다는 것도 끝없이 나와 내 것이라는 좁은 아상에 얽매어 번잡스런 정신을 씻어내는 게 아닐 것인가.

한 나무의 가지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된 '連理枝'를 보며, 참으로 깊은 인연이란, 이렇게 나를 뛰어넘어 타자와 하나가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관념이 아니라 하나인 내가 다른 하나의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임을, 그래서 開心하지 않고서는 자비의 세계에 이를 수 없음을.



連理枝



開心寺 오르는 길

마음의 허물도 씻지 못한 채 洗心洞을 막 지나는데

대낮에 소나무 두 그루가 얽혀 있다

한 놈이 한 놈의 허벅지에 다리를 척 걸친 채

한몸이 되어 있다

가만히 보니 가부좌를 튼 비구승 같다 육감적인

하체 위에서 가지는 열락의 기지개 맘껏 켜고 있다

오른쪽 놈은 왼쪽으로 왼쪽 놈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방향으로 손을 뻗고 있다 허공 가득

푸른 탄성 내지르고 있다

다리가 하나뿐인 나무처럼 모자란 내 몸이

開心을 하는 길은 먼저 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내 안에 갇혀 어두운 내가 맑아지는 길은 하나인 내가

다른 하나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木佛이

앞서 열어 보이고 있다



김해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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