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보물 된다

  • 성보
  • 입력 2021.10.29 20:58
  • 수정 2021.11.04 19:55
  • 호수 1607
  • 댓글 1

10월29일, 문화재청 성보 6건 지정 예고

세 부처님이 압도적 크기로 화면을 채운다. 붉은 빛 가사가 초록빛 광배와 어우러지자 화려한 기품이 펼쳐진다. 사자를 탄 문수 동자와 코끼리를 탄 보현 동자는 흩날리는 옷깃으로 생동감을 자아낸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이 10월29일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를 비롯한 불교문화재 6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순조 32년(1832) 조성됐다. ‘부처-제자-동자’를 상중하단으로 배치한 구도가 돋보인다. 이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서울·경기지역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수화승은 19세기 ‘경성화파’의 대표 인물 화담신선 스님이다. 신선 스님과 17명 스님이 함께 조성했다. 스님은 1790년 용주사 불화를 주도한 상겸, 민관, 연흥 스님과 서울·경기지역 화풍을 계승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확한 필치와 밝고 선명한 채색, 섬세한 문양이 격조 있는 화풍을 선보인다. 복장물과 괘불함을 갖추고 화기(畵記)까지 남아있어 완전성까지 갖췄다.

왕실이 발원해 조성한 불화이기도 하다. 순조와 왕비, 순조 장인인 김조순, 정조의 딸 숙선옹주와 부마, 순조의 딸 명온공주, 복온공주, 덕온공주와 부마 등 왕실 인사와 상궁이 불사에 참여했다.

이날 불상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과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은 17세기 대표 조각승 석준, 원오 스님이 1599년 조성했다. 평창 상원사 문수동자상(국보)과 함께 중수한 조선 초 왕실발원 불상이다.

갸름한 얼굴에 또렷하고 이국적인 인상을 보인다. 화려한 보관을 쓰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땋아 보계를 만들었다. 풍만하게 표현한 목과 가슴, 가늘고 긴 손, 몸 전체를 자연스럽게 감싼 가사 등이 특징이다.

얼굴 모습과 신체 비례, 세부적 표현에서는 고려후기~조선 초기의 조형적 특성을 갖췄다. 문화재청은 “이 시기 현존작이 많지 않아 불상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평가했다.

또 1649년 조성된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은 17세기 전반 전국에서 활동한 영색 스님이 수조각승이 된 뒤 양주 회암사 불상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불상이다.

넓적한 얼굴과 긴 눈썹, 작고 오뚝한 코, 깊이 팬 입술 가장자리와 볼록한 턱으로 인해 온화함과 개성이 느껴진다.

특히 복장 발원문에 포항 오천읍에서 채취한 불석(佛石, 흰색 광물인 규산염의 일종)을 배로 옮겨와 만든 불상이라고 적혀 있어, 당시 불석 불상 제작지와 운반 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힌 첫 사례로 꼽힌다. 문화재청은 “재료의 산지와 이운 과정을 알 수 있어 학술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논서를 각각 주석한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과 ‘대승기신론소 권하’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먼저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서울 중랑구 법장사 소장)는 11세기에 완성된 고려 초조대장경을 바탕으로 간행됐다. 200권 중 권175의 1권에 해당하는 두루마리 경전으로, 국내에서 발견된 권175의 유일본이다. 문화재청은 “초조대장경 목판 조성 성격과 경전 유통 상황을 알려주는 유물이어서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대승기신론소 권하’(대구 용문사 소장)는 당나라 승려 법장이 저술한 ‘대승기신론소’를 저본(底本)으로 삼아 1461년 간경도감이 만든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조선시대에 출판된 대승기신론소는 1457년에 갑인자로 만든 책이다. 갑인자(甲寅字)는 1420년 만든 경자자가 가늘고 빽빽해 보기 어려워지자 좀더 큰 활자가 필요하다고 해 갑인년인 1434년 왕명으로 주자소에서 만든 금속활자이다. 현재 1528년, 1572년에 간행된 목판본 등만 남아있어 용문사 소장본이 유일한 1461년 본으로 알려졌다.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도 이날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이는 조선 세조가 1457년 음력 8월10일 강진 무위사의 잡역을 면제하도록 명령한 공식 문서다.

세조는 불교 관련 조목을 제정하고 그해 7~8월 주요사찰에 잡역을 면제,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세조 서명(어압)과 ‘시명지보'(施命之寶)’의 어보가 명확히 남아 있어 조선 전기 문서 양식은 물론 조선 경제사,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인정됐다. 당시 ‘예천 용문사 감역교지’ ‘능성 쌍봉사 감역교지’ ‘천안 광덕사 감역교지’가 함께 발급됐는데, 3건은 앞서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 △대승기신론소 권하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를 보물로 최종 지정하기로 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