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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종교 차별한 역대 정권의 수도권 도심 개발 - 상

기자명 이병두

종교용지 개신교·가톨릭 독차지…불교 영향력 축소

1960년 후반 여의도·강남 개발로 대형교회·성당 줄줄이 등장
불교, 강남 개발 과정서 봉은사 토지 정권에 강제로 빼앗겨
대형교회 중심 정치권에 영향력 확대…기독교 성장의 배경

사랑의교회(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서울 서초구).

한국 사회에서 각 종교, 그중에서도 대형교회와 성당들은 선거 때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1996년에 치러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강남 소망교회가 각기 국회의원 6명을 배출했고,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6명 그리고 소망교회가 당선자 8명을 냈으며,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소망교회가 7명,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가 5명, 수원 중앙침례교회가 3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이때 수원시 전체 지역구 의원 4명 중 3명이 같은 중앙침례교회에 출석하는 ‘교우’(敎友)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맞붙어 대결한 여당인 새누리당의 남경필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진표 후보 둘 다 수원 중앙침례교회와 수십 년 인연을 이어오는 신자였다. 그 뒤로 이 대형교회가 배출한 국회의원 숫자에 변화가 있지만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그 교회와 담임 목사 그리고 그 교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신도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종교인구 비율에서 개신교가 급등세를 타고 가톨릭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된 것이 1967년 시작된 여의도 개발을 기회로 삼아 순복음교회와 여의도 침례교회가 자리를 잡고, 1970년대 초반 서울 강남 지역(현재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 개발과 역대 정권이 수도권 여러 곳에 신도시를 조성할 때 종교 부지를 분양받아 신축한 대형교회들이 등장한 것과 관련이 있다.

수원 중앙침례교회.
수원 중앙침례교회.

먼저 서울 강남 지역의 현실을 살펴보자. 불교계에서도 송파구의 불광사‧강남구 구룡사와 능인선원‧서초구 관문사 등 대형 포교당이 창건되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장이 미약하였고 오히려 강남개발과정에서 정권에게 봉은사의 막대한 토지를 강제로 빼앗기는 차별과 탄압을 겪었다. 개신교계는 송파제일교회(1971)‧임마누엘교회(1975)‧잠실교회(1976)‧소망교회(1977)‧광림교회(1978)‧사랑의교회(1978)‧충현교회(1984)‧명성교회(1980)‧갈보리교회(1985)‧월드비전교회(1985)‧산정현교회(1988)‧기쁜소식강남교회(1991) 등 강북지역에서 이전해오거나 새로 설립된 대형교회들이 매우 많고 그중에는 신도 수만 명과 수천 억원~1조원에 이르는 재산 소유로 세계적인 초대형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교회도 여러 곳이다. 이제 그 영향력이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이 중 충현교회와 소망교회에서는 각기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한때 정계와 경제‧문화계 등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가톨릭도 강남 개발 붐을 놓치지 않고, 청담동(1973)‧반포(1976)‧논현동(1976)‧잠실(1977)‧대치동(1979)‧압구정동(1979)‧신천동(1981)‧방배동(1981)‧서초동(1981)‧가락동(1983)‧역삼동(1984) 성당 등의 신축을 이어가면서 교도 숫자를 늘려나갔다. 그에 따라 정치‧경제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해갔으며, 그 뒤 이 지역 본당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이 성당들이 소속된 서울대교구가 한국 가톨릭 전체 교단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영향력이 급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노태우 정권 이래 정권마다 ‘부동산 값 안정’을 내세워 수도권 여러 곳에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였는데, 그에 앞서 이루어진 과천‧안산 신도시와 서울 목동 신시가지 개발 등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진행된 정부 정책이 종교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보자.
 

압구정동 성당(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성당(서울 강남구).

과천문화원에서 나온 ‘과천향토사’와 ‘과천시지’에 따르면, 과천 신도시 계획지구 내에서 종교 부지를 분양받은 6곳이 모두 개신교회들이었다. 그 결과 “과천시의 개신교 신자 수는 시 인구의 32.35%로 전국의 개신교 신자 비율 19.66%를 크게 넘어서고 … 불교 인구는 시 인구의 15.92%로 전국 평균 신자 비율 23.19%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과천시지’)

1977년부터 1988년까지 이루어진 안산 신도시 개발에서도 종교부지 53곳 중 원불교의 1곳을 빼고 나머지 52곳은 모두 개신교와 가톨릭에 분양되었고, 1995년 조사에 따르면 안산시 전체 인구의 28%가 개신교 신자인 것으로 드러나 종교부지 분양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흐름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개발 과정에서도 이어져서 기독교방송과 이화여대부속병원을 비롯하여 산돌교회‧지구촌교회 등 대형교회들이 종교 부지를 분양받아 신축되었고 가톨릭에서도 목동성당과 양천성당 등 6곳을 분양받아 대형성당을 신축하여 신도 숫자를 크게 늘리며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교는 법안정사와 뒷날 국제선센터가 들어서는 자리를 분양받는 정도에 멈추었다.(강인철, ‘종교정치의 새로운 쟁점들’ 제8장 신도시, 재개발, 종교경관1: 여의도에서 목동까지)
 

지구촌교회(서울 목동).
지구촌교회(서울 목동).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서울 여의도와 강남 개발에서 과천‧안산‧서울 목동 신시가지 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새로 도시가 형성되는 곳에서 종교부지 분양과 ‘자리 잡기’ 경쟁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이 승리자가 되어, 두 종교는 ‘부와 권력의 종교’가 되었고 시민들 사이에 ‘기독교 종교관’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불교는 그 경쟁에서 패배자가 되어 불교 인구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된 것이 개신교와 가톨릭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미리 읽고 그에 따라 적극 행보를 펼친 능력 덕분이라고 하겠지만, 실은 역대 정권이 서울 도심 개발과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종교 부지를 분양하면서 불교를 차별하고 개신교와 가톨릭에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거나 아예 특혜를 주는 쪽으로 정책을 결정해 집행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배경이었다. 종교 간 경쟁을 100미터 달리기에 비유하면, 공정한 심판이 되어야 할 역대 정부가 개신교와 가톨릭은 출발지점 50미터 앞에서 출발할 수 있게 하면서 불교를 차별하는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던 것이다.

1988년 노태우 정권에서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신도시 개발에 착수한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이 수도권 여러 곳에 신도시 개발을 하였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종교 부지를 분양하면서 진행된 차별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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