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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이 지경인데 문화재청은 뭐하나

  • 성보
  • 입력 2021.03.26 13:51
  • 수정 2021.04.15 14:58
  • 호수 1579
  • 댓글 7

보물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2007년 세척 후 14년 간 방치

마애부처님의 온화했던 미소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바라만 보아도 푸근했던 존상에 그림자가 덕지덕지 드리웠다. 정수리 육계(肉髮)에서 시작됐던 검푸른 변색은 삼도(三道), 법의(法衣), 수인(手印)을 지나 연화대좌까지 흘러내렸다. 근심을 내려놓으려 마애불을 찾았던 불자들은 그 모습에 흠칫 놀라 되레 근심과 안타까움을 얹어가는 상황이 됐다.

짙은 머리결이 촘촘히 새겨졌던 나발(螺髮)엔 초록색 이끼가 뭉턱뭉턱 피어올랐다. 왼쪽 팔엔 사선으로 균열이, 어깨에 걸친 법의엔 누런 변색이 심하다. 관리 사각지대의 비지정 문화재도 아니다. 보물 제216호로 지정된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이다. 법주사 경내 거대한 암석 절벽면에 부조된 고려시대 마애 대불로 신라시대 삼화령 석조삼존불상과 함께 희귀한 의좌상(倚坐像)에 속한다.

보물 제216호로 지정된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
짙은 머리결이 촘촘히 새겨졌던 나발(螺髮)엔 초록색 이끼가 뭉턱뭉턱 피어올랐다.
어깨에 걸친 법의엔 누런 변색이 있다.
바로 앞 바위에 새겨진 지장보살상. 보살상 주위를 장엄한 건 꽃이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끼들이다.
사찰 창건설화가 그려진 마애불 오른쪽 암각화. 온통 퍼런 녹조다. 표면 마모도 점차 진행되고 있는 상황.

바로 앞 바위에 새겨진 지장보살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살상 주위를 장엄한 건 꽃이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끼들이다. 사찰 창건설화가 그려진 마애불 오른쪽 암각화에도 온통 퍼런 녹조다. 표면 마모도 점차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애여래의좌상은 1350년대 제작된 ‘미륵하생변상도’ 불상 표현과 친연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학계 주목을 받아왔고, 지장보살상과 설화도는 이들 불상이 법상종 신앙에 의해 조성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아왔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제공.

물론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2007년 한 차례 세척을 진행하고 경화제를 도포한 후 균열 부위도 긴급 보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마애불의 표면 마모와 이끼류로 인한 훼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016 국가지정 건조물문화재(국보·보물) 정기조사. 2017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이 발간했다.

‘2016 국가지정 건조물문화재 정기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법주사 마애여래의좌상과 관련해 “불상 얼굴 상부에 빗물 흘러내림에 따른 변색 심함” “하부 연화좌 좌측 일부에 지의류(地衣類)가 있음” “불상 좌측 하부의 암각화, 정면의 지장보살상은 표면 마모·박락·지의류·선태류·초본식물에 의해 오염, 고착, 훼손되고 있어 보존처리 조치가 요망됨” 등 문제가 잇따라 지적됐다. 2019년 정기조사 보고서에도 동일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문화재청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문화재보존처리 전문가는 “풍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암석이 토양화돼 가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보존처리 시점을 서둘러야 그나마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은=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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