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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순례 2일차] 새벽을 깨우는 맑은 목탁 소리 따라 섬진강변을 걷다

  • 교계
  • 입력 2021.10.02 15:35
  • 수정 2021.10.02 16:55
  • 호수 1604
  • 댓글 3

삼보사찰 천리순례, 곡성서 구례 사성암까지 25km 행선
섬진강이 만들어낸 짙은 안개 속 화두·염불·주력 등 정진

맑은 목탁 소리가 이른 새벽을 깨웠다. 이어진 이산혜연 선사 발원문 독경소리에 대중들은 잠에서 벗어났다. 10월2일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자비순례 2일차 일정은 새벽 3시 도량석으로 시작됐다.

하루 전 입제식을 갖고 천리순례의 첫발을 뗀 순례단은 이날 전남 곡성 용바위 주민생활체육공원을 출발해 사성암 주차장까지 총 25km 구간을 행선했다. 순례에 앞서 예불문과 한글반야심경 봉독으로 이번 천리순례의 의미를 되새긴 대중들은 섬진강이 만들어낸 짙은 안개를 뚫고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칠흑 같은 어둠과 짙은 안개 탓에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앞선 이들의 발길 좇아 걸음에 걸음을 더해갔다. 며칠 전 남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순례길 곳곳에 생겨난 물웅덩이는 대중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서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순례에 나선 수행자들은 이마저도 수행의 과정으로 생각하며 오직 화두나 염불, 주력에 집중할 뿐이었다.

순례대중 가운데 최고령자는 지난해 자비순례에 이어 이번 천리순례에 동참한 올해 77세의 이채순 불자다. 그는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주관한 제7회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에서 대상인 총무원장상을 수상하고, 이를 백만원력결집 불사에 회향한 신심돈독한 불자다.

이채순 불자는 “지난해에는 이걸 왜 못하겠느냐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아상이었다”며 “올해는 하심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동참을 신청했다. 천리순례가 원만회향할 수 있도록 원력을 더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스님들 중에는 서울 전등사 주지 동명 스님이 최고령자다. 스님은 “새벽에 100여명이 말없이 고요하게 걷는 모습에서 출가인으로서 꼭 한번 해봐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게으르고 나태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익숙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내가 살아왔던 것들을 뒤돌아보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안개 낀 새벽을 걷는다는 게 무척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길을 걸어 길에서 법을 펼치셨다고 생각하니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원만회향을 목표로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정진의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순례단은 오전 11시 2일차 회향지인 사성암 주차장에 도착해 점심공양 후 사성암 참배의 시간을 가졌다.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544)에 인도에서 온 고승 연기조사가 처음 개창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성암은 굽이치며 흐르는 섬진강과 지리산 연봉들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유리광전에 모셔진 4m 높이의 음각된 마애여래입상은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한편 동국대 경주병원은 이날 순례단을 대상으로 물리치료 등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10월9일에는 동국대 일산병원이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례=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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