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 불상 훼손 계기로 본 학내 기독교인 횡포
“지갑을 주웠는데 안의 사진을 보니 중인가 보죠?”
“예, 불문에 귀의한 스님입니다.”
“지갑에 있는 것은 당신의 돈이 아니라 사탄의 돈입니다. 따라서 돌려주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 사용할 테니 그리 알고 있으십시오.”
스님이라는 이유로 황당한 경우를 당하는 것은 비단 이 스님만의 경우가 아니다. 출가했다는 이유 때문에 타종교인들로부터 심한 욕설을 당하거나 조롱을 받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종립학교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얼마 전 학교에 등교하고 있었습니다. 꼬마 몇 명이 저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사탄이다’ 하면서 교회 안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선학과 3학년 고봉 스님)
“교내를 걸어가다 보면 뒤쪽의 일반학생들이 조롱하는 소리를 가끔 듣습니다. 요즘 중들은 먹고 살만하다든지, 중이 산에나 붙어있지 학교를 왜 다니냐는 등…. 불교종립대학에서조차 이런 소리를 듣게 되니 어이없을 뿐입니다.”(불교학과 3학년 무언 스님)
6월 7일 오후 동국대 학인 스님들의 모임인 석림회는 명진관 앞 석가모니 청동불상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사태와 관련해 비상총회를 열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스님들이 학내에서 당한 피해 사례들을 함께 언급했다. 의외로 많은 스님들이 불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중 꼭 한 번씩은 겪은 게 타종교인의 전도행위로 출가자라는 사실을 버젓이 알면서도 다가와서는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 가니, 회개하고 구원받으라’는 것이다.
불교 관련 수업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 스님들의 전언. 특히 필수 교양과목인 ‘자아와 명상’ 수업 시간에는 기본적인 의식마저 조직적으로 거부하기도 하고, 심지어 “꼴값하고 있네” “잘한다 잘해” “우리가 중이냐, 이런 것 따라하게” 등 쑤군거리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는.
석림회는 학인 스님들이 이러한 사태들을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고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스님과 일반학생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석림회 회원 스님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동아리(동우회)를 선택해 활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석림회 기획실장 법선 스님은 “상대를 비하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종교간 평화를 깨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종교적 입장에서 상대 종교를 재단할 것이 아니라 인정해 주려는 태도”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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