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법주사는 팔상전을 비롯해 국보 3점과 보물 12점이 모셔져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재 사찰이다. 이 중 보물 제216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의좌상은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6m가량의 큼직한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조각됐다. 마애불로는 드물게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며 다소 비사실적이지만 곡선이 아름다운 데다가 상호가 부드럽고 편안해 많은 불자들이 찾는 기도처다.
불상의 오른쪽 바위 면에는 짐을 가득 실은 말과 스님, 말 앞에 꿇어앉은 소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553년 법주사를 창건한 의신조사가 불경을 실어 오는 모습과 소가 불법을 구하는 법주사 창건 설화와 맞닿아 있다. 마애여래의좌상이 유서 깊은 미륵도량이라는 법주사 성격과 창건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애여래의좌상을 찾는 불자들이라면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빗물 흐르는 곳이 변색돼 얼굴 대부분이 얼룩지고 여기저기 더덕더덕 붙어있는 이끼들은 마애여래의좌상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이끼를 제거하지 않으면 그 뿌리들이 바위를 파고들어 표면 탈락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이를 수년째 방치하는 것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이다.
더욱이 2016년과 2019년 국보·보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조사 모두에서 불상 얼굴 상부에 빗물 흘러내림에 따른 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불상 암반 좌측 하부에 새겨져 있는 암각화 등은 마모, 박락, 이끼류 등에 의해 훼손되고 있으므로 보존처리 등 대책 검토가 요망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보고서에 머물 뿐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화재는 보존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이다. 문화재청은 마애여래의좌상을 비롯해 보존처리가 시급한 문화재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마애불은 문화재인 동시에 불자들의 예배 대상이다. 사찰과 불자들도 그저 지켜볼 게 아니라 훼손·방치되는 문화재에 대한 대처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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