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묘한 꽃(으로 이루어진 의자)은 본래 법장(法藏) 비구의 원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꽃도 아니고, 우리가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꽃도 아닙니다. 아주 특별하고도 묘한 꽃입니다. 그런 특별하고도 묘한 꽃을 탄생시킨 것은 법장 비구의 원력입니다.
일상적 소원은 작은 것이나
원력은 자기를 벗어나는 것
법장은 마흔여덟개 원 세워
수행한 끝에 아미타불 돼
법장 비구는 바로 아미타불입니다. 원래 아미타불은 한 나라의 왕이었습니다만, 출가를 하셨습니다. 스님이 된 것입니다. 스님이 되었을 때의 이름이 바로 법장입니다. 법장 비구가 아미타불이 된 것입니다. 왜 법장 비구는 부처님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간단합니다. 바로 원력 덕분입니다.
원력은 원을 세움으로써 발생하는 힘이라는 말입니다. 보살은 원을 세우고 수행하셨기에 부처님이 됩니다. 그러므로 법장 비구는 동시에 법장 보살이기도 합니다.
원은 일단 큰 것입니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갖고 있는 소원(所願)같은 것과는 대조할 수도 없습니다. 소원은 소원(小願)입니다. 예를 들면, 군대에 있는 아들 녀석이 탈 없이 잘 있다가 제대했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이는 소원입니다. 작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평화가 정착되고, 더 나아가서 이 세상에서 전쟁이사라지기를 바라면 대원(大願)입니다. 자기의 범위를 벗어나는 원이라야 대원이고, 그것이 바로 보살의 원입니다.
법장 보살의 원은 모두 마흔여덟 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 소원은 하나도 없습니다. 대원만이 있습니다. 어떤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온 중생이 다 부처를 이루고 행복하고도 평화롭게 살아갈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중생을 다 그곳으로 인도하겠다는 꿈입니다. 그런 원의 힘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서방 정토 극락세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기기묘묘한 꽃이나 그런 꽃으로 된 의자만이 법장 보살의 원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극락 자체가 다 그렇다는 점을 말입니다.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하고자 해서 “만약 저 부처님을 염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먼저 이렇게 기묘한 꽃의자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생각을 할 때에는 잡스럽게 관찰해서는 아니 되며, 모두 하나하나 잘 관찰해야 한다. 하나하나의 잎, 하나하나의 구슬, 하나하나의 빛, 하나하나의 봉우리, 하나하나의 깃대를 (잘 관찰하여) 모두 분명하게 해야 한다.” 관찰의 방법과 관찰의 밀도(密度)를 말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마치 거울에 (비친) 얼굴을 스스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될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가상(假像)이지만 진짜 얼굴(眞像)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극락의 꽃의자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이루어진다면 오백억 겁토록 생사(를 반복해온) 죄를 소멸하게 될 것이며, 반드시(必定) 장차 극락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관찰수행의 공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백억이나 되는 오랜 세월을 윤회하게 했던 죄를 소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극락세계에 반드시 태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공덕은 극락세계를 관찰하는 수행이 사실은 곧 전생의 죄업을 참회하는 일이 됨과 아울러 미래를 개척하는 일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필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부사로 번역되는 말입니다. ‘결정(決定)’ ‘일정(一定)’ 역시 같은 뜻입니다. 이 말 속에는 극락왕생에 대한 깊은 믿음, 결정적인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자력의 선(禪)에서는 견성(見性)을 말하지만, 타력의 정토신앙에서는 안심(安心)을 말합니다. 정토에 태어나리라는 안심을 말합니다. 그럴 때 ‘안심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은 올바른 관찰이라 말하는데, 만약 (이와) 달리 관찰하는 것은 잘못된 관찰이라 말한다.” 안심결정을 부르는 관찰이기에 정관(正觀)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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