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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시립합창단 ‘성가대’ 활동 막을 자문위 해산 결정

  • 사회
  • 입력 2023.04.27 21:01
  • 수정 2023.04.28 19:30
  • 호수 1679
  • 댓글 2

시의회 조례 심사 거쳐 7월 폐지 수순
종교편향 예방 방지대책 강화 약속
“다종교시대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

[대구시]
[대구시]

'시립 성가대'라고 비판 받던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연주 방지를 위해 설치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자문위)가 해산된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해 종교편향 사전 방지대책을 별도로 수립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대구광역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에서 자문위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을 막을 법적, 제도적 구속력이 사라져 예전과 같은 선교 공연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는 4월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종교화합 자문위원회가 본래의 취지였던 자문을 넘어 사실상 구속력 있는 의결기구로 운영돼왔고, 특히 종교계 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는 현 제도는 사전검열적인 기능을 수행해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으로 판단해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대구 MBC, 영남일보 등 각종 언론의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공연을 위해 초청된 대구시립합창단이 베토벤 ‘합창’을 연주하려 했으나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가사에 ‘신’이 들어갔다며 종교편향을 지적해 무산됐다”는 일방적인 보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대구시립합창단의 장기간 노골적인 종교편향 공연을 지속하자 공공영역에서 이뤄지는 합창단 선교행위를 막고 종교 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됐다. 2014년 자문위가 설치됐음에도 합창단의 종교 중립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화한 것이다. 종교 중립성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서는 출석한 종교계 자문위원의 전원 찬성을 전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합창’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이어지면서 자문위 설치 취지는 외면당했고 자문위 운영방식에 대한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대구 예술인은 자문위의 종교편향판정 규탄 시위까지 벌였다.

이에 대구시는 시립예술단 종교화합 자문위원회 결정이 종교계 위원이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에 의해 예술인들의 예술표현에 대한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 자문위를 폐지하고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상 자문위 조항은 6월 시의회 조례안 심사를 거쳐 7월 경 삭제된다.

대구시는 자문위를 폐지하는 대신 종교편향 사전 예방을 위한 방지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립예술단 운영상 공공성이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특정 종교음악으로 인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중교중립 의무 준수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구시가 발표한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살펴보면 시립예술단의 종교편향적 공연 금지 원칙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곡 선정에 책임 있는 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은 특정 종교에 편중된 공연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할 경우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촉, 예술단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예술회관장과 콘서트하우스 관장도 직무유기로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린다. 또 예술감독 채용시 종교편향적 인물은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해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채용심사위원회 구성 시 불교·기독교·가톨릭 등 종교계 추천인사를 포함하고 종교편향방지 서약서 징구(徵求)를 의무화한다. 직무계획서 안에 종교편향 방지계획도 제출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예술단으로서 종교 중립의무 준수는 필수인 만큼 실효성 있는 시립예술단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예술계, 종교계 간 소통과 화합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대구시의 자문위 폐지 결정과 관련해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문위가 설치되고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 자문이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종교편향 공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으나 이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종교편향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은 “대구시가 내놓은 방안은 말장난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에 자문위가 구성됐으나 합창단 공연 곡 자문이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례 개정 전까지 상습적으로 종교편향 공연을 하지 않았나”며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제도화돼있지 않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대구시는 시립합창단이 선교 공연을 재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자문위가 왜 설치됐는지 대구시는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 종회의원 제정 스님도 “종교편향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결국 대구시가 내놓은 대책은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하다. 대구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조례에 명문화돼있어야 한다. 강제력이 없으면 결국 시립성가대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돼있다. 다종교다문화 사회에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이라면서 “대구시의 이같은 결정은 한쪽의 입장만 청취한 또 하나의 종교차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79호 / 2023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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