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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남해 용문사 탐진당

기자명 법상 스님

마음 찾은 수행자 번뇌 사라진 경지

공안집 ‘선문염송’ 나오는 게송
천심같이 부처님 드높은 진리는
환하고 밝아 치우치지 않고 비춰
무명에 가려져 진리 못보는 것 뿐

남해 용문사 탐진당 / 글씨 용은완섭(龍隱完燮 1899~1975) 스님.
남해 용문사 탐진당 / 글씨 용은완섭(龍隱完燮 1899~1975) 스님.

一輪明月映天心 四海生靈荷照臨
일륜명월영천심 사해생령하조림 
何必西風撼丹桂 碧霄重送九秋音
하필서풍감단계 벽소중송구추음
(둥글고 밝은 달이 하늘 가운데서 비추니/ 온 세상 중생들이 그 광명을 받는구나!/ 하필 서풍은 붉은 계수나무를 흔들어/ 드높은 가을 하늘에 늦가을 소식을 보내는가?)

이 게송은 ‘선문염송(禪門拈頌)’에 나온다. ‘선문염송’은 고려 후기~조선 전기 진각혜심(眞覺慧諶 1178~1234) 스님이 선문공안 1125칙을 경전 또는 조사어록에서 발췌한 다음 여기에 대하여 강령의 요지를 제시한 염(拈)과 찬송을 붙여서 완성한 2권 1책의 공안집이다.

‘선문염송’ 제1권 제6칙 승좌(陞座)편에 보면 다음의 구절이 있다. “세존께서 어느 날 자리에 오르시니, 대중들이 모여들자 문수가 종을 치고 나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법왕의 법을 자세히 살피니 법왕의 법이 이러하나이다. 그러자 세존께서 자리에서 내려오셨다(世尊一日陞座 大衆集定 文殊 白槌云 諦觀法王法 法王法如是 世尊便下座).”

여기에 대하여 지문조(智門祚)-설두현(雪竇顯)-대홍은(大洪恩)-천복일(薦福逸)-해인신(海印信)-정엄수(淨嚴遂)-천동각(天童覺)-삽계익(霅溪益)-불안원(佛眼遠) 선사에 이어서 불감근(佛鑑勤) 선사가 송(頌)을 더했다. 게송을 쓴 불감근 선사는 송나라 때 임제종의 선승 불감혜근(佛鑑慧勤 1059~1117) 스님이다.

일륜(一輪)은 밝은 달을 말함이다. 뒤에 명월(明月)을 붙여서 문장의 품격을 올리려고 하였다. 고로 일륜명월(一輪明月)은 둥글고 밝은 달이다. 천심(天心)은 하늘의 뜻도 되지만, 하늘 가운데라는 뜻도 있다. 왜냐하면 심(心)은 언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中)에 있어야 하기에 중심(中心) 또는 심중(心中)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하늘 가운데라는 뜻으로 쓰였다. 부처님의 드높은 진리는 둥글고 환하고 밝아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비추어 주심을 표현한 것이다. 일륜을 마음이라고 하여도 일맥상통한 내용이 된다.

보름달은 매달 15일에 뜨는 달이다. 15일은 곧 중도를 말함이다.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는 중도가 되었을 때 둥글어지는 법이다. 다시 말하면 일륜명월(一輪明月)은 곧 부처님의 마음이고 곧 우리들의 마음이다. 

사해(四海)는 온 천하를 말함이며 생령(生靈)은 생민(生民)을 말하기에 곧 중생이다. 조림(照臨)은 해와 달이 위에서 내리비추는 것으로 감화(感化)를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다. 살아서 숨 쉬고 굼틀거리는 모든 것은 곧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광명의 진리 아래에 살고 있음이다. 다만 우리가 무명에 가려져서 이를 바로 보지 못할 뿐이다.

하필(何必)은 어찌하여 또는 왜? 이러한 뜻이다. 서풍(西風)은 부처님 법이 서역에서 중국으로 들어옴을 표현한 것이다. 감(撼)은 흔들다, 움직이다, 요동시키다, 이러한 표현이고 단계(丹桂)는 붉은 계수나무를 말한다. 붉은 계수나무는 만월(滿月)을 뜻한다. 옛사람들은 달 속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계(丹桂)는 마음을 나타낸다. 

벽소(碧霄)는 푸른 하늘을 말한다. 구추(九秋)는 삼추(三秋)와 같은 표현으로 90일 동안의 가을 절기다. 위의 시문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하여 마음 찾은 공부를 한 수행자가 심지(心地)의 경지에 들어보니 번뇌 망상이 사라져버렸기에 이를 벽소(碧霄)에 비유하였다. 석 달 안거를 마치고 보니 본디 마음은 나에게 있었거늘 이를 모르면 여러 수식어가 따르고 방편과 비유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두 부질없는 것이기에 부처님은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라고 하셨음이다. 

가을이 이미 왔음을 알았는데 다시 가을 소식을 보내고 있음으로 이 시문을 지은 혜근 선사 자신의 경지를 몰록 드러내는 것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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