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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힘든 시기 국민·불자들에 희망·용기 줄 것”

  • 교계
  • 입력 2021.08.20 22:34
  • 수정 2021.08.20 22:41
  • 호수 1598
  • 댓글 5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

고려 정혜결사 발원지 송광사서 순례 출발은 남다른 의미 있어
순례 의미는 부처님 가셨던 길따라 걸으며 본래 자성 찾는 것
순례과정서 탁마하고 점검하면서 스스로 수행 정도 살펴보길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염원한 상월선원 만행결사의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앞두고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이 8월19일 법보신문과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스님은 이날 인터뷰에서 불교 순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불자와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스님의 견해도 제시했다. 이날 인터뷰는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상월선원 만행결사가 올해 9월30일부터 10월18일까지 19일간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진행합니다. 방장스님께서는 이번 천릿길 순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문명 전환기입니다. 이럴 때 스님과 불자들이 ‘삼보사찰 천리순례’라는 새로운 수행을 시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도 정혜결사의 발원지인 송광사에서 시작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혜결사는 불교가 힘들고 어려울 때,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시대에 맞는 불교로 돌아가자는 발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스님과 불자들이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염원하며 순례에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불자와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순례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순례(巡禮)라는 말에서 ‘순(巡)’은 돈다는 것이고, 예(禮)는 예배의 의미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자면 순례는 어떤 종교의 성인이나 창시자, 혹은 그 종교의 상징적인 곳을 참배하고 예배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의 순례도 다르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고, 깨닫고, 법을 설했던 장소를 찾아가 참배하는 것은 불자로서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순례는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이 담긴 곳을 찾아 스스로 공부하고 발심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순례는 수행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의 순례는 그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순례에서 ‘순’이라는, ‘돈다는 의미’는 결국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부처님 성지를 참배하고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 부처님이 가셨던 그 길에서 본래 자성을 찾는 것입니다. 동으로 돌든 서로 돌든, 종국에는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발지와 종착점이 결국은 한 자리이고, 그 자리는 스스로의 마음자리인 것입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첫 출발지가 승보종찰 송광사입니다. 한국불교 삼보사찰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인도에는 부처님 8대 성지가 있고, 스리랑카 미얀마 등 다른 불교국가에도 그들만의 성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성지가 있었습니다. 자장율사가 모셔온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 그리고 관음도량 등이 대표적입니다. 삼보사찰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지입니다. 아마도 조선 후기에 삼보사찰에 대한 강렬한 염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 가르침이 담겨 있는 해인사, 그리고 16국사를 비롯해 한국불교 승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송광사는 우리가 귀의하고 호지해야 할 불법승(佛法僧)삼보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보사찰은 한국불자들의 귀의 대상이고 중요한 성지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번 순례를 계기로 삼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삼보사찰뿐 아니라 적멸보궁, 관음성지 등 다양한 순례 문화가 생겨나는 것도 새로운 수행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려 때 보조지눌 스님은 정혜결사를 진행했고, 한국불교에서 역대 선지식들은 침체된 불교를 새롭게 중흥시키겠다는 원력으로 수많은 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도 전통결사의 계승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불교가 침체되고 세상이 힘들 때 스님들은 분연히 결사를 추진했습니다. 결사는 그 시대 불교계가 부처님 가르침과 율장에 어긋나고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각과 반성에서 출발해 그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의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불교혁신 운동입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송광사를 배경으로 진행한 정혜결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조 스님이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고 하셨듯,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딛고 새롭게 일어서겠다는 발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가자, 신도수 감소 등 한국불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탈종교화가 심화되면서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불교중흥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습니다. 고려불교, 조선불교로 돌아가는 것이 중흥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은 AI시대입니다. 과거 부파불교 시대에 엄청난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불교 교리뿐 아니라 우주의 진리까지도 파악했습니다. 그 속에는 놀라운 이론과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과학의 발전으로 밝혀진 사실들은 부파불교가 이룬 성과를 뛰어넘습니다. 그동안 종교적으로 이해했던 많은 것들이 과학에 의해 명징하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비가 안 와도 기우제를 지내지 않는 것처럼 과학이 발전할수록 종교의 영역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불교도 종교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탈종교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신도수 감소는 더 심화될 것입니다. 출가자 수나 신도수 등 양적인 측면만으로 불교의 중흥이니 쇠락이니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학의 발전 속에서 우리는 부처님 말씀이 진리임을 여실히 보고 있습니다. 세상은 고정불변된 것이 없고, 우리가 있다고 믿었던 어떤 것들이 모두 인연에 의해 조합된 것들임이 과학에 의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처님 가르침이 과학에 의해 진리로 드러나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불교중흥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사찰에서 기도하고 수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신도수가 많고 적음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교는 결국 욕망을 내려놓는 공부이고, 관념이나 편견을 모두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공부입니다. 여기에 불교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중흥이 양적인 변화도 좋지만 좀 더 질적인 변화에 방점이 찍혔으면 합니다.”

▲방장스님께서도 과거 만행순례에 나선 적이 있으십니까?

“인도의 8대 성지를 비롯해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불교국가들을 두루 순례했고, 기독교와 이슬람 등 다른 종교 성지도 가봤습니다. 다른 종교의 성지들을 순례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그 종교가 왜 그와 같은 교리를 갖게 됐는지, 어떻게 그런 형태로 발전했는지 현장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종교의 역사성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종교의 성지를 가봐야 한다는 점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순례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순례는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순례의 과정에서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역할과 지위는 무의미합니다. 순례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기에 진정으로 나를 돌아보고 공부를 점검하는 소중한 체험이 됩니다. 물론 혼자 떠나는 순례도 있고, 여러 대중과 함께 떠나는 순례도 있습니다. 함께 떠나는 순례도 공부입니다. 순례과정에서 서로 탁마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수행 정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과의 인터뷰는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가 진행했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과의 인터뷰는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가 진행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나서는 대중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2019년 위례 상월선원에서의 극한정진과 비교하면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천상의 꽃길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천리순례가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흙바닥에서 먹고 자면서 천리가 넘는 길을 오로지 두 발에 의지해 걸어야 합니다. 여간한 발심이 아니면 마지막 회향을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천리순례는 극기(克己)의 과정일 것입니다. 극기를 단순한 육체적인 단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극기는 자신을 극복하고 조복 받는 과정입니다. 마음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나태함과 탐욕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이번 천리순례를 통해 대중들은 반드시 극기를 성취하길 바랍니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중심을 수미산이라고 여깁니다. 물리적으로는 히말라야의 카일라스산을 말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수미산은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 이번 순례가 마음속 수미산을 찾고 또한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순천=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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