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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순례, 부처님 성지 참배하며 가르침 새기는 수승한 공부”

  • 교계
  • 입력 2021.09.06 11:30
  • 수정 2021.09.07 17:18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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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 

천릿길 걷는다는 것은 결연한 각오 없이 어려운 일
순례,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소중한 경험
원만회향으로 한국불교 새 수행문화조성에 기여하길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은 “순례는 참선하고 경을 보며 익혔던 공부를 행선하면서 그 하나하나를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며 “그 자체로 수행이고 용맹정진”이라고 말했다. 사진=주영미 기자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은 “순례는 참선하고 경을 보며 익혔던 공부를 행선하면서 그 하나하나를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며 “그 자체로 수행이고 용맹정진”이라고 말했다. 사진=주영미 기자

법보신문은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염원한 상월선원 만행결사의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앞두고 조계총림, 해인총림, 영축총림 방장스님으로부터 천리순례의 의미와 당부의 말씀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조계총림 방장 현봉,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에 이어 9월1일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파 스님은 “사부대중이 삼보사찰 순례를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매우 뜻깊다”며 “이번 순례가 이 시대 새로운 수행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한국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한 상월선원 만행결사가 올해 9월30일부터 10월18일까지 19일간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진행합니다. 방장스님께서는 이번 천리순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통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걷는다는 것은 익숙한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천릿길을 걷는다는 것은 결연한 각오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대중들이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이라는 원력을 갖고 만행에 나선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스님들이 안거가 끝나면 부처님 성지를 따라 만행에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사부대중이 함께 삼보사찰 순례에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순례가 이 시대 새로운 수행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모든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원력입니다. 원력이 모이고 모이면 아무리 어려운 일들도 슬기롭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는 데도 확고한 신심과 원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쪼록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부처님의 높은 가르침을 세상에 드높이겠다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대중들의 큰 원력이 원만 성취되기를 바랍니다.”

▲불교에서 순례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불교에서는 동중(動中) 공부가 정중(靜中) 공부보다 더 수승하다고 합니다. 물론 공부를 함에 있어 정(靜) 가운데 동(動)을 찾고 동에서 정을 실현하는 ‘동정일여(動靜一如)’가 돼야 하겠지만 동중 공부가 더 수승하다는 것은 그만큼 동중에서의 공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순례는 참선하고 경을 보며 익혔던 공부를, 행선하면서 그 하나하나를 확인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순례는 단순한 행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수행이고 용맹정진입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불교 공부가 앉아서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성지를 찾아 참배하면서 부처님 삶과 가르침을 되새기는 공부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회향지가 통도사입니다. 한국불교 삼보사찰 가운데 통도사가 갖는 위상과 의미는 무엇입니까?
“불교는 불·법·승 삼보를 예경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인도, 중국, 일본불교에서도 삼보 예경 전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승 삼보의 의미를 담아 따로 삼보사찰을 명명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한국불교가 유일합니다. 삼보신앙을 강조한 한국불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 가르침이 담겨 있는 해인사, 그리고 16국사를 비롯해 승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송광사는 한국 불자들의 귀의 대상이고, 중요한 성지입니다. 그 가운데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는 통도사는 불보사찰로서 한국불교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도사는 매년 동안거를 즈음해서 화엄산림법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0여년 전 통도사 경봉 스님이 동안거 기간 스님뿐 아니라 재가불자들도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으로 압니다. 당시 화엄산림법회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통도사 화엄산림법회는 한국불교의 수행문화를 증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도 한국불교의 새로운 수행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 스님은 율사이면서 ‘화엄경’의 대가였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자장 스님은 당 태종 때 국빈으로 초청돼 황실에서 ‘화엄경’을 설했다고 합니다. 통도사 화엄산림 전통은 어쩌면 자장 스님 때부터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도 구하 스님이 화엄산림법회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치면서 중단됐습니다. 그러다가 경봉 스님이 한국불교의 쇄신을 위해 화엄산림법회를 열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도사 화엄산림법회는 출재가를 떠나 모든 사부대중이 부처님 말씀을 익힘으로써 본성을 찾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부처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한국불교가 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이 이끄는 삼보사찰 천리순례도 엄밀히 보면 불교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삶과 사상이 담긴 성지 곳곳을 참배하고 그 가르침을 새기면서 각자의 화두를 챙겨 본성을 찾아가자는 것입니다.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원만하게 회향된다면 향후 한국불교의 새로운 수행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출가자, 신도수 감소 등 한국불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탈종교화가 심화되면서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과학문명의 발달로 한국사회에서도 탈종교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비단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겪는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불교중흥의 길은 앞으로 더 험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는 길이 있다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길은 분명 있다고 봅니다. 1700년 한국불교사를 돌아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흥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조선 500년처럼 모진 핍박을 견뎌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역경 속에서도 불교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것은 그 시대마다 불교의 명맥을 이으려는 옛 선지식들의 지혜와 방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암울한 시대, 자칫 불교의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었던 위기의 순간에서 옛 스님들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되짚어 본다면 지금 한국불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방장스님께서도 과거 만행순례에 나선 적이 있습니까?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券書 行萬里路, 여러 분야의 많은 책을 읽고 여러 곳을 여행해 견문을 넓힌다)’라는 말처럼 출가하기 이전부터 여러 곳 다니기를 좋아했습니다. 출가해서는 여러 불교성지를 순례하며 만행을 했습니다. 많은 대중들과 다니지는 않았고, 간혹 몇몇 도반들과 순례를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여러 수행처를 다녔고, 중국의 여러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며 중국 문화와 불교에 대해 살필 수 있는 시간도 자주 가졌습니다.”

▲순례를 통해 얻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운동선수가 시합에 나가 봐야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듯 수행자도 자신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순례가 필요합니다. 참선을 하고 경을 보며 공부한 것을 밖에 나가 부딪쳐 보면 자신의 공부 정도를 알게 됩니다. 순례가 수승한 공부라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순례는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합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나서는 대중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천릿길 순례는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천리를 평탄한 길만 걷는 것도 어려운 데 험난한 고갯길을 넘고 때론 정리되지 않은 비포장길도 걸어야 하며, 순례과정에서 지켜야 할 엄격한 청규도 있을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고된 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 한 생각 돌리면 자신에게는 큰 깨달음을 주는 공부가 됩니다. 자신이 얼마나 나태했고, 탐욕에 물들어 있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발심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쪼록 모든 대중들이 스스로 건강을 잘 지키면서 순례를 통해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축원합니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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