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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합창단 ‘찬송가 선교행위’ 교묘하고 상습적이었다

  • 사회
  • 입력 2021.06.10 17:30
  • 수정 2021.06.15 10:56
  • 호수 1589
  • 댓글 9

대불총 대책위, 최근 4년간 합창단 공연 내용 조사·분석
총 198곡 중 88곡이 찬송가…전곡 찬송가로 채운 공연도
대구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위한 법적 제도화 검토 중”

대구시립합창단 홈페이지 캡쳐.
대구시립합창단 홈페이지 캡쳐.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선교행위’가 일회성이 아니라 상습적이고 교묘하게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노골적인 기독교 찬양 가사를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렵도록 라틴어 등으로 불러 대중들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대구불교총연합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구시립합창단이 진행한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에서 찬송가를 불러 논란이 확산되자 서양음악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꾸려 그동안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 내용을 조사해 분석했다. 특히 대구불교총연합회 종교편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17년 1월부터 최근까지 한국공연종합정보 사이트 KOPIS에 업로드 된 대구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 9회, 기획연주 3회, 찾아가는 음악회 1회 등 총 13회 공연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다만 2018년도 공연 정보는 게재돼 있지 않아 누락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2018년을 제외한 4년간의 대구시립합창단 연주 목록 총 193곡 중 기독교 신을 찬양하는 찬송가가 88곡(46%)이나 됐다. 매 공연에서 적게는 2곡, 많게는 9곡의 찬송가가 포함된 것으로 "대구시립합창단인지 교회성가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2017년 1월1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 ‘천지창조’ 기획연주에서 대구시립합창단이 부른 32곡 가운데 전곡이 찬송가로 채워졌고, 지난해 6월25일 열린 158회 정기연주회에서도 16곡 중 절반 이상인 9곡(56%)이 찬송가였다.

2019년 9월26일 ‘합창으로 듣는 가을 향기’ 146회 정기연주에서도 첫 무대를 ‘페스티벌 미사곡’이라는 주제로 ‘Kyrie(하나님의 자비를 간구함)’ ‘Sanctus(주의 거룩하심을 찬양함)’ ‘Agnus Dei(주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사해 주소서)’ ‘Regina coeli laetare(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할렐루야)’ ‘Te Deum(주님 당신을)’ 등 가을과 무관한 5곡의 찬송가가 잇따라 울려 퍼졌다.

이처럼 대구시립합창단이 원색적인 찬송가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라틴어 등으로 구성된 원곡을 번역 않고 그대로 불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라틴어 등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대중들이 원곡의 내용을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사 내용을 살펴보면 ‘주’ ‘여호와’ ‘예수’ 등 예수를 찬양하는 내용이 곳곳에서 넘쳐난다. 이 때문에 대구시립합창단이 종교편향 지적을 대비해 의도적으로 일반대중이 알기 어려운 라틴어 등 원곡을 공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글로리아(Gloria)’라는 곡은 정기연주회 135회, 146회, 147회, 150회에서는 반복적으로 선보였다. 이 곡은 “Gloria in excelsis Deo(하늘 높은 데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Et in terra pax hominibus bonae voluntatis.(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Laudamus te(주님을 기리나이다), Benedicimus te,(찬미하나이다) Adoramus te.(주님을 경배하나이다) Glorificamus te.(찬양하나이다)/ Gratias agimus tibi propter magnam glroriam tuam.(주님 영광 크시오니 감사하나이다)”로 시작해 “Quoniam tu solus sanctus. Tu solus Dominus. Tu solus Altissimus, Jesus Christe.(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며 홀로 높으신 예수 그리스도 님)/ Cum Sancto Spiritu In gloria Dei Patris. Amen.(성령과 함께 아버지 하나님의 영광 안에 계시나이다. 아멘)으로 끝나는 등 기독교 신을 찬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연주회가 아니라 찬송가 공연을 통한 선교행위라는 비판에 대해 내부에서는 “서양 음악의 기원이 기독교이기에 종교곡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의 차원이다”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인데 어떠냐” 등의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구시립합창단은 교회성가대가 아니라 지자체 예산으로 설립된 공적기관이다. 따라서 이 같은 노래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부르는 것은 ‘시립합창단’이라는 공공성을 저버린 의도적 선교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양음악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이 기독교 문화와 완전히 무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곡들은 너무나 확연한 기독교음악”이라며 “공공성을 지향해야 할 시립합창단이 사실상 기독교 찬송가를 과도하게 편성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대구시립합창단의 기독교 찬송가 공연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대구시립합창단은 과거인 2013년과 2014년에도 잇따른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13년 9월 열린 제121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이 땅에 기쁨과 평화를’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평화를-하나님의 어린 양’ 등을 공연했다. 11월에는 ‘오 도우소서’ ‘고난의 때’ ‘예수같은 분 없네’ ‘성자들이 행진할 때’라는 곡을, 12월 열린 송년음악회에서는 ‘이날에’ ‘영광’ 등을 버젓이 무대에 올렸다.

이에 불교계는 운영 주체인 대구시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대구시는 관련자들에 대한 주의조치와 교육 등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보란 듯이 2014년 10월 전국 규모의 합창대회에 참석해서도 ‘작은 나무’ ‘모든 눈이’ ‘생명수 강가에서’ 등의 찬송가를 불렀다. 말로만 시정하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따라서 대구시가 시립합창단을 면밀히 감시·감독하는 시스템을 제도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책위는 “대구시는 찬송가 공연 논란이 일 때마다 관리감독과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며 “공적 단체를 특정 기독교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대구시가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들의 선교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시립합창단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자기 신앙을 알리기 위해 다른 이의 신앙과 신념을 무시한 것”이라며 “음악이 갖는 평화와 조화로움을 외면한 채 우리 사회의 갈등과 편견을 불러일으키고 대중을 속이는 기만적인 행태”라고 질책했다.

계속된 찬송가 공연 파문과 관련해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관계자는 “2014년 ‘종교편향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공연 프로그램의 종교편향 검증 과정을 거쳐 왔지만, 이 과정이 필수절차가 아니라는 제도적 한계와 더불어 코로나까지 겹쳐 관리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대구시는 근본적으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 동화사(주지 능종 스님)는 5월14일 대구시를 방문해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열린 찬송가 공연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6월11일 감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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