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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정취와 뮤지컬을 한눈에…‘사찰 뮤지컬’이라는 장르 탄생

  • 문화
  • 입력 2021.10.12 11:19
  • 수정 2021.10.12 19:39
  • 호수 1605
  • 댓글 1

월정사, 박칼린표 뮤지컬 ‘리파카 무량’으로 탑돌이 가치 되살려
“신심 고취돼 공연 내내 기도” “뮤지컬보기 위해 강원도 찾을 것”

처음에는 당황, 두 번째는 감탄, 세 번째부터는 중독이다. 훤한 대낮 산사 한복판에서 열린 뮤지컬에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다니. “아제아제바라아제~”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혜류 여왕의 청아한 음성이 무용수의 우아한 몸짓으로 이어지고, 석공 무량은 희로애락이 담긴 표정으로 보는 이들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조명도, 세트도, 소품도 없이 진행된 공연이었으나 관객들은 “기대는 했지만 상상 그 이상이었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2004년부터 오대산문화축전으로 지역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가 10월9일 경내 팔각9층석탑 앞에서 뮤지컬 ‘리파카(Lepaka) 무량’을 선보였다. ‘리파카 무량’에서 리파카는 산스크리트어로 석공(石工)이란 의미. 사리탑을 세우고 무너진 탑을 다시 세우며 정진하는 석공 무량의 수행기와 어린 나이 아버지를 여의고 왕위에 올라 나라를 지키고 있는 혜류 여왕의 분투기가 그려졌다. 이날 공연은 하이라이트 부분이 담긴 6곡만 선보이는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됐다.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강릉에서 온 한정희 씨는 “혜류 여왕이 ‘아제아제바라아제’를 부르는 순간 두 손이 저절로 모아졌다”면서 “한 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이렇게 뜨거운 신심이 올라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전했다. 홍미경 씨는 “2014년부터 월정사 문화축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가 단연 최고”라며 “비가와 안개낀 월정사 풍광이 뮤지컬과 어우러져 무대의 일부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웃종교인들도 편견 없이 불교문화를 즐겼다. 서울에서 온 서경분 씨는 “저는 가톨릭 신자지만 마지막 염불소리에 눈물이 났다”면서 “문화축전 뮤지컬을 보러 내년에도 강원도를 찾고 싶다”고 밝혔고, 김상희 씨는 “강원도 달빛기행에 왔다가 우연히 뮤지컬을 보게됐는데 개신교 신자지만 사찰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고 간다”면서 “무대가 한 편의 종합예술이었다”고 전했다.

사찰과 뮤지컬, 이 낯선 장르를 탄생케 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2004년부터 탑돌이를 되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박칼린 감독에게 제안을 해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을 기획했다고 한다. 뮤지컬이 끝난 후 정념 스님은 “농악, 강강술래, 사설 등이 현대적으로 해석돼 ‘탑돌이’ 문화가 생명력 있게 전승되길 바랐다”면서 “박 감독이 남녀노소가 쉽게 잘 다가올 수 있게 뮤지컬을 연출을 해줘 고맙다”고 전했다. 

이날 박 감독도 대중들 앞에서 “이러한 뮤지컬 시도는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내년엔 좀 더 심화된 스토리로, 내후년엔 완성된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2023년 작품 완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평창국제청소년동계대회’가, 2024년에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이 열려 ‘케이컬쳐(K-Culture)’로서 세계인들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한편 오대산 문화축전은 10월8일 오후 1시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엠비크루의 비보잉이 어우러지는 ‘과거와 미래를 잇다’ 공연을 시작으로 녹색미래를 모색하는 좌담회가 진행됐다. 좌담회에는 최문순 강원지사, 한왕기 평창군수, 박태응 한빛미디어 의장, 김상윤 중앙대 교수와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주제발표를 했다. 또 리파카 무량의 모티브가 된 월정사 탑돌이가 진행됐다. 10월9일에는 한강시원지 문화제와 탄허 대종사 휘호대회, 오대산 전국 학생 백일장과 미술공모전 시상식이, 10월10일에는 달라이라마 존자와 오대산 명상지도자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전 행사는 유튜브 채널 ‘오대산 월정사’(바로가기)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평창=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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