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사실’과 ‘실재적 진실’
PD수첩의 ‘사실’과 ‘실재적 진실’
  • 김관규
  • 승인 2018.06.04 11:15
  • 호수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 총무원장과 교육원장에 이어 종단의 몇몇 스님들에 대한 MBC PD수첩의 고발성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실재적 진실을 떠나 2차례의 보도만으로도 조계종단에 대한 사회적 여론의 질타가 고조되고 있으며 종단 내부에서 참회와 자정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1부와 2부가 실재적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점을 보이는 것에 주목했다. 실재적 진실이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거짓이 아닌 객관적 사실을 의미한다. 언론의 보도를 둘러싸고 언론과 당사자와의 사실공방은 흔히 발생하는데 이는 실재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이기도 하다. 언론은 실재적 진실을 입증할 수 있는 법적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 법적 강제력은 흔히 사법기관이 갖는 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만이 소유한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언론은 실재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사실이라고 확인됐거나 추정되는 자료를 모아서 언론의 사실을 구성한다. 증거와 증인의 인터뷰 등이 대표적 자료이며 이 두 자료를 적합하게 구성하여 실재적 진실에 접근한 결과물이 언론의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언론의 사실은 실재적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제작자들이 구성한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작자들이 활용하는 자료는 실재적 진실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도 있고, 개연적 정황 정도를 보여줄 수도 있고, 혹은 실재로 없는 허위사실일 수도 있다. 5월 초에 방송된 1부는 실재적 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라기보다는 개연적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반면에 5월 말 방송된 2부는 실재적 진실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두 방송분의 차이는 제작진이 접근할 수 있는 사실적 자료의 양과 질에서 나오는 차이에 기인한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인터뷰 자료나 의혹 당사자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증거자료는 개연적 정황을 보여주고 있지 실재적 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PD수첩 제작진이 실재적 진실과 거리가 먼 자료를 활용해서라도 보도를 한 이유는 사안의 공익적 중대성이 커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성 때문일 수도 있고, 제작진의 특정 의도성이 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필요성과 의도성은 대부분 중첩되지만 의도성이 앞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미 교계매체를 통해 지적됐듯이 그 의도성은 종단 내외부의 특정 세력 입장을 반영해 주는 것일 수도 있고,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의도성이 앞서면 실재적 진실을 구성하는데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2008년 PD수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쇠고기수입협상과 관련하여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는 보도를 했고 광화문에서 전개된 반대촛불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PD수첩 제작진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를 했고 검찰이 기소를 했다. 대법원은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보도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된다고 판결하고 정정보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PD수첩이 허위사실로 실재적 진실을 구성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관련스님들이 실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광우병보도와 유사하게 법원판결이 PD수첩이 구성한 사실이 실재적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최종기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판결의 결과에 따라 조계종단 아니면 MBC가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법적 판단에 상관없이 조계종단이 사회적 질타를 종교적으로 승화시켜 부처님의 법을 엄격하게 지키며 수행하는 승가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