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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희망을

총을 든 경찰과 군인들 앞에서 비폭력 저항운동을 하는 시민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무자비한 발포로 이미 3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집안에 있는 어린아이들까지 비명횡사했다. 5·18민중항쟁 때, 이 땅의 군인들 또한 그랬다. 나라를 지키라고 쥐어준 총을 그 주인을 향해 들이대고 있으니 어찌 반역이 아니랴. 미얀마는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그 터널 끝에는 담마(Dhamma)가 구현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의 햇살이 기다리고 있다. 

알고 있듯이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다. 남부 몬 주는 옛날 인도에서 전륜성왕 아소카왕이 보낸 소나, 웃따라 장로가 방문한 ‘황금의 땅’으로 보는 몬족왕국의 수도 타통이 있다. 아소카왕은 아들 마힌다 장로를 스리랑카에 보내 불법의 부흥에 힘썼다. 그러니 미얀마의 이 전설도 신빙성이 있다. 빨리어 경전의 결집이 이루어져 테라바다 불교의 기반을 닦은 스리랑카와 불교 교류를 통해 서로 어려울 때 도왔다. 미얀마는 독자적으로 니까야를 번역하고 주석서들을 편찬했다. 19세기 후반 근대화의 선구자인 민돈왕은 불전 번역은 물론 테라바다 결집으로 부르는 제5차 세계불교도대회를 열어 빨리 삼장과 주석서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독립 후인 1954~6년에는 불멸 2500년을 기념, 제6차 결집을 개최하여 빨리 삼장을 수정, 보완했다. 또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 당시 불교계도 앞장섰다. 1906년 우 옥뜨마 스님의 지도로 청년불교도연맹이 결성되어 식민지 해방을 위한 민족의 구심점을 삼았다. 1930년에는 사야 산 스님이 주도한 농민 총궐기로 3년 동안 1만여명이 죽고, 8000여명이 체포되었다. 스님 또한 1937년 순교했다. 군부로부터의 민주화를 위한 스님 조직도 있다. 대표적으로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선봉에 섰던 전버마청년승려연합과 가장 큰 종파인 뚜담마파의 개혁지향적인 스님들로 조직된 청년승려연합이다. 1990년 만달레이에서는 물론 샤프란 혁명으로 부르는 200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스님들은 시민들과 길거리로 나섰다. 신군부정권은 수많은 사원을 폐쇄하고 이들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목숨을 건 스님들은 지금도 민주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절대 악인 군대가 백성들의 민주화운동을 계속 탄압하면, 내전으로 이어지고 스님들도 무장투쟁에 나서지 않을까.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눈앞에서 죄 없는 시민들이 살해되는 판에 분노가 하늘을 찌르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이 땅의 역사를 통해 역지사지의 심정이 되어 보면, 미얀마 불교인들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국제사회, 특히 세계의 인권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꾸려진 국제연합(UN)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인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민중항쟁 때, 우린 미국 등 힘 있는 국가들이 개입해주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러나 어떤 나라도 비인간적인 사태를 관망하며 자국의 이익을 저울질만 했을 뿐이다. 미사일과 핵폭탄을 가지고 으르렁 대기만 할 뿐, 어떤 국가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동포들의 숭고한 희생의 대가를 받아냈다. 군부 정권 하의 미얀마 불교계는 그들과 결탁, 권력을 세탁해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의로운 스님들은 여전히 백성들의 피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독립운동 중 옥사한 우 옥뜨마 스님은 부처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겠지만, 자신들은 투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로 “영국인의 노예 상황에서는 해탈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여불교의 핵심을 찔렀다. 종교는 목표가 아니다. 인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중생의 아픔을 해결하는 처방이나 약재일 뿐이다. 무지와 탐욕, 폭력으로부터 미얀마가 부디 해방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로든 응원해야 한다. 우리 민주화도 남 몰래 도와준 세계 시민들에게 빚지고 있다. 이제 갚을 차례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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