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종영된 프로그램으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 ‘화성인 바이러스(tvN)’ 같은 것들이 있다. 특이한 사람 등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대부분 용두사미로 종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프로의 종영 이유는 한결같이 ‘소재 고갈’이다. 즉 처음에는 야심차게 시작하지만, 점차 소재가 고갈되고 끝에 가면 과장 등의 무리수를 두다가 폐지되는 수순이다.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올릴 소재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된다. 한강처럼 도도하기만 할 것 같은 물이, 금세 실개천으로 졸
인연이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소중한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두 분의 인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일흔여덟 사진사의 생애 첫 전시회를 도와드리는 중이다. 보리수아래 행사 때마다 자발적으로 와서 사진을 찍어주는 자원봉사자이다. 행사 때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포교사님이 행사 전체를 기록해주고, 장애불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남겨주신다.일흔여덟 사진사는 수년 전 중풍으로 장애인이 되었다. 왼손에 카메라를 들고 기대서거나, 전동휠체어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같은 동작을 수천번 반복하는 노력을 했다
“벗이여, 예를 들어 시장이나 대장간에서 가져온 청동 그릇이 깨끗하고 광채가 나더라도 그 안에 뱀이나 개나 인간의 사체를 담아 다른 청동 그릇을 덮어 다시 시장으로 내간다면, 뭔가 귀중한 음식이 담겨있다고 여겨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는 혐오감을 느끼고 불쾌해지고 메스꺼워져서 배가 부른 사람은 물론이고 배가 고팠던 사람들조차 식욕이 달아날 것입니다.(중략) 예를 들어 시장이나 대장간에서 가져온 청동 그릇이 깨끗하고 광채가 나는데 그 안에 맛있는 흰 쌀죽과 여러 가지 국과 반찬을 담아 다른 청동 그릇을 덮어 다시 시장으로 내간
공명조(共命鳥)는 인도의 설산(雪山)에 사는 신비한 새이다. 하나의 몸통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일신이두조(一身二頭鳥)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극락조로도 알려져 있다. 공명조의 범어는 새의 우는 소리를 발음 나는 대로 만든 지바지바까(Jīvajīvaka)로 이는 기바기바가(耆婆耆婆迦)라 음역된다. 지바(jīva)가 생명, 목숨을 뜻하는 생(生), 명(命)의 의미를 갖고 있어 공명조, 상생조(相生鳥), 공생조(共生鳥), 생생조(生生鳥), 명명조(命命鳥) 등으로도 한역된다. 공명조의 경우 구마라집(鳩摩羅什)이 ‘아미타경(阿彌陀
역촌화상이 어느 날 차를 달이고 있노라니, 승이 물었다. “조사서래의란 무엇입니까.” 역촌화상이 차시(茶匙)를 들어보였다. 승이 말했다. “그 차시가 바로 조사서래의라는 것입니까.” 역촌화상이 차시를 화로의 불속에 던져버렸다.양주역촌(襄州歷村) 화상은 남악회양의 제6대 후손으로 임제의현(臨濟義玄: ?-867)의 법사이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는 중국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가 중국에 도래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으로 대표적인 선문답에 속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주제를 들어 선문답으로 활용하고 있는 승의 안목이 기대된다. 역시나 그에
세상 사람들은 한결같이 ‘행복한 삶’을 꿈꾼다. 이 세상에 누가 행복을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사람마다 행복을 설명하는 내용은 모두 다르다. 종교에서도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르며, 또 그 삶의 방식도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매우 추상적인 행복이며, 지극히 물질지향적인 행복이기도 하다. 어느 날 사왓띠시에 부처님이 머물고 계실 때, 웃자야(Ujjaya)라고 하는 바라문이 찾아와 부처님께 인사올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이 내용은 ‘앙굿따라 니까야 웃자야의 경(Ujjayasutta)’(AN. 8:56)에 나온다.[웃자야
현장 스님의 ‘반야바라밀다주’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번역비평이 있다. 범본에 대한 문법적 분석을 통해, 반야바라밀다가 주문이 아니라 반야바라밀다의 상태에서 설해진 주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태승, 대·소본 반야심경의 비교를 통한 반야바라밀다주 고찰, 인도철학, 54, 2018)학술적 고찰로 예리함을 보였다고 하겠으나, 현장 스님은 반야바라밀다의 상태에서 설해진 주문을 반야바라밀다주로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경전문학이라는 표현도 있거니와, 경전의 번역을 또 하나의 경전문학으로 보면 반야바라밀다주로 표현하지 못할
조계사 앞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다. 그 목적은 달라도 조계사가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만큼 조계사 앞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간이다. 조계사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일주문 앞을 정성스레 꾸며놓는다. 그래서 이 앞을 지날 때면 도심 속임에도 계절을 읽을 수 있어 좋다.일주문을 통해 조계사 경내로 들어가다 보면 독특한 철붙이 조각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사천왕상이다. 그런데 그 사천왕상들은 평소 절에서 보던 사천왕과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원래 사찰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이라는 세 개의
信爲道元功德母 長養一切諸善法 신위도원공덕모 장양일체제선법斷除疑網出愛流 開示涅槃無上道 단제의망출애류 개시열반무상도믿음은 도의 으뜸이며 공덕의 어머니/ 모든 선한 법을 길러내어서/ 의심의 그물을 끊어 없애고 애욕의 흐름에서 벗어나/ 열반의 위 없는 도를 열어 보이네!‘화엄경’ 현수품에 나오는 말씀이다. 경에서는 문수보살이 묻고 현수보살이 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된 교설(敎說)의 내용은 십신(十信)에 대한 법문이다. 모든 종교는 믿음에서부터 출발한다. 믿지 않으면 종교는 성립될 수 없기에 종교의 기반은 믿음을 근본으로 한
1945년 민족해방 이래, ‘법정 다툼’과 폭력을 동원한 절 뺏기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사회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비구-취처(娶妻) 사이의 갈등이 1962년 4월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이 출범하면서 형식상 마무리되었다. 여기까지 이르는 기간에 ‘이승만 3선 개헌 촉구 기도회’ 개최, ‘5‧16군사쿠데타 지지’ 등 양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서로 집권세력에 접근 경쟁을 펼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불교계 지도자들이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던 안타까운 상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권력이 불교계를
살면서 자주하는 질문이나 의심과 관련해서는 미리 답을 찾아 놓는 것이 실수를 덜하게 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것은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자주 묻는 질문이다. 또 출가한 스님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절에 다닌다고 하면 타인에게 관심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절에 다닌다면 좀 달라야하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절에 다니는 불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고, 찾았더라도 그것을 잊지 않으려면
그간의 연재에서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부처님의 삶’(佛)과 ‘가르침’(法)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제 9월부터의 연재에서는 주로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승가(僧伽)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승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금·여기 현실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개방적 공동체를 뜻합니다. ‘개방적’ 공동체라 함은 전통적인 승가의 구성원이라 일컫는 비구·비구니·우바이·우바새 등 남녀 출재가 불교인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굳이 전통적 불교승가의 구성원인 사부대중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