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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 ‘나홀로 문화재’…이제 사물인터넷이 지킨다

  • 성보
  • 입력 2021.04.22 13:30
  • 수정 2021.05.12 13:03
  • 호수 1583
  • 댓글 3

IoT 접목한 첨단 방재시스템으로 ‘충남 보령사지’ 국보·보물 지켜
지능형 CCTV부터 적외선 감지기, 레이더 센서, 불꽃 감지기까지
관제센터가 24시간 점검…이상 감지시 경찰·문화재 담당직원 출동
“문화재 보호 패러다임, 이제 사후복구에서 사전예방으로 바뀐다”

허허로운 옛 절터에 낯선 남자가 등장했다. 석탑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펜스를 남자가 넘어가려 하자 어디선가 방송이 흘러나왔다. “관제센터에서 알려드립니다! 관제센터에서 알려드립니다! 문화재 지역에서 벗어나십시오!” 하지만 남자가 아랑곳하지 않고 석탑을 향해 성큼 다가가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다.

충남 ‘보령 성주사지’(사적)에 구축된 첨단 방재시스템 시연 현장이었다. 문화재청과 보령시가 사전 협의한 후 진행한 시연이었지만 침입 알람이 울리자마자 경찰이 출동했다. 김태익 보령시청 문화재관리팀 주무관은 “문화재 방화·소실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보령시가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주사지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첨단 방재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2019년부터 3회 수범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낯선 이가 석탑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을 관제센터는 어떻게 알았을까. 하연호 보령시 CCTV관제센터 팀장은 “문화재 현장에 설치된 레이더 적외선 센서가 침입 신호를 감지하면 이를 종합 제어장치로 전송하고 관제센터로 빠르게 안내한다”면서 “관제센터의 수백개 CCTV 가운데 침입 현장 카메라에 빨간색 불이 들어온 후 커다란 팝업창이 띄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화면에서 이상 행동이 있으면 경고 방송을 송출하고 현장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이 출동하도록 시스템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사물인터넷이 이상 상황을 감지해, 보령시 CCTV관제센터로 현장 상황을 전달한다. 관제센터 화면 가운데 성주사지 현장을 알리는 팝업창이 크게 떠있다. 보령시청 문화재관리팀 제공
사물인터넷이 이상 상황을 감지해, 보령시 CCTV관제센터로 현장 상황을 전달한다. 관제센터 화면 가운데 성주사지 현장을 알리는 팝업창이 크게 떠있다. 보령시청 문화재관리팀 제공

현재 성주사지에는 모두 5건의 문화재가 있다. ‘오층석탑’(보물) 1기와 그 뒤로 ‘동삼층석탑’(보물), ‘중앙삼층석탑’(보물), ‘서삼층석탑’(보물)이 나란히 위치했고, 절터 한 켠에 ‘낭혜화상탑비’(국보)가 있다. 탑비에는 구산선문 가운데 성주산파를 개창한 낭혜화산 무염 스님(800~888) 생애가 기록돼 있다. 고운 최치원(857~?)의 사산비명 가운데 하나로도 유명하다.

보령 성주사지(사적) 전경.  모두 5건의 문화재가 있다. ‘오층석탑’(보물) 1기와 그 뒤로 ‘동삼층석탑’(보물), ‘중앙삼층석탑’(보물), ‘서삼층석탑’(보물)이 나란히 위치했고, 절터 한 켠에 ‘낭혜화상탑비’(국보)가 있다.
보령 성주사지(사적) 전경.  모두 5건의 문화재가 있다. ‘오층석탑’(보물) 1기와 그 뒤로 ‘동삼층석탑’(보물), ‘중앙삼층석탑’(보물), ‘서삼층석탑’(보물)이 나란히 위치했고, 절터 한 켠에 ‘낭혜화상탑비’(국보)가 있다.

보령시는 이들 문화재에 지능형 CCTV, 적외선 감지기, 레이더 센서를 달았다. 지능형 CCTV가 실시간 방범을 담당하고, 일부 사각지대는 적외선 감지기가 잡아낸다. 또 레이더 센서를 추가해 보안망을 강화했다. 김 주무관은 “레이더망에 들어오면 면 단위 물체가 인식해 침입 신호를 종합 제어장치로 전송한 후, 관제센터로 전송하게 된다”면서 “사람이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물체를 던져도 인식할 수 있도록 면 단위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낭혜화상탑비’에는 불꽃 감지기도 추가로 설치됐다. 비석 보호각이 목조로 돼 있어 화재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불꽃에서 발생하는 자외선·적외선 파장을 인식해 라이터만 켜도 이를 감지한다.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도 보였다. 지능형 CCTV는 보호각 처마도리에 감춰져 있었고 적외선 감지기·레이더 센서는 석탑을 둘러싼 펜스에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설치됐다.

‘낭혜화상탑비’ 전경.
‘낭혜화상탑비’ 전경.
지능형 CCTV는 보호각 처마도리에 감춰져 있었다.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다. 보령시청 문화재관리팀 제공
지능형 CCTV는 보호각 처마도리에 감춰져 있었다.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다. 보령시청 문화재관리팀 제공
보호각 외부에도 지능형 CCTV가 달려있다.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제공
보호각 외부에도 지능형 CCTV가 달려있다.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제공

사물과 사물이 서로 연결돼 침입신호를 주고 받는다. 현장 상황을 판단하고 이를 CCTV관제센터, 경찰, 시청 담당 주무관(학예연구사)에게 전달한다. 문화재청·보령시는 2018년 ‘보령 성주사지’를 시범 운영 대상으로 선정하고 예산 600만원을 투입해 지능형 CCTV 4대와 적외선 감지기 8대, 경보기·경광등을 마련했다. 김 주무관은 “문화재가 훼손되고 나면 수리비용이 상당한데 사물인터넷 첨단 방재시스템은 24시간 관리가 가능하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의 차세대 문화재 관리시스템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제공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제공

문화재청도 사물인터넷 첨단 방재시스템을 2023년까지 163건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구미 황상동 마애여래입상’(보물) 등 18건에 국비 13억이 투입된다. 정금두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주무관은 “첨단 방재시스템은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골든타임에 ‘나홀로 문화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면서 “옛 절터나 산속에 홀로 남아있는 문화재는 상시적인 감시가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도 지자체와 협력해 첨단 방재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문화재 보호 패러다임도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뀌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구미 황상동 마애여래입상’(보물). 
‘구미 황상동 마애여래입상’(보물).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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