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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중흥 상월정신 새기며 백담골 따라 걷다

  • 교계
  • 입력 2021.09.03 17:44
  • 수정 2021.09.03 21:18
  • 호수 1600
  • 댓글 0

9월3일, 인제 만해마을 일원 23km서 삼보사찰 예비순례
“혼자라면 쉽지 않은 걸음…도반들 있어 힘낼 수 있었다”

“한국불교 중흥의 대원력 바탕 위에 상월선원 만행결사가 세상을 향한 새로운 희망의 빛이 되고,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통해 자기수행과 대중화합의 새로운 불교운동을 실천할 것을 발원합니다.”

맑은 물 굽이쳐 흐르는 내설악 백담골 따라 한국불교의 중흥을 염원하는 마음들이 하나로 모여 힘찬 발걸음으로 구비쳤다. 상월선원 만행결사(회주 자승 스님)는 9월3일 인제 동국대 만해마을 일원에서 삼보사찰 예비순례를 개최했다. 예비순례는 10월 예정된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앞서 자신의 부족함을 점검하고 서로를 격려해 함께 회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만해마을을 출발해 백담사를 돌아 다시 만해마을로 돌아오는 23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에는 비구 49명, 비구니 6명, 우바새 17명, 우바이 25명 등 총 97명이 참가 신청했으며, 예비순례에는 순례대중과 외호대중 등 120여명이 동참했다. 하루 전 만해마을에 모인 동참대중은 입재식을 갖고 2019년 상월선원 천막결사, 2020년 511km 자비순례에 이어 ‘수행과 전법’을 통한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원력과 맞닿은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동국대 이사장 성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예비순례를 시작으로 9월말 시작되는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동참대중 모두가 원만히 회향할 수 있길 축원한다”며 “포교와 전법을 주제로 진행되는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고 한국불교 중흥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동참대중은 어스름 새벽 3시, 어두운 눈을 비비며 예불을 모시고 회주 자승 스님의 인도로 예비순례의 첫걸음을 뗐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백담계곡의 한길로 흐르는 물소리의 시끄러움에 세상은 더욱 고요했다. 한발 한발 오르막 내리막이 쉼 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랜턴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걸었다. 혼자였다면 내디딜 수 없는 어려운 걸음이겠지만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원대한 목표와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기에 동참대중은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비록 예비순례였지만 서슬퍼런 청규는 예외가 없었다. 동참대중은 오로지 묵언으로 침묵의 길을 함께 걸으며 화두와 염불, 주력 등 개인의 수행을 챙기며 여법하게 나아갔다. 개인과 사회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 줄로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골과 계곡을 따라 중간 도착지인 백담사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내려가기를 3시간이나 반복한 뒤에야 백담사에 도착했다. 백담사에는 ‘깨닫지 못하면 문밖에 나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폐관정진하는 수좌들의 무문관과 초발심한 스님들이 부처님의 법과 스님의 위의를 배우는 기초선원이 있다. 법당을 제외한 정진공간은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지만 이날 만큼은 산문을 열어 순례대중을 품었다. 수행과 전법, 포교와 결사는 결국 하나이며 삼보사찰 천리순례 동참대중의 걸음은 곧 정진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특히 회주 자승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의 소임을 내려놓은 뒤 2017년과 2018년 내리 2년을 수행했던 현장이 공개돼 순례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백담사에서 아침공양을 마친 대중은 회향지인 만해마을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백담골 하늘은 어느새 짙은 어둠이 말끔히 걷어내고 청량한 빛과 산색으로 순례대중에게 무설법문을 들려줬다.

순례에 첫 참가해 7조 조장을 맡게 된 김선희 불자는 “대중의 힘을 느꼈다. 여럿이 함께하면 충분히 회향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며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걷는 동안 오롯이 마음에 집중하는 가슴 벅찬 경험을 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비순례에 이어 삼보사찰 천리순례 1조 조장을 맡게 된 우봉 스님은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을 대중이 모여 가능케했다”며 “삼보사찰 자비순례가 불교의 세가지 보물인 삼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민들 마음 속에 큰 의지처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포교원장 범해 스님은 “불자가 불자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스스로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삼보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확고히 하는 계기를 되도록 포교원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많은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9월30일~10월18일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입재해 법보종찰 해인사를 거쳐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회향한다. 총 이동거리는 423km, 하루 평균 24km를 온전히 걸음에 걸음을 더해 5개 광역시 11개 시군의 천년고찰을 순례한다.

인제=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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