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세법을 개정해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독교계가 70% 이상 보유하고 있는 학교법인에 대해 입법예고 때와 달리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가 전통사찰이 보유한 토지를 투기성 부동산 투자와 같은 개념으로 폄훼하며 세금폭탄을 안기겠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도심에 수익성 부동산을 가지고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학교법인을 제외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사회복지법인, 교육법인, 종교단체 등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 분리과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착수했다. 분리과세는 종교단체 토지와 같이 비영리목적의 법인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 일반 토지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종부세 부과대상에서도 제외하는 법이다.
지방세법 개정에 나선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재원으로 도심에 엄청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은 물론 세습까지 일삼으며 부를 창출하고 있는 교회의 일탈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지방세법 개정에 나선 배경이다. 그러나 교회와 달리 전통사찰의 토지는 오랜 세월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유휴 토지가 대부분이고, 사찰 인근 사하촌에 헐값의 임대료로 빌려주는 토지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토지를 순수 종교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토지와 동등한 세금을 적용하고 또 지가를 합산해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전통사찰의 공익적인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특히 입법과정에서 학교법인까지 예외없이 적용된다며 불교계 이해를 구했던 행안부가 정작 시행과정에서 학교법인을 제외한 것은 불교를 철저하게 기만한 것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전통사찰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이다. 전통사찰이 담당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 문화재를 보존하는 공적역할은 다른 종교와 등가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방세법은 공익성과 형평성 등 모든 면에서 명분을 잃었다. 정부는 불교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방세법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통문화에 대한 부정은 물론 불교를 기만한 행위에 대해 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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