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품격, 겨우 이 정도인가
MBC PD수첩 품격, 겨우 이 정도인가
  • 법보
  • 승인 2018.06.11 12:33
  • 호수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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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PD수첩에 출연한 여성의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자가 성추행당했다고 한 특정일에 대구, 합천이 아닌 서울에 있었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건 사건발생 특정일시에 현응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입적에 따른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분향소를 비롯해 영결식장과 다비장 확보, 그에 따른 의식집전과 교계 안팎 주요 인사의 조문 등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책임자가 장례집행위원장이다. 따라서 현응 스님 스스로도 함부로 운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5일장이 엄숙히 진행되는 기간에 장례집행위원장이 분향소를 떠나 대구로 내려가 밤에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한 후 성추행까지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적어도 MBC PD수첩은 첫 보도 결정을 내리기 직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면밀한 검증과정을 거쳐 보도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 이를 무시한다면 한쪽 편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사실로 예단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PD수첩 아닌가. 그러나 PD수첩은 이 점을 간과 혹은 애써 외면했다. 일례로 피해자 여성이 성추행을 당한 장소로 지목한 곳은 주지실이 아니었지 않은가. 그리고 해인사 스님들이 썼다는 8000만원 대의 유흥비 역시 기본적인 확인도 없이 부풀려 보도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탐사보도를 천명한 PD수첩이라면 1차보도 이후라도 “사실이라면 옷을 벗겠다”는 현응 스님의 반박 기자회견에 근거해 그에 따른 사실 확인에 접근했어야 했다. 그러나 PD수첩은 보란 듯이 현응 스님의 주장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불교계에서 회자된 바 있는 또 다른 의혹만을 거론했다. 이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저널리스트들이라 볼 수 없는 행태다. 진실 확인 이전에 취재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적인 언론관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다.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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